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의 배급이 또 다시 화두다. 얼마 전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광화문에 있는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를 올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영진위는 남은 예산으로 지역독립영화전용관을 신설하겠다고 했지만,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영화를 상영해온 인디스페이스에 대한 보복성 처사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영화<어벤져스2>는 경이로울 정도의 극장 점유율을 보이며 최단기간 천만 관객을 훌쩍 넘어섰다. 대부분의 극장을 한 영화가 장악하는 바람에 독립영화는 물론이거니와 블록버스터가 아닌 다른 상업영화를 보기도 힘들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독립영화도 극장에서 흥행을 할 수 있다는 반론으로 들 수 있겠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영화는 대형 배급사가 배급을 맡은 작품으로서, 독립영화배급에서 조차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 될 수도 있다.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인가. 2000년대 들어서 독립영화 전용관을 만드는 운동이 벌어지고, 어느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의 많은 관객에게 독립영화는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극장을 통한 배급만이 아니라, 다른 전략도 동시에 필요하지 않을까. 퐁당퐁당 상영시간표에 사이에서 겨우 시간을 맞춰서 보는 영화가 아니라, 내 주변에서 상영회는 영화. 혹은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함께 보는 방식은 불가능할까. 이른바 대안적인 배급방식에 대한 고민이 다시금 필요한 시점이다.
<ACT>에서는 열한번 째 기획대담으로 독립영화 대안배급활동에 대해 다뤄보기로 했다. ‘모두를 위한 극장’(이하 모극장)은 비극장 대안상영을 주로 하고 있는 협동조합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활발하게 비극장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이어오고 있다. 대담을 함께 한 곳은 얼마 전 결성된 ‘다큐유랑’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나서서 직접 배급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공미연, 김청승 두 감독을 모셔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기획대담은 4월 중순 미디액트 인근의 한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두 단체는 각자 다른 입장에서 비극장 상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유랑 상영을 위해 다큐 감독들이 모였다
다큐유랑의 공미연 감독은 서울영상집단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자전거, 도시>라는 장편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배급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던 차에 다른 제작자들에게 제안을 했다. 자신이 만든 영화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은 감독들이 모여서 다른 배급 방식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결성이 되었다. 다큐유랑은 현재, <늘샘천축국뎐>을 만든 늘샘 감독, <니가 필요해>를 만든 김수목 감독, <바보들의 행군>을 만든 나바루 감독, <불안한 외출>을 만든 다큐창작소, <자전거, 도시>를 만든 서울영상집단이 함께 하고 있다.
공미연(다큐유랑) : 일차적인 행동으로 다큐에 관심 가지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홍보를 하기 위해 일단 전단지를 만들었다. 극장이 아닌 곳에서 상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서 상영하거나, 정기적인 상영을 기획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독립다큐멘터리 영화가 극장 개봉 중심으로 가는 것에 대해 다른 방법은 없는지. 배급사가 없는 작품은 보여줄 공간이 없는데 이에 대해 함께 고민을 나눠보고자 시작했다. 배급사가 있는 작품도 같이 하고 있는데, 역량의 한계 때문에 배급사가 공동체 상영까지 신경 쓰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하고 있는 다큐멘터리가 주로 상영되는 방식으로 극장배급이 적절한가 했을 때 회의적이다. 그런데 비극장 중심의 배급사는 없다. 최근에 배급의 문제가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비극장 상영방식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독립영화 배급은 시작부터가 비극장, 공동체 상영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정권에 비판적인 독립영화가 기존 극장에서 상영될 리는 만무했다. 사람들은 대학교 강당문을 걸어 잠그고 사수대를 꾸려서 영화를 상영했다(<파업전야>). 혹은 집회에서 영상을 보거나 비디오로 복사한 영상을 몰래 노동조합에서 봤다(노동자뉴스제작단).
과거와 현재에서 비극장 상영이 얘기되는 맥락은 물론 다르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다양한 영화를 관객들이 만나기 힘들다는 점은 동일하다. 모극장의 활동도 이러한 고민 속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관객 공동체 운동이 필요하다
‘모두를 위한 극장’에서 ‘모두’에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포함된다. 생산자에게는 상영의 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모극장에서는 공동체 상영회, 시민 프로그래머 양성 워크숍 등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남훈(모극장) : 최근에는 관객 공동체를 어떻게 개발할지 고민 중이다. 사회적 경제나 마을 공동체 관련한 이슈가 있기 때문에 협동조합을 통해서 배급망을 구축하고자 한다. 전국에 공간이 몇 개 혹은 상영에 관심 있는 사람이 몇 명 이상이면 하나의 영화를 배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부산과 전주 지역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진행했는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서울의 활동이 그대로 지역에 적용되지 않고, 이미 수요가 있는 곳에서는 상영회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부터 공동체 배급을 시작하고 있는데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영화를 준비 중이다. 지역마다 혹은 영화를 보는 방식마다 관람의 형태가 조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여러 지역에서 사업을 편성하고 지속적인 관람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매뉴얼을 만들고자 했다. 장기적으로는 작은 영화관도 시민 주최라고 볼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그 틀에서 공동체 배급을 활성화 하고자 한다.
