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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맘대로 하고 살자"

[살림이야기] 괴산언론협동조합 '느티나무통신'

충북 괴산은 도시에서 온 사람이 유난히 많이 사는 곳이다. 농민만이 아니라 다양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어우러진 농촌공동체다. 이곳에서 2013년 협동조합 언론이 태어났다. 괴산언론협동조합 '느티나무통신'은 작고 소박한 농촌의 삶을 선택한 다양한 경력의 사람들이 모여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언론 협동조합이다.

"말 좀 맘대로 하고 살자"

지난해 KBS 방송국 앞 '유기농의 진실'이라는 프로그램이 유기농업의 진정성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농민과 유기농 단체들이 모여 방송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그때 영상 카메라와 마이크를 든 두 사람이 단상 앞에 나타났다. 집회에 참여한 농민들과 생협 조합원들 앞으로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밀며 인터뷰하는 모습이 공중파 방송국 기자들 못지않다.

이 두 사람은 괴산 언론협동조합 느티나무통신의 촬영기자 김주영 씨와 총괄 이사 김의열 씨다. 유기농업인들의 자존감이 40분짜리 공영방송 하나로 무참히 짓밟혔지만, 그 억울함과 분통을 담아 낼 곳이 없었다. 오로지 느티나무 통신만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농민들이 쏟아 내는 울분을 카메라에 담을 뿐이다. 그 이후 느티나무통신은 한살림생산자연합회의 지원으로 한살림농부들의 이야기인 '또 다른 유기농의 진실'을 다큐멘터리로 제작·배포했다. 이렇듯 느티나무통신은 언로가 차단된 이야기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 느티나무통신(gsnews.or.kr)과 느티나무TV(nttree.tv)에는 괴산 군민들의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느티나무TV 홈페이지

느티나무통신이 세상에 나온 것은 어느 밥 모임이 계기가 되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2012년 12월 말 즈음, 괴산의 농촌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가는 10여 명의 사람들이 식당에 모여 밥을 먹다가 돌연 지역신문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차광주 이사장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해 보자는 것"이었고 지역 소통이 큰 이유였다고 말한다. 괴산군은 어떤 정책을 내놓고 시행하고 있는지, 지역단체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 주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농부들의 삶은 어떤지 서로 모르고 사는 게 안타까워서였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하자는 것에는 쉽게 의견을 모았다. 대개 농협이나 영농조합법인에 참여하고 있거나, 각기 마을공동체나 지역공동체에 몸담고 있어서 협동조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다음 해인 2013년 1월 23일에 76명의 발기인이 모였고, 4월 25일에 <느티나무통신>을 인터넷에 내걸었다. 누구는 '날림 공사'라고 '얼렁뚱땅 만든 것'이라고 농담하지만, 지역언론을 말로 처음에 꺼낸 것은 2008년이었으니 한참 전이다. 다만 돈이 걸림돌이었다. 2009년 인터넷카페를 먼저 운영하면서 종이매체를 발간하자고 다시 얘기가 나왔지만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아 또 물러서야만 했다. 한 발을 내딛었다면 걸어 나가고 말을 꺼냈으면 실천해야 하는 것이 순리라면 느티나무통신은 '날림 공사'도 아니고 '얼렁뚱땅 어떻게 하다 만들어 낸' 것도 아닌 순리의 결과다.

광고 없이 월구독료 5000원 영상제작 외주 수익으로 운영

처음 힘을 보탠 사람들은 72명과 4개의 단체였다. 괴산에서 오랫동안 친환경농업을 일궈 온 토착 농부들과 젊은 귀농자들, 괴산지역을 비롯해 전국의 한살림 조합원들, 영농조합 조합원, 전교조 교사, 해직 공무원, 영상촬영 전문가 등 경력이 다양한 사람들이 발기인과 조합원, 주민기자와 구독자로 참여했다. 올해로 세 번째 총회를 치른 느티나무통신은 조합원 83명과 주민기자 38명이 활동한다. 조합원과 구독자가 내는 5000원의 월구독료와 영상제작 외주수익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느티나무통신의 가장 큰 자부심은 '독립 재정'이다. '광고 없는 언론'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 나간다. 일방적인 지원금은 절대 사양이다.

