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친이-친박 갈등이 '내전'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내 '최대 격전지'인 경주 지역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정수성 전 예비역 대장과 한나라당 친이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
정 씨가 먼저 나서 전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16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당내 주류인 친이계를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당선 후 한나라당에 입당하겠다"는 정 후보의 발언은 당 지도부의 심기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공천심사위원장인 한나라당 안경률 사무총장은 18일 불교방송 라디오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정 후보의 발언을 두고 "책임있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친이계인 안 총장은 "평생 군에 계신 분이었는데 정치를 시작하자마자 아주 정치적인 발언을 하셨다"고 불쾌감을 보이며 "책임있는 후보로써 앞뒤가 맞지 않다"고 거듭 비난했다.
공성진 최고위원도 전날 "한나라당이 만만하게 쉽게 들어오고 나가는 당이 아니다"며 "내가 최고위원으로 있는 한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입당을 시키겠다는 람들을) 만류하겠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당선된 친박계 의원들의 입당을 허용했던 사실을 지적하자 안 총장은 "앞으로 (친박계 의원 복당의 경우처럼) 무조건 당에 입당한다고 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자당 후보의 경주 당선 가능성과 관련해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 우리 여당 후보에 (경주 시민이)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일반적인 여론을 우리가 잘 읽고 있다"고 우위를 확신하기도 했다.
정수성 씨가 16일 "자체 여론조사 결과 무소속으로도 여유있게 이기는것으로 나왔다"고 자신감을 피력한데 대한 반박인 셈. 이 지역에서는 친이계의 정종복 전 의원의 출마가 유력하다.
정 후보는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의 안보특보를 맡은 바 있다. '박근혜' 브랜드가 최대 무기다. 그는 "(박 전 대표와는) 전생에 인연같은 것"이라며 "반드시 이겨서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을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심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쏠린다. 당 지도부의 정수성 씨에 대한 비판은 결국 박 전 대표에 대한 단속과 압박이기 때문이다.
'불공정한 공천'이라는 항변의 사유를 바탕으로 지난해 총선에서 친박계 후보들에게 힘을 실었던 박 전 대표도 상황 변화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공천 신청도 하지 않은 정 씨에게 대놓고 힘을 실어주는 것은 사실상 해당행위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 당시 친박연대 소속인 김일윤 전 의원이 친이계자 집권당인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를 꺾고 당선된 데서 볼 수 있듯 경주는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지만 정작 박 전 대표 측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박 전 대표가 20일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박씨 종친회 문중행사인 '춘분대제'에 불참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만 그는 부담이 비교적 적은 대구 지역 행사에 30일 참석키로 해 '범 영남권 바람'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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