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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청와대 주장 일축 "위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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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회, 청와대 주장 일축 "위헌 아니다"

오히려 '강제성 강화' 의견 내…박근혜, 거부권 행사하면?

청와대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회가 공식 입장을 내고 문제가 없다고 밝혀 주목된다.

국회 사무처는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국회법 개정의 의미는 국회가 부당하게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법률의 위임을 벗어난 행정입법을 합리적으로 수정함으로써 국회의 입법권을 보장하려는 것"이라면서 청와대의 지적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회는 특히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 "헌법상 정부의 행정입법권과 대법원의 행정입법 심사권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상임위가 정부에 수정·변경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심사과정에서 정부의 입장을 듣고 여·야 위원들이 충분한 토론을 거쳐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가능"하다며 "국회의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변경 요구 권한이 남용될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또 사법부의 심사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 "행정입법에 대한 사법부의 통제는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위법한 행정 입법의 효력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하는 것과 대법원의 심사권이 충돌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즉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하지도, 사법부의 심사권과 충돌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이다. '3권 분립'에 위배된다는 청와대와 일부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앞서 국회법 98조 2항에 대한 개정안은 지난달 29일 여야 합의로 추진됐고, 재석의원 244명 중 211명이 찬성(반대 12명, 기권 21명)해 의결됐다. "상임위원회가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요구를 받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이를 처리하여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한 내용을 담았다.

국회 사무처는 이와 유사한 입법 사례도 제시했다. 국회법 84조 2항 결산 시정 요구의 "(…)국회는 (…)그 시정을 요구하고, 정부 또는 해당기관은 시정 요구를 받은 사항을 지체없이 처리하여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는 부분, 국정감사법(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16조 3항의 "정부 또는 해당기관은 제2항의 시정요구를 받거나 이송받은 사항을 지체없이 처리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는 부분이다.

이미 예산결산특위나, 국정 감사를 수행하는 상임위가 국회의 권한으로 행정부에 유사한 것을 요구할 수 있게 돼 있으므로, 이번 국회법 개정안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국회 법제실, 오히려 국회 권한 더 강화해야

국회 법제실도 "국회의 행정입법 수정·변경 요구권 관련 논점"이라는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가 행정입법을 직접 제·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수정·변경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행정입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며 "국회는 법률의 제·개정을 통하여 행정입법을 통제할 수 있는 입법권을 보유"한다고 설명했다. 역시 위헌 소지가 없다는 말이다.

법제실은 "일부는 대법원의 명령·규칙 심사권의 침해 가능성도 주장"하지만 "이는 구체적인 소송에서 해당 행정입법의 효력이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사법부가 법률에 따라 행정입법의 효력을 심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소송을 전제하지 않는 국회의 통제권한과는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국회 사무처의 입장과 같다.

법제실은 "오히려 소송이 제기(국민의 피해 이미 발생)되기 전에 위법한 행정입법으로 인한 국민의 권리침해를 국회에서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순기능 강화"될 수 있다고 했다.

법제실은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부를 통제하는데 미흡하다는 지적까지 내놓았다. 모호한 표현을 바로잡고, 개정안의 취지를 더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제실은 "통제대상이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제출한' 행정입법으로 규정되어, 개정 규정이 미제출된 경우나 기존 규정은 법률상 명시된 통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나아가 미제출시 행정부를 제재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장관이나 처장을 두고 있는 일반 부처가 아닌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합의제 행정기관의 각종 '규칙, 규정' 등이 이번에 개정된 국회법의 의한 통제 대상이 되는지 등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의 규칙, 내규 등도 포함될 필요가 있는지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고 법제실은 지적했다.

국회의 통제 범위를 더 넓힐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법제실은 행정소송법 제 6조 역시 개정 검토가 가능하다고 했다. 법원의 명령·규칙 심사결과를 행정안전부 장관 외에 국회에도 송부하도록 하여 상임위와 법제실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입법 이후 사후 통제권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들이다. 이는 선진국의 입법권 강화 추세와 맞물려 있는 일이기도 하다.

박근혜 "받아들일 수 없다" 강경한 이유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 파문과 관련해 법원은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현재 불거지고 있는 것은 크게 청와대와 국회간 갈등, 더 세부적으로는 청와대와 여당 내 비박계의 갈등이다.

쟁점은 두가지다. 먼저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해 "국회법을 개정한 것은 법원의 심사권과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냈다. 위헌 논란이다. 두번째로 강제성 논란이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국회법 조항의 강제성 유무에 대한 입장이 먼저 통일이 돼야한다"고 국회에 요구했다. 즉 위헌 논란과 별개로, 이 법안의 강제성이 어느 정도이냐 하는 부분이다.

