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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행, '마르크스주의자' 노교수는 마지막까지도…

"정치든, 경제든 민주화 위해 계속 싸워야 한다"

<자본론>을 완역한 한국의 대표 마르크스 경제학자 김수행 교수가 7월 31일 별세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08년 2월 서울대 경제학 전공생들은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교수 채용을 호소합니다!"라는 호소문을 냈습니다. 2007년 2학기 강의를 끝으로 퇴임을 앞둔 김수행 교수와 같은 마르크스 경제학자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인데요.

서울대 경제학과 대학원생 70명은 당시 호소문에서 "1997년 IMF 외환 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질적인 변화를 겪었다.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이런 변화 속에서 사회 양극화는 극심해 졌다. 이런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마르크스 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자본이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된 현 시대는 오히려 노동자들의 비참한 처지를 보며 가슴 아파했던 마르크스가 살았던 시대와 닮았다. 우리가 마르크스 경제학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라고 주장했습니다.

▲ 김수행 교수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



김 교수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9∼1975년 한국 외환은행에서 근무하다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런던대학교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왔는데, 1989년 2월 '진보적인 학문을 배우고 싶다'는 서울대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의 지지를 업고 서울대 교수에 임용됩니다. 경제학부 교수들의 반대를 학생들이 뒤집은 겁니다.

김 교수는 '마르크스주의자'이지만 '도그마'에 빠진 사람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는 <자본론>과 함께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김 교수는 서울대를 나와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학문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의 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며, "대통령이 '개인의 재산 불리기'와 '국민경제 살리기'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레시안>의 다음 기사들, 한번 읽어보실만 할 겁니다.

그리고 2010년 김수행 교수는 세계경제가 '공황'에 빠졌다고 보고,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1,2권을 통해 자본주의를 제대로 알아야 해법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본주의경제는 인간들의 필요와 욕구를 직접적으로 충족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니라 자본가 계급의 이윤 획득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 없이는 새로운 경제질서를 모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번 경제위기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 읽기가 유행처럼 번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김 교수는 지난 2015년 3월 4일 <오마이뉴스>와 생전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시대'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계속 싸워야 한다. 그래야 바뀐다"고 말했습니다. 노교수는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내가 보기엔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든, 경제든 기본적인 개념이 전혀 없는 것 같아. 머리가 없어요. 그냥 유신공주로서 자기 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사람 같아. 내가 전에도 이야기한 것 같은데, 세월호 사고를 보고 저 사람이 대통령인가 싶기도 하고…."

"지금 청와대나 여당 모두 결국 복지 지출 줄이자는 거 아니에요. 오이시디(OECD) 나라 가운데 우리나라가 복지 지출에서 거의 꼴지라고 하는데, 지금 무엇을 얼마나 쓰고 있길래 줄이자고 하는지…. 내 생각엔, 우리는 지금 제대로 된 복지를 안 하고 있는 게 문제야."

"그러니까, 돈이 없다고 하면서 이미 증세로 서민들한테 돈을 거둬가고 있잖아. 담뱃세부터 말이야. 그런데 부자들은 모두 금고에 돈을 쌓아두고, 기업들도 마찬가지고…. 부자들부터 제대로 세금을 거둬야지."

"어떻게 하겠어, 계속 이야기를 해야지. 우리가 어떻게 얻은 민주화인데, 지금 이렇게 후퇴해 버리면 되겠어요? 사상적으로 국민들을 이간질하고 말이야. 참으로 더티한 사회야. 그래도, 이래선 안 되니까, 계속해서 정치든, 경제든 다시 민주화를 이야기하고 싸워야지. 그래야 바뀌지 않겠어. 나부터, 당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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