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의 상임위 상정에 성공한 한나라당이 내친 김에 모든 쟁점법안에 대한 '법대로 처리'를 주장하며 더욱 강경한 태도로 내달리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부터 책임정치를 구현하도록 하겠다"며 "쟁점법안이 거의 다 상정이 됐기 때문에 오늘부터 논의해서 표결처리할 것은 하고 국회법 절차에 따라 국회운영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선 어제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초 한나라당의 2월 국회 중점추진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한미FTA 비준동의안까지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홍 원내대표는 정무위에 상정된 출총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관련 법안과 관련해서도 "정무위에서 야당이 필리버스터로 막고 있는 법안들을 전부 표결처리 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법, 국정원법 등의 일방 상정에 성공한 한나라당이 이 기세를 몰아 고삐를 더욱 당기겠다는 것.
홍 원내대표는 미디어법도 회기내 처리를 시사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이 반대하는 조항을) 고쳐서라도 이번 회기에 처리하도록 야당과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상임위 상정'이라는 2월 국회의 목표에서 한 단계 높아진 것이다.
이상득 의원을 매개로 청와대의 강경론이 한나라당에 전달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늘어나는 가운데, 청와대 박형준 홍보기획관도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국회가 쟁점법안에 대해 하루빨리 타협해 주길 기대한다"며 "2월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국정운영에 있어서 상당한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여권에 완연해진 강경론이 실제로 쟁점법안에 대한 '2월 처리' 시도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월 쟁점법안 처리, 가능할까?
일단 홍 원내대표의 발언은 각 상임위의 쟁점법안 심사 자체를 저지하기로 한 민주당의 실력행사 방침에 대한 맞불성 압박 카드로 읽히는 측면이 있다.
상임위원장의 직권상정, 혹은 민주당의 불참 속에 상정된 쟁점법안을 불과 닷새 남은 2월 국회 회기 내에 '정상적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란 명분 찾기도 쉽지 않고, 물리적으로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디어법 뇌관이 터졌고, 국회 파행이 불가피해지는 등 기왕 상황이 악화된 김에 2월에 쟁점법안 논란을 매듭짓고 가야 한다는 요구가 여권 내에 엄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4월 국회로 넘어가더라도 해당 상임위에서 또한번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고, 민주당 소속의 유선호 위원장이 버티고 있는 법사위 문턱을 넘어야 하는 첩첩산중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류는 공을 떠안은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한 한나라당의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어 김 의장이 27일과 내달 2일로 예정된 본회의에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이상득 의원이 보인 광폭행보는 집권 2년차를 맞은 청와대가 쟁점법안 처리 시간표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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