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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빗이끼벌레,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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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빗이끼벌레, 더 커졌다

[함께 사는 길]강의 경고·②

4대강사업 이후 4대강 곳곳에서 생태계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큰빗이끼벌레는 4대강사업 이후 생태계 이변을 알리는 대표적인 지표종이다. 무척추동물 태형동물의 한 종류인 큰빗이끼벌레는 유속이 느린 곳에서 정착해 조류나 플랑크톤을 먹고 살며 기본적으로 흐르는 하천에서는 살기 힘든 생물이다. 하지만 지난해 4대강 전역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한 것이다.

4대강사업으로 4대강의 유속이 느려지고 녹조 등이 번식하면서 큰빗이끼벌레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현장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4대강사업과 관련이 없다던 환경부도 지난해 12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보 설치 등으로 유속이 감소한 것이 원인이라며 4대강사업이 큰빗이끼벌레 창궐을 불러왔음을 인정했다.

▲ 지난 6월 낙동강에서 발견한 큰빗이끼벌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대강 곳곳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했다. ⓒ정수근

올해도 나타난 큰빗이끼벌레, 물고기 폐사도 계속

4대강 수문이 열리지 않는 한 올해도 큰빗이끼벌레는 4대강 곳곳에서 창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월 발견됐던 큰빗이끼벌레는 올해는 6월부터 금강과 영산강, 낙동강 일대에서 발견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4대강의 호수화가 지속되고 수질도 악화되면서 큰빗이끼벌레가 지난해보다 더 넓은 지역으로 번지고 대량으로 번성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장 활동가들은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환경부는 큰빗이끼벌레가 유해성이나 생태 독성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체수역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대량 사멸할 때 용존산소 부족과 암모니아 농도를 증가시켜 수중 동식물 서식환경에 많은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충남발전연구원의 조사 결과 등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4대강사업 이후 기존 강에서 살던 어류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 4대강사업 이후 금강 백제보 물고기 떼죽음 등 4대강 곳곳에서 물고기 떼죽음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엔 어민들이 낙동강에 쳐놓은 통발에서 어류들이 죽은 채로 올라오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낙동강 내수면 어민총연합회에 따르면, 어류 폐사가 발생한 지역은 부산 강서구 낙동강 하굿둑에서부터 경남 김해, 밀양, 양산, 창녕에 이르기까지 함안보 아래 낙동강 하류 전역으로 전례가 없던 일이다. 어민들의 제보로 현장을 방문한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은 낙동강 대저와 삼락 지역 등에서 통발 40여 개를 거둬 확인한 결과, 통발 속 동자개·새우 등 70~80%가 죽어 있었다고 전했다.

▲ 낙동강 하류에서 죽은 채로 건져진 물고기와 새우. ⓒ정수근

어민들은 "낙동강 하굿둑과 낙동강 보가 만들어진 후 낙동강이 죽음의 강이 돼버렸다. 여름만 되면 녹조가 짙게 피고, 고기는 씨가 말랐다. 강바닥이 뻘로 뒤덮여 바닥에서 가스까지 올라온다. 강바닥엔 생물이 살 수 없다. 물고기도 살 수가 없다. 최근엔 그나마 약간씩 잡히는 물고기도 통발마다 대부분 죽어서 올라온다. 강바닥엔 산소도 없고 뻘로 뒤덮여 고기가 살 수 없다. 이러니 우리 어민들도 살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번 낙동강 어류 집단폐사의 원인으로 강 저층부의 산소부족을 지목하고 있다. 이달 초 2차례 수질검사를 한 결과 저층부 용존산소량(DO)이 모두 4ppm 이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왜 용존산소량이 부족해졌는지에 대해선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며 원인을 밝히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현장 활동가와 어민들은 4대강사업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용존산소량 부족의 원인은 대형 보로 인해 유속이 느려지고 강바닥은 뻘층으로 변해 혐기성 부패가 진행되고 있으며, 녹조창궐과 낙동강 수온상승 때문임이 틀림없다"며 "이제는 낙동강의 자체 정화 능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심각한 위기임을 판단해야 할 시기로 돌입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4대강사업 후 강바닥의 뻘층화는 지난해 4대강 현장조사에서 확인한 사실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현장조사 당시 보 직하류 일부 구간을 제외한 전 구간에 최소 2~10센티미터(㎝) 이상 저질토가 쌓여 있었다. 강은 물과 함께 모래와 자갈 그리고 오염물질들을 이동시키는데 입자가 크고 무거운 모래와 자갈은 강바닥에 가라앉고 미세한 오염물질들은 바다로 흘러간다.

하지만 보로 인해 물의 흐름이 막히면서 미세한 오염물질들이 흘러가지 못하고 강바닥으로 가라앉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미세한 저질토가 쌓이면 모래 속에 사는 생물은 갈 데가 없어지고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이 층은 무산소층으로 변해 더 이상 생물들이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지난 6월 21일 낙동강 내수면 어민들이 낙동강 보를 해체해달라며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수근

보를 해체하라

지난 6월 21일 낙동강 내수면 어민총연합회 소속 부산·경남 어민들 100여 명은 낙동강 하굿둑에서 해상 시위를 벌였다. 이 외침이 어민들만의 것이겠는가. 4대강에 살던 뭇 생명들의 외침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는 더 이상 살 수가 없다. 우리는 보상도 필요 없다. 하굿둑과 낙동강 보만 허물어 달라. 강물이 흐르도록 해 달라. 그래야 물고기도 살고 우리도 산다. 그러니 저 천하에 쓸모없는 하굿둑과 낙동강 보를 해체해 달라."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가기 :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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