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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먹을 수 있어요 '덜' 버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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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먹을 수 있어요 '덜' 버릴 수 있어요

[살림이야기] 버려지는 먹을거리·①

해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품 중 1/3은 그냥 버려진다. 양으로 따지면 13억 톤(t), 돈으로 환산하면 4000억 달러(477조 6000억 원)에 이른다. 버려지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불필요한 식품을 생산하고 운반하는 데 쓰이는 물, 토양, 에너지, 노동력 및 자본도 함께 내버려진다. 낭비도 이런 낭비가 있을까?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멀쩡한 음식이 버려진다 물, 에너지, 노동력도 함께 버려진다

지난 8월 개최된 제12회 EBS국제다큐영화제 덕분에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먹을래? 먹을래!(Just Eat It: A Food Waste Story)>라는 영화를 봤다.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것이 무색하게 강렬한 내용이 머리를 쳤다.

영화는 '버려지는 음식 중 멀쩡한 건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버려진 식품 폐기물로만 6개월 살기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결말을 미리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프로젝트에 따라 수집한 식품들과 그 결과 절약한 식비는 사뭇 놀랍다. 무엇보다 놀란 건 조리되지 않고, 즉 식탁에 오르지도 않은 채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먹을거리의 양이 엄청나다는 점이다.



비영리단체인 '폐기물 및 자원 행동 프로그램(WRAP; Waste&Resources Action Programme)'에서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품 중 1분의 13은 버려지며,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4000억 달러(477조 6000억 원)에 이른다. 음식물 쓰레기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미국으로 해마다 1620억 달러(193조 4280억 원)어치를 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려지는 건 먹을거리만이 아니다. 불필요한 식품을 생산하고 운반하는 데 쓰이는 물, 토양, 에너지, 노동력 및 자본도 함께 내버려진다.

위 보고서는 만약 전 세계가 음식물 쓰레기를 2011년에 비해 20~50% 줄이면, 한 해에 1200억~3000억 달러(143조 2800억~358조 2000억 원)를 아낄 수 있다고 한다. 한 끼를 7000원으로 계산했을 때 최소 약 1870만 명이 1년간 하루 세끼를 먹을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만약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실패한다면, 2030년에 가서는 버려지는 음식물이 6000억 달러(716조 4000억 원)어치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품을 '쓰레기'로 만드는 품질기준 버리고 못생긴 것 먹고 통째로 먹자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먹을거리가 버려지는 주된 이유는 품질이 나빠서, 즉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위 영화에 따르면 과일의 20% 이상이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로 포장 단계에서 폐기된다. 바나나의 굽은 정도와 꼭지 모양 등이 유통업체의 미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한 트럭분이 통째로 버려지는가 하면, 판매업체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샐러리의 절반 이상을 잘라내고 난 나머지가 밭에 수북이 쌓여 있다. 내용이 아닌 외형에 맞추어진 품질기준이 멀쩡한 식품을 순식간에 '쓰레기'로 만든다.

양으로는 과일과 채소 폐기량이 많지만 정작 더 큰 문제가 되는 건 육류와 유제품을 버리는 것이다. 농작물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제품의 경우 판매업체가 상품을 팔 수 있는 시한을 뜻하는 유통기한을 음식이 상하지 않는 시한으로 오인해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은 무조건 폐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먹을거리가 풍부해지면서 음식을 버리는 것이 묵인되고 있다. 음식의 아주 작은 부분만 먹고 나머지는 버려도 먹을거리는 늘 저렴하고 넘쳐나기 때문에, 식재료를 버리는 일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환경이 급속도로 파괴되고 각종 자원이 점차 고갈돼 가는데 언제까지나 먹을거리가 싸고 풍부할 수 있을까? 위기는 도둑같이 올 테고, 이제는 대응책을 마련할 때다.

멀쩡한 먹을거리를 버리지 않는 첫 번째 방법은 사람이 먹는 것이다. 모양이나 빛깔 등으로 품질을 판단해 버리기보다는 내용물에 의미를 두고, 정 팔리지 않는다면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기부하는 등으로 필요한 이웃들과 나눌 수 있다. 푸드 셰어링((Food sharing, 음식 나눔)이나 프리건(Freegan, 자유(free)와 채식주의자(vegan)의 합성어로 소비지향적 삶에 반대하며 쓰레기통에서 멀쩡한 음식물을 구하는 사람)도 여기에 속한다.

그다음은 동물을 먹이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에 쓴다. 그래도 남는다면, 그때 비로소 매립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버려진 음식물의 대부분이 바로 매립되며, 특히 미국의 음식물 쓰레기 중 97%가 매립지로 간다. '음식은 자연 분해되니까 버려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량의 폐기물이 매립지에 모여 공기 없이 부패하면 이산화탄소보다 20배나 유독한 온실가스가 대량 발생하는데, 위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연간 33억t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에 이른다. 버려진 먹을거리는 이렇게 지구 온난화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사실 음식물을 기부하고, 나누고, 사료나 자원으로 되살리는 것보다는 버리는 게 가장 쉽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경험으로 안다. 쉬운 게 좋은 게 아니고,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라는 걸. "먹지 않을 식량을 위해 땅을 박살 내"는 대신 식재료를 버리지 않기 위해 못생긴 과일을 사고 꾸러미를 받으며 통째 먹는 당신의 모습이 아름답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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