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10일 "예년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채용하는 대기업에 대해 전날 감사 서한을 보냈다"며 "지도자로서 모범적인 자기 희생을 보이고 있는 대기업 9곳"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심각한 취업난을 고려해 당초 예정보다 훨씬 많은 신입사원을 뽑기로 했다는 소식은 오랜 겨울 가뭄을 끝내는 단비와 같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박 대표의 서한을 받은 주인공은 삼성 이수빈, LG 구본무, SK 최태원, 현대·기아차 정몽구, 포스코 정준양, CJ 손경식, STX 강덕수, 롯데 신동빈 부회장, 현대중공업 최길선 사장이다.
박 대표는 감사 서한을 보냈지만 기업은 신규 채용 인원의 상당 수를 '인턴'으로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졸 신입사원 연봉을 최고 28%까지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례로 삼성은 대졸 신입사원을 작년 7500명보다 2000명 적은 5500명 규모로 채용한 뒤 청년 인턴을 2000명 뽑기로 했다. 정규직이 줄어든 대신 비정규직을 늘려 채용 규모를 유지한 것. 이명박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잡 셰어링'의 '모범' 케이스다.
롯데그룹의 경우 잠실 롯데월드 노동자 300명을 구조조정 하기로 결정한 후 올해 신규채용을 늘리겠다고 발표해 빈축을 산 바 있다. 결국 롯데월드는 10일 구조조정 방안을 백지화 한다고 발표해야 했다.
기업의 신규 채용과 별개로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법안 처리 등 한나라당은 대기업에 선물을 안겨줬고, 이에 박 대표가 "금고문을 열라"고 수차례 주문했지만 대기업은 제대로 화답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지난 2일 <매일경제>에 '사내유보금은 현금이 아닙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싣고 박 대표 등 여권의 주장을 반박하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같은데도 박 대표는 서한을 통해 "회장이 보여준 희망의 메시지가 대한민국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큰 불황에도 인재 확보에 망설이지 않는 기업가 정신이 반드시 다가올 경제회복기에 큰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며 한껏 추켜세웠다.
한편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정 협의를 통해 올해 추경예산 규모를 30조 원 안팎정도의 수준으로 하기로 했다"며 "이를 통해 2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4.29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그는 "4개 지역에 국한된만큼 중간평가의 의미는 아니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자신의 출마와 관련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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