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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생태관광, 지역주민이 중심이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숲·② 울진 금강소나무숲

국내 최대 산양 서식지와 금강소나무숲

경북 울진 소광리와 두천리 일대는 남한 최고 금강소나무숲이다.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조선시대부터 황장봉산으로 지정되어 왕실에서 지킨 숲이다. 지금도 그 흔적인 황장봉계표석이 2개소나 남아 있는 유일한 곳이다. 금강소나무를 보전하기 위해 지정한 울진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금강송면 일대 3705헥타르(ha)와 북면 두천리 일대 1121ha를 합해 4826ha에 달한다. 가까운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고리 일대 약 7000ha가 더해져 국내 최고 금강소나무숲을 자랑한다.

이런 금강소나무숲에서 2010년부터 지역주민, 녹색연합, 산림청이 함께 금강소나무숲길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주민과 민간단체가 함께 협력해 만든 이 숲길의 핵심은 '예약가이드제'다. 누구든 예약을 해야만 숲길을 걸을 수 있다. 아울러 현장에서도 정해진 시간에 안내자 인솔에 따라 나름 엄격한 규정을 두고, 숲길을 운영하는 것은 노선 주변이 국내 최고 산양서식지이자, 금강소나무숲으로 보전되어온 지역이기 때문이다.

금강소나무숲길을 찾는 사람들은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 길에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산양이 뛰어놀고 아름드리 금강소나무로 뒤덮인 산림 사이로 걷는다. 주민들에게 금강소나무는 남다르다. 태어나면서 아버지, 할아버지로부터 금강소나무숲의 신성함을 배우고 자랐다. 더욱이 금강소나무숲은 송이버섯이라는 큰 부가가치도 창출한다. 적어도 울진 소광리와 두천리에서 금강소나무는 산림의 표상이며, 자연물의 대변자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천연기념물 산양은 산에 가면 언제나 마주했던 친근한 벗이자, 동무였다. 날이 서 있는 능선과 암릉 사이사이 동양화처럼 펼쳐진 소나무숲 사이에서 산양을 마주한다.

수백 년 이어져 온 금강소나무숲을 지켜온 노력이 지금은 '금강소나무숲길'로 꽃핀 것이다. 또한 금강소나무숲길 노선은 100년 전 역사의 길이자 전통의 흔적인 십이령길을 따라서 펼쳐져 있다. 이 숲길에는 과거 울진 죽변 바닷가에서 내륙의 봉화까지 이어졌던 십이령길의 유산이 그대로 남아 있다. 화전민 터부터 보부상이 오르고 내렸던 고개와 산신각을 비롯해 주막거리까지 과거 흔적이 고스란하다. 금강소나무숲길에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온 전통과 현대가 이어지고 있다.

▲ 남한 최고의 금강소나무숲이자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인 금강소나무숲길 일대는 남한 최대 산양 서식지이기도 하다. ⓒ서재철

생태관광의 시작과 끝, 주민이 중심에 서다

탐방객들은 마을민박에 묵고 주민들이 손수 만드는 식사를 한다. 도시에서 방문하는 탐방객들에게 주민들이 빚은 막걸리 한 잔과 소담스런 나물 한 접시가 옛길의 정취를 더한다. 길에 대한 해설과 안내부터, 잠자리와 먹을거리까지 지역 주민 중심으로 운영하는 진정한 주민참여의 새로운 길이 울진에서 열린 것이다. 그래서 숲길을 통해 이루어지는 모든 경제 활동 수익은 오롯이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금강소나무숲길은 주중에는 1구간과 3구간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여름 성수기나 가을 단풍철에 80명씩 허가된 탐방 인원이 가득 찬다. 평일에는 10~20명이 방문할 때도 있다. 한 사람에 1만 원인 민박과 한 끼 밥값 6000원이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모든 경제활동을 외부 개입 없이 주민 스스로 운영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수익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대규모 자본이나 외지인의 투자에 의한 지역관광모델이 아닌, 작은 규모 생태관광의 핵심 가치를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

