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16일 저녁 대구 중구 계산성당에서 강연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과 빚어졌던 정치적 갈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유 전 원내대표가 이날 한 강연의 주제는 '대구가 정치·경제 개혁의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평소 자신의 정치 소신인 '개혁적 보수'에 대한 상을 거듭 밝히며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저는 대통령이 성공하시라고 (쓴소리를) 드렸고 남은 절반의 임기 동안에도 그렇게 하겠다"고도 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강연 시작과 함께 "제가 요즘 시련을 조금 겪고 있는데, 오늘 (연단 뒤에 강연 시각자료를 띄울) 스크린을 설치하면서도 15분가량 시련을 겪었다"고 해 청중의 웃음을 끌어내기도 했다. 제한된 강연 시간을 일부 빼앗겼다는 이야기를 하며, 박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 이후 친박계의 요구로 자진 사퇴를 해야 했던 처지를 우스갯소리처럼 풀어낸 것이다.
이날 강연의 큰 얼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정치에 관해 한 말들과 유 전 원내대표의 '개혁적 보수'라는 정치 철학이 잘 연결지어진 형태였다.
유 전 원내대표는 "나는 사회의 현실, 국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정치가들을 우리에게 더 많이 허락해달라고 주님께 간절하게 기도한다"고 한 교황의 말을 소개하며 "우리 대구·경북이 따뜻한 공동체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중심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TK는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대구는 과거 영남 사림의 개혁정신이 깃들고 의병의 근거지가 된 곳이며, 국채보상운동과 2·28 학생민주운동이 일어난 곳"이라면서 "대구는 원래 개혁적인 곳"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평소 그의 정치 철학인 "안보는 정통 보수, 민생은 진취적 중도 개혁, 정치·사회는 통합 노선으로 새누리당이 가면 계속 집권할 것이라고 본다"고 해 청중으로부터 또 한 번 박수를 끌어냈다.
그는 이어 "대구 사람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프라이드가 굉장히 강하다. 저도 그렇다"면서 "이제 그 분의 따님이 대구·경북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되셨다. 우리 대구·경북은 그 다음도 준비해 나가야 하는데, 그 기본 정신과 방향이 오늘 제가 말씀드린 것이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날 강연 중간중간 자신의 2011년 전당대회 출마 선언문과 그가 정치 '멘토'로 삼았다고 알려진 보수주의의 원조 에드먼트의 말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강연 말미에는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정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열린 가슴으로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신념 하나로 저는 정치를 해왔습니다"라는 지난 7월 8일 사퇴 회견문의 일부를 다시 읽어 내려갔다.
그는 "가난하면서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분들에 대해 새누리당이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면서 "그 분들을 위해 우리 새누리당이 뭘 했나. 그런 분들을 위해 양극화 해소와 복지 정책을 이야기하면 그게 왜 좌파인가. 나는 스스로를 좌파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준비된 강연이 끝나자 청중 석에서는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정치 현안에 대한 유 전 원내대표의 의견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내년에 공천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는 "저는 상향식 경선을 하면 거기에 참여할 것"이라면서 "저는 100% 공천을 받는다고 확신한다. 혹시 공천이 안 되면 그때 가서 조용히 말씀드리겠다"며 웃었다.
그는 소원해진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제법 긴 답변을 내놓았다.
유 전 원내대표는 2004년 박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당시부터 시작된 긴 인연을 소개한 후 "저는 야당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 교체가 정의라고 한때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정치권 들어와서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겪어보니 이기는 것보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게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박 대통령께 쓴소리를 많이 했다고 하는데 세어보니 몇 번 안 했더라고요"하고 웃더니 "(박 대통령이) 그 자리 올라가시기까지 얼마나 어렵게 올라가셨나. 저는 총리 부총리 장관 바라는 거 아무것도 없다. 제가 오늘 말씀드린 방향으로 나라를 잘 이끌어가주셨으면 하는 생각밖에 없고, 그런 차원에서 몇 번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다만 제가 말할 때 좀 덜 굽힌다거나 매너가 좀 부족하거나 말이 거칠 수 있는데, 저는 대통령이 정말 성공하시라고 말씀드렸고, 절반 정도 남은 임기에도 그렇게 하겠다"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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