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지난 2004년 폐지된 지구당 제도의 부활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18일 서울시당 청년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4월 임시국회에서 마련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해 4월이나 6월 임시국회에서 꼭 지구당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당 대표 경선 당시 지구당 부활을 공약으로 내 놓았고, 지난해 11월 정 대표의 비서실장인 강기정 의원이 이를 골자로 한 정당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한나라당도 지구당 부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될지 주목된다.
지난달 24일, 지구당 부활을 주장하고 있는 친이계 원외당협위원장 협회가 마련한 '지구당의 재정립 방안' 세미나에서 박희태 대표는 "지구당 폐지는 잘못된 제도"라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돈 관리를 투명하게 하면 된다"고 꾸준히 강조해오고 있다. 과거 '돈 먹는 하마'로 지목됐던 지구당 부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배재대학교 정연정 교수도 상향식 공천제 도입과 함께 재정 독립 확보 등을 지구당 제도 부활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역당원이 내는 당비와 스스로 모금하는 정치자금을 통합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풀뿌리 민주주의 기본 원리에도 지역구에는 기구가 있는 게 필수"라고 했다. 노영민 대변인은 "진성당원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고 정당 보조금 일부를 지구당에 보내는 등 정치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며 지구당을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구당이 폐지되기 전까지 진성당원제 등을 통해 지구당을 비교적 투명하게 운영해온 바 있는 민주노동당도 지구당 부활을 골자로 한 정당법 개정안 마련을 추진해왔다.
"지구당 폐지가 잘못됐다고 부활이 정당성을 얻나"
지구당 제도는 2004년 3월, 17대 총선 직전 정당법 개정을 통해 폐지된 바 있다. 정당 조직의 존립 기반인 지구당이 제 역할보다는 선거자금 등과 관련해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됐다는 비판에서다. 결국 여야는 '돈 안드는 선거'를 선언하고 전격적으로 지구당 폐지에 합의했지만 폐지 이후 나아진 점은 많지 않다.
지구당 폐지로 한나라당과 민주당(당시 열린우리당)은 당원들의 당비를 받는 '진성당원제'를 도입하는 등 정치자금의 투명성 문제가 일부 개선된 바 있다. 하지만 당원 숫자 부풀리기 등을 위한 불법 당비 대납이 성행해 골머리를 앓다가 현재는 흐지부지된 상태다.
지구당 대신 운영한 자발적 조직인 당원협의회나 지역협의회는 법정 조직이 아니어서 원외 정치인들은 활동에 제약이 많아 불만이 컸다. 또한 각 지역 당협이 기초의원 공천권을 갖게 됐지만 국회의원 등의 경우는 여전히 중앙에서 공천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당정치의 복원 측면에서도 지구당 제도의 부활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지구당 제도의 옳고 그름을 이전에 부활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느냐는 것.
박상훈 후마니타스 주간(정치학 박사)은 정치권의 지구당 부활 논의에 대해 "지구당 폐지가 잘못된 것이라고 '부활'이 정당성을 얻는 것은 아니다"며 정치권의 조급증을 비판했다. 그는 지구당 존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유권자의 정치 참여'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관심을 돌릴 것을 주문했다.
박 주간은 "지구당 부활을 돈의 문제로 협소하게 접근하고 있는데 '왜 부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먼저 제기돼야 한다"며 "유권자의 참여, 정치 자금 마련 등의 방법과 관련한 근본적인 정당 개혁의 문제를 다루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충분히 토론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지구당은 노동자가 정치 참여를 위해 자발적으로 만든 것인데 우리는 정당의 필요성에 의해 존폐가 논의되고 있다"고 한국의 정당 정치 현실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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