모극장이 처음부터 배급 중심의 활동을 했던 것은 아니고, 원래는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영화 산업에 대한 스터디 모임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모임을 만들게 됐는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협동조합으로 방향을 잡았다. 처음엔 어려움이 있었는데 협동조합 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생각보다 쉽게 만들어졌다. 한국 영화 산업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유통 문제라고 봤었다. 독과점, 기회의 문제, 문화 향유권의 차이 등등. 이런 문제의식에서 다른 방식으로 배급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비극장’이라는 말을 주로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산과 전주 지역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진행했는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서울의 활동이 그대로 지역에 적용되지 않고, 이미 수요가 있는 곳에서는 상영회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부터 공동체 배급을 시작하고 있는데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영화를 준비 중이다. 지역마다 혹은 영화를 보는 방식마다 관람의 형태가 조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여러 지역에서 사업을 편성하고 지속적인 관람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매뉴얼을 만들고자 했다. 장기적으로는 작은 영화관도 시민 주최라고 볼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그 틀에서 공동체 배급을 활성화 하고자 한다.
모극장이 처음부터 배급 중심의 활동을 했던 것은 아니고, 원래는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영화 산업에 대한 스터디 모임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모임을 만들게 됐는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협동조합으로 방향을 잡았다. 처음엔 어려움이 있었는데 협동조합 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생각보다 쉽게 만들어졌다. 한국 영화 산업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유통 문제라고 봤었다. 독과점, 기회의 문제, 문화 향유권의 차이 등등. 이런 문제의식에서 다른 방식으로 배급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비극장’이라는 말을 주로 쓰기 시작했다.
올해에는 공동체 상영 중계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관객입장에서 가장 힘든 것은 어떤 주제를 다룬 영화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공동체 상영의 경우 최소한의 상영료 기준을 두고 있는데 그것을 맞추기가 힘든 경우도 많다. 상영료를 인원수로 일인당 5천원씩 할 수는 없는지. 이런 조사를 통해서 일종의 상영 중계 플랫폼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상영 공간 매칭이나 주제별로 영화 매칭을 해주는 것이다.
공미연 : 배급을 하면서 고민이 드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큐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개봉을 했던 작품이 아니면 배급이 더욱 어렵다. 독립영화에 애정을 가지고 최소한의 홍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개봉을 전제로 하지 않는 작품들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비극장 상영·공동체 상영을 해보고자 하는 적극적인 관객들도 개봉작 홍보를 통한 최소한의 정보에 의지해 작품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비개봉작들은 쉽게 소외되어버린다.
김남훈 : 정기상영회를 편성하는데 있어서, 지역관객들은 단편영화나 독립영화에 대해서 정보가 부족하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한 소구는 있다. 지역 생협과 함께 정기상영회를 중심으로 가는 전략을 고민 중이다. 정기상영회에서 트는 영화는 상업 영화는 아니고, 사회혁신 콘텐츠라는 것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사회혁신 콘텐츠는 재미 중심의 콘텐츠보다는, 내용이나 주제가 있는 콘텐츠를 말한다. 생협 조합원들도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있다. 대기업 등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그램 선정에 있어서 호의적인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겠냐 지루하지 않겠냐 하는 부분에 있어서 고려는 있다(웃음). 아이쿱 구례 생협에서는 직접 극장을 만들어서 운영을 하고 있다. 나중에 선순환 고리가 잘 형성이 되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선투자를 받는 조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ACT!: 비극장 배급의 비용은 얼마인가? 극장개봉의 경우에는 수천만원이 든다고 들었다.
김남훈 : 비극장 상영의 경우 배급비용은 크지 않다. 작품을 보내는데 초기에는 보안장치가 있는 USB를 활용했는데, 최근에는 DVD로도 보내고 있다. 그럴 경우 실제 배급비용은 우편료 정도 드는 것이다. 초기에 홍보에 집중하는 홍보물 제작비용이 들어가는 정도다.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공미연 : 얘기를 듣다보니 다큐 유랑의 지향점과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배급사 주도의 배급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배급사가 있다 보면 아무래도 모든 것을 배급사에게 맡기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게 유효한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결국은 배급사들이 배급루트를 쥐고, 배급사들이 제안하는 작품들 안에서 상영기회가 주어지는 것 아닌가?
