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보다 강화된 금지 약물 규제 방안에 대해 5개 프로 스포츠 단체가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금지 약물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7일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의 '프로선수 도핑 제재기준 의견수렴 결과' 자료를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7개 프로 스포츠 단체 중 5개 단체가 강화된 도핑 제재안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표명했다.
5개 단체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농구연맹(KBL),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한국배구연맹(KOVO),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만이 제재안에 찬성 의견을 냈고, 프로축구연맹은 내부 의견을 수렴 중이다.
문체부와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지난 8월 말 내놓은 규제안은 금지 약물 제재 규정을 1차 위반할 경우 1년 출전정지, 2차 위반할 경우 2년 출전정지, 3차 위반 시 영구 제명하는 도핑제재안을 담았다.
이는 지난 8월 5일 애초 마련된 1차 위반 시 연간 총 경기 수의 30% 출전정지, 2차 위반 시 60% 출전정지, 3차 위반 시 영구 제명의 기존안보다 더 강화된 내용을 담았다.
규제안이 강화된 직접적인 이유는 KBO가 스테로이드계 약물 복용이 적발된 한화 이글스의 최진행 선수에게 3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려, 최 선수가 50일 만에 경기에 복귀한 데 따른 논란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당시 스포츠계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다.
프로 스포츠 선수의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되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당장 올해만 해도 제주 유나이티드의 강수일 선수(프로축구)가 금지 약물인 메틸테스토스테론 성분을 안면 부위에 바른 사실이 적발돼 6개월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 4월에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곽유화 선수(여자프로배구)가 도핑검사에서 금지 약물인 펜디메트라진과 펜메트라진을 복용한 사실이 적발되었다. 거짓말 논란 끝에 곽 선수는 선수 경력을 포기했다.
이처럼 프로 스포츠에 대한 관중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자주 발생했음에도 단체가 '자율 규제'를 이유로 규제 강화안에 반대하고 나선 셈이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특히 KBO가 가장 강한 반대 입장을 폈다. KBO는 문체부 등에 "젊은 선수들이 한 번의 실수로 직업을 잃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다소 도핑에 대한 인식과 약물에 대한 이해, 사용 전 절차 등이 완벽한 시스템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논리로 해당 책임을 프로단체에 맡겨 달라고 요청했다.
KOVO도 강화된 제재안이 구단의 선수 운영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폈다. KBL 역시 "프로 종목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규제 안을 완화해달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실은 해당 단체의 반발로 문체부와 KADA가 강화된 규제 내용을 철회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박 의원은 "아마추어와 비교해도 현재 국내 프로스포츠의 도핑의무 위반에 따른 처벌수준은 매우 경미하다"며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규정에 따르는 아마추어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절반 정도라도 도핑제재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핑은 프로 스포츠의 흥행과 지속가능성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인데 프로 스포츠 단체들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실제 KADA의 '2013~2015년 도핑위반 제재결정 현황' 자료를 보면, 이 기간 최진행, 강수일 선수와 동일한 스테로이드계 금지 약물 복용을 적발당한 18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은 예외 없이 최소 2년 자격정지부터 영구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WADA 기준에 따라 도핑 테스트에서 1회 위반 사례가 적발될 경우 견책~2년간 자격정지, 2회 위반 시 1년~영구 자격정지, 3회 위반 시 8년~영구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받고, 해당 종목에서 얻은 메달, 점수, 포상을 전부 몰수당하며 경기 결과 집계에서도 박탈된다.
강화된 규제안보다 훨씬 강한 징계를 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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