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 연설이 있는 27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노트북에 '국정 교과서 반대'라는 글씨를 붙이고 박 대통령의 연설을 청취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 교과서'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한 항의 표시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이날 오전 박 대통령의 2016년도 예산안 시정 연설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 자리에 놓인 노트북에 '민생 우선', '국정 교과서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A4 용지를 붙였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본회의 직전 의원 총회를 열어 '국정화 반대 피케팅'을 벌이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의당은 국정 교과서 강행에 대한 항의 표시로 아예 시정 연설에 불참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시작하기 직전에 새정치연합 의원들에게 "지금 보니까 국정 교과서 등 뭘 써오신 것 같은데, 대통령께서 이리 오셔서 연설할 동안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A4 용지 철거를 부탁했다.
정의화 의장은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중재에 나서기도 했으나, 새정치연합은 항의 표시를 철회하지 않았다. 문대성 의원 등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도 고성을 지르는 등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정의화 의장은 "야당 의원들께 말씀 드린다. 우리가 과거에 보여줬던 여러 국회의 후진적 행태들을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바꾸는 게 제 열망이었다"면서 야당 의원들의 항의 표시를 '후진적 행태'라고 규정한 뒤, "야당 의원들께서 제 간곡한 요청을 들어주지 않음에 대해 섭섭한 마음도 있으나 존중하겠다"고 말하고 박 대통령의 시정 연설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박 대통령이 입장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쳤고, 새정치연합 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박 대통령을 맞이했다.
박 대통령은 새정치연합 의원의 항의 표시에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연설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더 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끝내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수를 쳤지만, 야당 의원들은 그렇지 않아 대조적인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엇갈린 연설 평가…김무성은 극찬, 문재인은 실망
박 대통령의 시정 연설에 대한 평가에서도 여야는 엇갈렸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번 연설에 대해 "국정 교과서 강행을 중단하고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전념해달라는 게 국민의 간절한 요구인데, 그런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경제를 이렇게 어렵게 만든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 무능에 대해 아무런 반성과 성찰은 없고 그저 상황 탓, 남 탓뿐"이라며 "청년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건지 아무런 구체적 방안도 없었다"고 혹평했다.
반면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제가 국민과 의원에게 드리고 싶은 말을 (박 대통령이) 확실히 말해주셨다"며 "모든 내용이 우리가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극찬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 말씀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면서도 야당의 항의 표시에 대해서는 "국회의 품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은 앞으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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