ACT!: 배급사가 모든 것을 맡는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공미연 : 자본과 힘이 있게 되면 자본의 논리가 있게 마련인데, 그런 측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자본의 가치에 휩쓸리게 된다는 것. 예를 들어 배급사가 있는 작품들은 그 안에서도 또 소외되는 영화들이 있는 것 같다. 같은 배급사 작품들 사이에서도 우선적으로 극장개봉을 하게 되는 작품, 공동체상영 위주로 배급되는 작품, 해외영화제 출품이 위주가 되는 작품, 이도 저도 아닌 작품들로 나뉘게 된다. 분류의 기준이 배급사의 신념에 따른 것인지 예상수익에 따른 것인지는 확언할 순 없지만, 주류시장경제체제 안에 있는 극장과 배급사가 기본적으로 얼마나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김청승(다큐유랑) : 국내 다큐 쪽만 보면 배급사는 실질적으로 2군데 정도다. 대부분 시네마달에서 배급을 하는데, 이상한 독과점 형식이 있는 것 같다. 단순히 공간의 개수 문제라기보다는 다양한 취향과 관점이 반영된 다양한 루트가 있어야 한다. 독립다큐를 볼 수 있는 방법은 몇 안 되는 배급사를 통하는 것으로 단일화 되어있다. 반대로 얘기하면 소수의 배급사와 극장이, 다양하기 이를 데 없어야 할 독립영화의 배급루트를 전담하고 있고, 우리는 여기에만 의지하고 있을 뿐이다.
김남훈 : 사실 고민인 부분이 있다. 지역이 요구하는 영화의 경우 일반적으로 문화향유권이 약하기 때문에, 많이 알려진 영화를 선호하는 게 사실이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변화시키냐고 했을 때, 접근성 부분에서 취향 등을 변화시키고 싶지만, 어떤 식의 큐레이션을 통해서 유도를 할지 고민이 많다. 각각의 영화마다 다른 채널이 있을 텐데 말이다. 감독이 스스로 조합원이 돼서 자신의 영화에 대한 이슈를 확산하는 식의 참여가 필요한 것 같다. 만약 규모가 더 커지면 그에 따라 파생되는 이해관계가 있을 것이고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조직보다 협동조합의 경우에는 좀 더 건강하게 고민을 진행 할 수 있는 것 같다.
한국 독립영화의 배급 환경에 대하여
김청승 : 개인적으로 원래 배급 환경에 불만이 많았다. 다큐유랑의 활동을 통해서 배급사와 제작자에게 동시에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 배급사 입장에서 공동체 상영은 뒷전이 되거나, 제작자는 배급사에게 맡기고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 것 말이다. 다큐유랑은 기본적으로 내 작품을 내가 홍보하는데, 거기에 다른 작품도 같이 홍보하자는 것이다. 함께 일을 나누다보면 물리적·경제적 부담도 나누고 덜게 된다. 예를 들어 전단지도 4만원 들었는데 다섯팀이 함께 하니까 각자 만원도 안 들었다.
공미연 : 사람들은 수동적인 것 같다. 극장에 걸려있는 것을 내가 가서 보고 싶지, 내가 어떤 영화를 찾아서 나의 소모임에서 영화를 틀어보자는 식으로까지 주체적이지는 못하다. 소모임에서 틀어주는 영화를 보는 것도 결국은 소극적인 활동인 것 같다. 내가 왜 다큐를 봐야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출발해야 탄탄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극장도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있는 조직이라는 루트를 잡는 것보다 한사람 한사람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ACT: 모극장은 왜 비극장을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나?
김남훈 : 기존 극장 배급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CJ 아트하우스 등등이 적극적으로 독립영화 배급에 진출하는 것을 봤을 때, 논쟁이 많고 복잡하기는 하지만, 점점 더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제작하는 입장에서 영화를 계속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고. 관람하는 입장에서도 다양성이 존중되는 부분은 대안적인 형태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미연 : 극장 개봉이 중심이 되면서 제작지원도 극장 개봉이 목적인 영화를 대상으로 한다. 영화제에서 상을 줄 때도 극장배급지원을 하는 상을 준다. 제작하는 환경자체도 배급과 연결이 된다. CJ도 작품 제작지원 선정과 배급을 같이 한다. 그렇게 되면 대중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대중적이고 재밌는 영화를 만들도록 강요받게 된다.