생태관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참여 원칙이다. 유명세를 타고 많은 외지인이 방문한다 해도 원주민들이 배제되면 생태관광 원칙이나 정신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순천만갯벌 생태관광도 실제는 고민의 여지가 있다. 순천만 갯벌에 살아온 원주민에게 순천만생태관광 사업 이익이 돌아가고 있냐는 질문이 남는다. 반면 금강소나무숲길은 출발지와 도착지인 두 마을에서 탐방객들로 일어나는 모든 경제 활동 수익이 주민들에게 그대로 돌아가는 구조다.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은 처음 조성하는 과정에서 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숲길의 시작을 산양서식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로 시작했다. 행여 산양서식지를 위협한다면 숲길을 안 한만 못하기 때문에 산양에 대한 다양한 조사와 연구를 진행했다. 예약제 탐방형태를 지역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새로운 숲길의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주민들은 금강소나무의 신성함을 몸과 마음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금강소나무숲과 산양서식지를 지키면서 새로운 생태관광의 터전을 가꾸자는 설명과 토론을 1년 넘게 이어갔다. 국내 최초 예약가이드제 숲길 운영을 위한 노력이었다.

금강소나무숲길의 성공은 큰 경제적 성공은 아니다. 두천리 경우 10여 가구 주민들이 숲길 탐방객들에게 민박과 식사를 제공한다. 가구당 한 달 50만 원에서 100만 원 가량 수익을 창출한다. 농산물직거래 수입도 있다. 농사가 주업인 농촌에서 한 달 50~100만 원, 일 년에 1000만 원 안팎 수익은 농가 경제에 보탬이 된다. 고령화된 농산촌 마을에서 도시 사람들의 방문으로 별다른 기술이나 시설 투자 없이 기존 생활 방식에서 밥상 더 차리고 생산한 농산물을 그대로 판매하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소득이자 도농교류다.

▲ 금강소나무숲길은 예약탐방제를 실시하여 지역주민이 안내자로 탐방하는 원칙을 구현하고 있는 국내 유일한 곳이다. 시작 지역에서 종점까지 민박과 식사, 안내, 안전활동을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어 직접 운영한다. 생태관광의 모든 경제활동 수입이 지역주민에게 돌아간다. ⓒ서재철

지역과 환경단체가 함께 공정여행을 가꾸다


금강소나무숲길은 숲길 기획부터 개통까지 약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철저한 준비가 있었다. 녹색연합과 한국환경생태학회 전문가들이 지역주민들과 발품을 팔며 생태관광 노선을 찾았고, 천연기념물 산양과 금강소나무숲 서식지를 보전하면서 생태관광의 탐방로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를 현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토론했다. 금강소나무숲길 개념부터, 원칙과 운영방안 그리고 이용자의 규범까지 숲길과 생태관광에 관한 연구를 두 차례 진행하면서 국제 규범 생태관광을 한국의 오지이자 생태지역인 울진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모색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산양과 금강소나무숲을 보전하고 생태관광의 환경 원칙 준수, 숙식과 안내자 부분은 지역의 손과 발로 해결하는 주민참여의 원칙, 탐방객이 예약하고 안내자가 인솔해 정해진 시간에 설정된 규범에 따라 숲길을 걷는 공정여행, 책임여행의 원칙이 만들어졌다. 이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제안하는 생태관광 기본 원칙에 그대로 부합한다. 금강소나무숲길은 2013년 문광부의 생태관광 대상을 받기도 했다. 아프리카 세렝게티와 뉴질랜드 밀포드트렉에서 구현된 생태관광이, 남한 대표 오지였던 울진의 금강소나무숲에서 주민의 손과 발로 모범을 보이며 정착되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 생활 문화 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 종이 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 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바로 가기 : <작은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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