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서기 인도에서 극빈층을 중심으로 매년 수백 명이 숨지고 있지만, 올해는 사망자 수가 특히 더 많았다. 희생자 대부분은 빈곤 계층과 노숙자들. 이들은 섭씨 48도로 치닫는 살인적 더위를 견디기 어려운 조건에 있었다. 우기는 평년보다 늦긴 했지만 결국 찾아왔고 더위는 가까스로 잦아들었다.
세계적인 이상기후 피해
인도 정부는 이번 폭염의 원인에 대해 기후변화를 정면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인도의 과학기술부와 지구과학부 장관인 하시 바르단(Harsh Vardhan) 박사는 "이것은 그냥 특이한 여름이 아니라 기후변화"라며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한 높은 사망자 수와 예측을 벗어나 늦게 찾아온 몬순 사이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우리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라고 말했다. 몬순 시기를 미루면서 찾아온 폭염이 기후변화의 절대적 징후라는 것이다. 인도 과기부 산하 중범위 일기예보센터(National Centre for Medium Range Weather Forecasting)에서는 기후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이미 지난해 1906년부터 2005년까지의 기록에 의거, 인도 폭염을 비롯해 극한 날씨의 빈도와 정도가 상당해지리라고 보았다.
인도의 폭염과 동시에 최근 아시아에는 '엘니뇨 가뭄'이 닥쳐 곡물 생산에 적신호를 울리고 있다. 엘니뇨(El Nino)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 혹은 '아기 예수'를 뜻하는 말로, 남미 서부 페루 연안의 수온이 평년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인데, 아시아와 아프리카 동부에는 가뭄이나 폭염을, 중남미에는 폭우와 홍수를 가져오는 등 세계 각지에 기상학적으로 각각 다른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엘니뇨 이전 가장 파장이 컸던 엘니뇨는 2010년 찾아왔다. 당시 호주는 가뭄을, 미국은 눈보라와 홍수, 영국은 겨울 한파를 겪어야 했다. 이와 관련 호주 기상청은 지난 5월 12일 "5년 만에 엄밀한 의미의 엘니뇨 현상이 발생했다"고 선언하며, 오는 9월 엘니뇨 현상이 더욱 강력해져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태평양 위의 부표들이 기록한 기온, 바람, 해류 등의 데이터가 슈퍼 엘니뇨를 예고하고 있는데 만약 이 예측이 맞다면 호주는 다시 심각한 가뭄을, 미국은 큰 홍수를 겪게 될 것이다.
식량 수급도 불안해져
엘니뇨 현상은 최근 태국, 필리핀,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세계적인 아시아 곡창지대에 가뭄 앓이를 가져왔고, 이는 농산물 생산 감소로 이어져 국제 곡물 가격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6월 18일 중국과 홍콩에서 보도된 바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태국, 필리핀 등의 강우량은 예년에 비해 40퍼센트(%) 가량 감소했다. 세계적인 쌀 재고량이 최근 이상기온으로 2008년 곡물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렀고, 국제 쌀 가격이 앞으로 40% 이상 급등하리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세계 쌀 수출 1위 국가 태국은 가뭄이 쌀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며 태국의 올해 벼 생산량을 예년의 3000만 톤보다 500만 톤 감소한 2500만 톤으로 예측했다. 또한, 주요 쌀 수출국의 공급량 감소에 따라 쌀 가격도 인상하리란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 아시아 지역의 가뭄이 내년 1월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점쳐지는 가운데 2008년처럼 식량 가격이 또다시 폭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당시 곡물 파동은 곡물 생산국의 극심한 가뭄과 원유 가격 상승 등의 요인이 겹쳐 발생한 것으로 세계 식량 가격이 전례 없이 폭등하며 식량 대란이 일어났다.
국제 온라인 매체 <바이스 뉴스(Vice News)>는 기후변화와 엘니뇨의 관계에 대해 "전에는 엘니뇨를 25년 기다려야 했다면 지금은 3년 혹은 4년마다 반복되고 있다"라며 "지구온난화가 기온, 바람, 기후 등의 불규칙적 양태를 이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엘니뇨가 기후변화에 의해 더욱 맹렬히 빈번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2013년 국제저널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가 수행한 연구도 기후변화가 가속화함에 따라 슈퍼 엘니뇨의 빈도 역시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기후변화의 심각함 인지해야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월 18일 로마 교황이 주교들에게 보내는 회칙에 200페이지 분량으로 '극단적인 기후변화를 막고 우리의 안식처인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의 흐름이 계속되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고 전례 없는 생태계 파괴가 야기되는 만큼 온실가스 증가의 주된 이유가 인간 활동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메시지는 전 세계 12억 가톨릭 인구를 향한 것이라기보다 세상을 향한 것이었다.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근의 폭염 사태와 엘니뇨 가뭄은 아직 극한 기후변화의 무서움을 일깨우기에 부족한 걸까.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가기 :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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