김청승 : 독립다큐 진영 안에서도 점점 더 특정한 양식으로 한정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어떤 틀을 가지고 그 시스템에 들어가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다. ‘변방에서 중심으로’라는 구호처럼 말이다. 하지만 주류가 아닌 소수자의 취향과 입장을 대변하는 독립다큐는 변방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어느 순간 독립영화 제작자도 극장 시스템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관객들도 굳이 푹신한 극장 의자에 앉아서 영화를 보려 할 뿐이다. 제작자와 관객 모두 더 이상 비주류의 불편함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김남훈 : 요즈음 배급지원 시즌이라서 고민이 많다. 배급 지원 정책도 다 극장을 중심으로 되어있다. 감독님이나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극장이라는 부분을 놓기 어렵다. 하지만 요즈음의 현실을 보면 여러 가지 차원에서 극장 배급의 한계가 보이는 것 같다. 곧 터닝 포인트가 오지 않을까 싶다.
ACT!: 그럼에도 극장배급이 제작자 입장에서는 영화를 관객들에게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하는 고민이 있다.
김청승 :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작자들마다 다르다. 극장을 선호하는 제작자들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제작자들도 있다. 현실적인 방법으로 극장만이 답인 것처럼 얘기가 오고가는 것도 불편하다. 언제부터 다른 노력들은 모두 접고 극장만 보고 있게 됐는지 모르겠다. 고민하기에 따라 다른 방법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극장 개봉하는데 대략 최소 3천만원이 드는데 1년에 3천만원을 주고 상영활동가 한명을 고용해서 전국을 다니면서 상영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독립 다큐는 반자본주의적인 영화가 많은데 배급 방식에 있어서는 자본주의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것 같다. 독립영화가 배급의 부분에 있어서는 독립적인 방식을 별로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영화와 관객을 어떻게 매개할 수 있을까
ACT!: 모극장에서 했던 비극장 상영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다.
김남훈 : 랩톱 영화제가 있었다. 감독이 노트북을 들고 와서 각자의 영화를 트는 것이다. 공동체 상영이라고 했을 때 관객과 영화를 매개하는 것이 영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것이 뭘까 하는 고민 속에서 여러 가지 방식의 상영회를 개최했다.
만약 랩톱 영화제에서 영화만 보고 끝난다면 이 공간이 그저 불편한 공간으로만 남을 것이다. 따라서 영화와 매개되는 행사는 어떤 방식이 되어야할지 고민이 있다. 예를 들어 ‘늘씨네와 벗들’이라는 행사에서는 영화를 보고나서 술을 먹는다. 게스트를 앉혀놓고 1,2시까지 계속 술을 먹으면서 관객들과의 관계를 만든다. 각 공간별로 다양한 형태의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늘씨네와 벗들을 진행하면서는 좀 놀랐다. 관객수는 처참했지만 영화를 보는 방식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중에서 차우진씨와 성기완씨가 왔을 때가 인상적이었다. 차우진씨는 <혜화동>을 같이 보고 주인공 각각의 테마 음악에 대해 얘기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성기완씨도 마찬가지로 음악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감독들 보다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이 더 재밌는 것 같다(웃음).
김청승 : 극장에서 먹고 떠들 수 있는 극장 환경이 좋다. 고향이 지방이었는데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는데 영화 속에서 심은하가 첫 등장하자 단체로 온 남고생 관객들이 기립 박수를 치더라. 그때의 경험이 좋았다. 극장은 너무 엄숙하다. 영화라는 게 꼭 어둠 속에서 침묵하며 보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를 보는 방법도 다양할 수 있다. 영화를 적극적으로 볼 수도 있다. 요리로 치면 사먹는 것보다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더 맛있게 느껴질 수 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관객을 만나기 위해서 품을 들여야 하고, 관객들도 작은 영화를 보려면 품을 팔 수 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독립 다큐를 사람들이 너무 모르고, 공동체 상영이 뭔지도 잘 모른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독립 이전에 자립!
공미연 : 구체적인 것은 없지만 일단 주변에서 상영할 수 있는 곳을 찾으려고 한다. 제작자들이 만드는 영화 캠프를 구상하고 있다. 다큐유랑은 이제 시작이다. 다큐 유랑 자체가 각자 배급 활동을 열심히 하고 정보 공유를 하면서 격려해주자는 차원이다. 지역에서 하는 영화제에 가서 상영도 하고 물건도 팔면서 유랑다운 유랑을 해볼 생각이다.
김청승 : 영화제도 경쟁률이 높아져서 웬만해선 상영되기가 힘들다. 선택 당하는 영화제가 아니라 감독들이 스스로 만드는 영화제를 해보고 싶다.
김남훈 : 모극장은 플랫폼 준비하는 것도 있고, 콘텐츠도 더 많아져야 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작년에 적자를 많이 봤다. 작년처럼 가면 파산의 위기가 있어서 올해는 제정 규모를 갖춰야한다. 올해는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김청승 : 자립이 중요한 것 같다. 독립 이전에 자립이다(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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