느티나무통신은 지난해 네 차례 종이신문을 발행했다. 발간 부수가 평균 2000부 정도로 얼마 되지 않지만,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종이신문을 발간하지 않는다. 효과에 비해 재정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차광주 이사장은 명확하게 답을 얻었다고 말한다.

"종이신문에 대한 미련은 버렸다. 독자들이 종이 글을 읽을 여유가 없다. 영상매체의 비중을 높이고 싶다."

느티나무통신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소통의 매체로 호응을 얻고 있는 흐름에 맞춰 인터넷신문을 기반으로 다큐멘터리와 교육프로그램 영상 강좌를 제작해 <느티나무TV>에 올린다.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함께 운영하며, 652명이 참여하는 모바일커뮤니티도 소통의 장으로 활용한다.

주민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인기, 글쓰기 등 강의도 열어

느티나무통신의 운영·관리는 차광주 이사장과 김의열 이사, 영상단장 김주영 씨의 몫이다. 모바일커뮤니티를 통해 올라오거나 기자들이 보내오는 기사를 인터넷신문에 올리고 페이스북과 블로그로 퍼 나르는 일은 김의열 이사가 담당한다. 영상단장 김주영 씨는 교육 강좌나 현장을 찾아다니며 카메라에 담는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팽목항에 직접 찾아가 현장 취재한 영상은 큰 울림을 안겨 줬다. 차광주 이사장은 편집장이다. 올라온 글은 항상 그의 손을 거친다.

느티나무통신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작지만 아기자기한 재미난 생활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장이다. 38명의 주민기자가 그만큼 소중하다. 자신의 일상을 글로 표현해 통신에 올리는 일이 간단하지 않지만, 괴산북중학교 김석규 교사를 비롯해 차광주 이사장이 매주 여는 글쓰기 교실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 세 사람은 느티나무통신 운영·관리를 총괄한다. 왼쪽부터 김의열 회계 총무 이사, 편집장 역할을 하는 차광주 이사장, 김주영 영상단장. ⓒ느티나무통신

어려움은 많지만, 느티나무통신 구독자는 계속 늘고 있으며, 특히 느티나무TV의 영상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 최근 한살림서울 요리학교 선생님이 직접 진행한 '한살림요리학교'가 가장 인기가 높다. 이외에도 훌륭한 어르신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는 교육 강좌 영상은 꾸준히 조회수를 늘리고 있다. 조회수가 5만 건으로 가장 높은 현직 일간지 기자가 강의한 연 사진 강좌다. 2위가 인문학공부다. 생활 글에서 사람들에게 회자됐던 것은 철물점을 운영하면서 손님들과 벌어진 이야기를 담아낸 정연도 씨의 이야기다. 솔뫼농장 작은도서관 관장인 노미경 씨의 '술 때문에 아빠를 바꿨다'는 2만2000건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다. 지역사회에서 교육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실천하고 있는 괴산북중 김석규 교사가 쓴 '괴산증평 청소년 인문학교실, 맹자 공부 시작해'는 두 달 만에 조회 수가 3만 번을 넘었다. '누리아빠 김관식 농부의 좌충우돌 농사 이야기'는 초보 농부의 일상과 실수담이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느티나무통신의 자부심은 광고 없는 인터넷신문과 TV다. 원고료 한 푼 없고 활동비가 보잘것없어도 진실만을 충실히 담아내는 순수한 언론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괴산에 들어온 지 30년이 채 안된 젊은 사람들이 벌여 놓은 판에 토박이 선배 농부들은 옆에서 박수를 쳐 주고 밥 챙겨 주고 자리를 채워 주며 힘을 보탠다. 이런 든든한 지원이 있으니, 괴산 언론협동조합 느티나무통신은 지역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느티나무처럼 더 깊게 더 넓게 자리를 잡아나갈 것이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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