위헌 부분과 관련해서는 국회의 이날 반박 자료로 명확해졌다. 청와대도 지금은 신중한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위헌'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다만 "과거 국회에서도 이번 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에 대해 위헌 소지가 높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않은 전례가 있"다는 언급만 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부가 주도하는) 국정을 마비"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국회가 정부의 시행령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경우 정부가 일을 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이는 '강제성'과 관련이 있다.

민경욱 대변인이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강제성 유무에 대한 입장이 먼저 통일돼야 한다"는 것도 맥이 같다. 현재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의 해석이 제각각인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야당은 일단 "강제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국회법 개정안이 잘못된 세월호 시행령을 바로잡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행령 개정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해석을 해 둬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강제성은 없다"고 주장한다. 시행령 개정의 경우 소관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여당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개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든다. 법 조항 역시 국회에 처리 상황을 "보고"하는데 그치고 있어, 이것을 두고 "강제성을 갖는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회는 현재 위헌 여부에 대해, 그리고 강제성 여부에 대해 청와대나 친박계 의원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위헌은 아니며, 강제성은 있되, 미비하다는 것이다. 지금 국회의장, 국회사무총장은 모두 비박계 정치인들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만 남는다. 박 대통령은 위헌 여부 및 강제성 여부를 떠나 이 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발언했다. 세월호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비박계 지도부와 야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법안 자체에 대해 불편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만약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정치 문제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모양새도 이상하다. 국회법은 국회 운영에 관한 법이다. 국회의원들이 결정한 국회 운영 방안에 대해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명분도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법 개정안은 뇌관이다. 청와대가 한수 접는다면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강하게 밀고 나갈 경우, 비박계와 청와대간 일전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내년 총선 공천권을 앞둔 상황에서 청와대-친박'과 '비주류'간 결투는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실은 주요 선진국 의회의 행정입법 통제 제도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다음은 법제실 보도자료의 일부다.

○미국 : 양원 의결로 '입법적 거부' 채택 가능

- 입법적 거부(Legislative Veto) : 행정입법안을 의회에 미리 제출, 의회의결로 행정입법을 '무효화'
- 1932년 후버대통령이 행정조직 관련 대통령령은 의회 일원에 의하여 거부가능함을 동의하면서 시작, 개별 법률에 의회거부권 명시(1983년에는 210개 법률에 320개 의회거부권 조항 명시, 1932-83년까지 230여건 거부권 의결)
- 위헌판결(1983년 Chadha 판결) : 행정입법을 '무효화'하려면 법률의결과 동일한 수준의 요건(양원의결/대통령서명)이 필요하다는 취지
- 1996년 의회심사법(Congressional Revier Act, CRA) 제정 : 행정입법 시행 60일전에 의회와 GAO에 안 제출 → GAO 검토보고 → 양원의결로 거부가능(대통령 서명으로 효력발생)

○독 일 : 헌법 또는 개별법에 따른 '동의권유보' 등

- 동의권유보 : 의회동의를 행정입법의 유효요건으로 규정(기본법§80②상의 지방사무 관련 연방행정입법 등에 대한 연방참사원의 동의권, 개별 수권법률상 연방의회의 동의권) ☞ 전체 행정입법의 40%에 적용된다는 통계有
- 수정권유보 : 의회의결로 행정입법 내용을 수정 가능하도록 개별법에 유보(상법§292④ 등)
- 폐지권유보 : 행정입법 공포 후에도 의회의 의결로 폐기 가능(통상 폐지권유보가 가능한 기한을 설정)

○영 국 : 개별법에 따른 '거부' 또는 '승인'

- 연 3,500여개 행정입법이 제정. 전체의 2/3는 의회통제 없이 효력 발생
- 나머지 행정입법은 의회에서 거부절차(Negative Procedure) 또는 승인절차(Affirmative Procedure)를 거치도록 수권법률에서 규정. 거부절차가 승인절차보다 빈번하게 활용
- 거부절차 : 행정입법 제정 후 일정기간 내에 의회의결로 무효화
- 승인절차 : 행정입법 제정 시 의회의결이 있어야 효력발생
- 상하원 합동, 상원, 하원에 각각 행정입법(검토)위원회 등을 운영

○일 본 : 사후 국회승인 등을 규정한 일부 법률 사례 존재

○프랑스 : 헌법이 법률사항을 열거, 행정입법 범위가 광범위하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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