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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부추기는 불순한 박근혜와 그 일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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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사회주의' 부추기는 불순한 박근혜와 그 일당들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제발 노동 3권을 보장하라!

박근혜 정부의 고용노동부가 '사회주의자'로 가득찬 모양이다. 계급 평등과 보편 복지라는 좋은 사회주의가 아니다. 법률의 해석·집행·판정을 독점한 관료의 지배 그리고 소수 지배층의 부와 권력 독점을 초래했던 나쁜 사회주의 말이다.

고용노동부가 상시 100인 이상 사업장의 단체 협약 3000개에 대해 일제 조사 후 "시정 지도"에 들어간다는, 지금껏 민주주의를 한다는 국가에선 들어본 적 없는 "창조적인" 소식을 듣고 드는 생각이다.

"대한민국 역사는 '삼위일체' 노동 3권에 대한 공격과 침해의 역사"

대한민국 헌법은 노동 3권을 보장한다.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그것이다. 노동 3권의 꽃은 단체교섭권이다. 노동자가 단결하고 나선 이후, 자기 권리와 이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본가와 단체 교섭을 해야 한다.

자본주의 역사는 세상의 어느 자본가도 노동자와 교섭을 자발적으로 한 사례가 없음을 증명한다. 노동 시간 줄여라, 임금 올려라, 일요일 쉬게 하라, 아동 노동 없애라, 임산부 보호해라, 산업재해 없애라, 인사 경영 참가 시켜라…노동자들이 말로 요구할 때 알아서 들어준 자본가는 없었다. 제 힘이 부족하면 깡패와 경찰, 군대까지 동원해 노동자들을 깔아뭉갰다.

총이 아닌 말로 하는 평화적인 수단인 단체 교섭을 이루기 위해 노동자는 공장·기업·산업·지역은 물론 국가의 울타리를 넘어 집단으로 행동해야 했다. 시위하고, 집회하고, 농성하고, 태업하고, 파업하고, 때론 무기를 들고 내전과 혁명을 벌였다.

자본주의가 본격화된 18세기부터 거세지기 시작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19세기 내내 격렬하게 진행되었고, 1871년 파리 코뮌과 1917년 러시아 혁명에서 절정에 달했다. 지난한 투쟁을 통해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모든 나라의 법제도에 아로새겼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 기준 협약과 각국의 노동법이 대표적이다.

현대 기독교에선 성부-성자-성신이 삼위일체를 이루고, 어느 하나가 빠지면 기독교 교리 자체가 무너진다. 노동 3권도 마찬가지다.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삼위일체를 이룬다. 어느 하나가 빠지면 노동권 전체가 무너진다. 일터와 사회에서 자본가 독재로 치닫는 것이다.

이를 잘 알아서일까. 자본가를 대리하기에 바쁜 대한민국 정부와 여당은 노동 3권을 공격하고 침해하고 훼손하기에 바쁘다. 사실 대한민국 정권의 역사는 노동 3권에 대한 공격과 침해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민주노총이 오는 24일 '총파업'에 나선다. ⓒ연합뉴스

"노동권과 민주주의는 함께 자라고 함께 죽는다"

세계사는 물론 대한민국의 역사는 노동권과 민주주의가 같이 감을 보여준다. 노동권이 커지면 민주주의가 좋아졌다. 민주주의가 커지면 노동권이 좋아졌다. 노동권이 훼손되면 민주주의가 악화됐다. 민주주의가 훼손되면 노동권이 악화됐다.

1919년 일어난 3·1 운동으로 식민지임에도 조선 민중의 민주주의 공간이 커졌을 때 노동 운동이 시작됐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노동 운동이 폭발했다. 1960년 4·19 공간에서 노동 운동이 활기를 얻었다. 1980년 서울의 봄 때도 마찬가지다. 1987년 6월 민중 항쟁으로 민주화가 이뤄지자 7월부터 9월 노동자들의 대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노태우 정권(1988~1992년)이 독재로 회귀하는 것을 막은 데는 노동자 투쟁이 큰 역할을 했다. 1990년 1월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의 출범이 상징적이다. 김영삼 정권(1993~1997년)이 수구 정권으로 회귀하는 것을 막은 것은 1996~1997년 겨울 있었던 민주노총-한국노총의 총파업이었다. 정권 교체로 김대중 정권이 출범하는 데 기여한 여러 세력과 다양한 사건이 있었지만, 1995년 출범한 민주노총의 역할과 1996~1997년 총파업의 영향은 간과되어 왔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민중의 삶이 피폐해지기 시작했던 김대중 정권(1998~2002년)의 반민중적 실정에 투쟁했던 세력도 노동 운동이었다. 당시 조직 노동을 토대로 등장한 민주노동당은 보수 우익이 판을 치던 한국 정치에 진보 좌파의 가치를 불어넣었다. 김대중 정권에 대한 실망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2003~2007년)이 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사업장-산업-지역-전국 등 각 단위에서 민주주의와 생존권을 위해 헌신했던 노동조합 운동의 역할이 한몫했다.

원래의 공약을 배반하고 결국은 재벌과 부자의 편이 된 노무현 정권이 우경화로 치달을 때 일하는 사람들의 편에서 가장 치열하게 반대하고 투쟁했던 세력도 노동조합 운동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 운운하며 노동 운동과의 거리두기를 넘어 노동 운동의 약화를 정책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독점자본 재벌은 승승장구했지만, 노동조합 운동은 스스로의 전술·전략 오류와 맞물려 쇠퇴하기에 이른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 강자에 엄하고 약자에 관대하겠다던 공약을 자체 폐기한 대가로 정동영은 2007년 12월 이명박에게 대패한다. 이후 자유무역협정(FTA), 기업 도시, 국민건강보험 약화, 의료기관 영리화, 제주 강정 해군기지, 골프장-카지노 활성화 등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던 정책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8년차를 맞이하면서 고스란히 계속되고 있다.

"재벌은 부에 직위까지 세습하는데…일자리 '조건부 우대'가 뭐가 문제인가"


대한한국의 '자유주의' 세력은 노동을 억압·배제하고 자본과 관료에 스스로 포섭됨으로써 한국 민주주의를 약화시켰다. 노동 운동과 민주노동당을 낡은 진보로 낙인찍고 자신들만 잘났다는 오만에 빠졌던 이들은 민주주의를 '자유주의'라는 형식 안에 가두어 놓고 노동자 참여를 비롯한 사회 경제적 내용을 배제함으로써 자유주의까지도 위험하게 만들었다.

노무현 정권의 노동권에 대한 무지와 무시는 국제노동기구(ILO)가 가장 중시하는 핵심 노동 협약 8개 중 (그 가운데 4개가 김영삼-김대중 정권을 거치면서 비준됐는데) 노무현 정권에서는 하나도 비준되지 않은 데서 잘 드러난다. 어리석게도 대한민국 자유주의 세력은 노동자-민중 덕택에 권력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민중의 권리를 축소시키려 했다.

▲민주노총이 지난 20일 단체협약의 강제시정에 개입하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연합뉴스
이제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자신의 계급적 본능에 충실하면서 노동권 말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공무원노조를 불법화했고 공공 부문의 단체 교섭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고,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체결하는 자율 계약인 단체 협약을 국가권력이 직접 뜯어고치겠다고 나서고 있다.

노동법의 상식은 단순하다. 법은 최저 기준이며, 단체 협약은 법보다 좋아야 한다. 법이 하루 노동을 8시간으로 명시했다면, 단체 협약은 하루 7시간, 아니 4시간으로 명시할 수 있어야 한다. 재벌과 부자들은 부 세습을 넘어 직위 세습까지 합법적으로 하는 나라에서 노동자 일자리 '세습'은 위법하고 불합리하다 우기는 작태는 우습기 짝이 없다. 실제 단체 협약의 내용은 자동 '세습'이 아니라 조건부 '우대'다.

"단체 협약이 그리 골칫거리면 자본주의를 폐기하던가?!"

국민 경제와 나라 발전에 단체 협약이 그리 골칫거리면 자본주의를 폐기하고 사회주의를 하면 된다. 사회주의에선 이론상 노동과 자본의 대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착취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노동자가 자기 권리와 이익을 위해 단체로 뭉쳐 교섭할 이유가 없다. 시장 경제를 채택한 중국과 베트남은 사회주의 통제 경제 시절 사라졌던 단체 교섭을 복원 중이다.

사회주의 통제 경제를 고수하는 북한엔 단체 교섭이 없다. 국가와 경영자가 알아서 상의해 결정하면 그만이다. 자본주의 요소가 가미되면 단체 교섭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노동조합과 단체 협약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생산수단인 기계의 처지, 즉 노예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민주적 자본주의의 교훈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노동 협약 8개는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제87호, 1948년 제정),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제98호, 1949년), △강제 노동에 관한 협약(제29호, 1930년 제정), △강제 노동의 폐지에 관한 협약(제105호, 1957년 제정), △취업의 최저 연령에 관한 협약(제138호, 1973년),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 동 철폐에 관한 협약(제182호, 1999년 제정),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남녀 노동자의 동등 보수에 관한 협약(제100호, 1951년 제정), △고용 및 직업에서 차별 대우에 관한 협약(제111호, 1958년 제정) 등이다.

"세계에서 노동 운동이 가장 전투적이라는 대한민국 노동권의 '생얼'은?"

보수든 진보든 가리지 않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뤘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은 제87호 결사의 자유, 제98호 단체교섭권 보장, 제29호 강제 노동, 제105호 강제 노동 폐지 등 가장 기초가 되는 협약 4개에 대한 비준을 아직도 거부하고 있다. ILO가 만든 국제노동법, 즉 노동 기준 협약 190개 가운데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것은 겨우 29개에 불과하다.

이게 세계 10위 안팎의 경제 대국이면서, 1987년 이후 민주화 30년을 향해 가고 있고, 김대중-노무현 자유주의 정부 10년을 통과했으며, 세계에서 노동 운동이 가장 전투적이라는 대한민국 노동권의 '생얼'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자유주의 부재로 고통 받고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사실은 반대다. 한국 자유주의는 민주주의 부재로 고통 받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제자리를 찾고 제 몫을 하려면 민주주의가 강해져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제대로 되려면 민주주의, 특히 노동자-민중의 민주주의가 강해져야 한다.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은 총파업은 매국 행위라 했다. 파업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의 행사다. 무엇보다 그 형식과 내용에서 평화적이다. 우리나라에서 파업을 하는 노동조합이 누구 살해하거나, 시설과 건물 파괴한 적 없다. 가게 약탈하거나 부녀자 겁탈한 적 없다. 아이 납치한 적 없다. 노동자와 자본가 서로 피 보지 말고 대화로 신사적으로 하자. 이것이 국제노동기구(ILO)가 1919년 설립된 배경이고, 자본주의 나라에서 국가로부터 독립된 교섭권과 파업권을 보장하는 이유다. 김무성처럼 파업을 비난하고 부정하는 행위야말로 헌정을 파괴하고 폭력을 부추기는 매국 행위에 다름 아니다.

한국 사회의 다수는 노동자다.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이익을 개선하는 쪽으로 갈 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튼튼해 질 것이다. 반쪽에 불과한 현재의 노동권조차 훼손되면 민주주의는 물론 그 알량한 자유주의까지 무너질 것이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자본가의 입장에서 폭력 혁명과 사회주의 통제 경제를 선동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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