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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아빠'와 '머슴' 사이에서 길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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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아빠'와 '머슴' 사이에서 길 잃다

[분석] 초대 총리 기용부터 꼬인 '독불장군'식 밀실인사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완구 국무총리가 불명예 퇴장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5명의 총리 대부분이 오명을 얻었다. 심지어 장수 총리였던 정홍원 총리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사의를 표명했지만, 두 명의 후임자가 낙마하면서 '떼밀린 장수'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는 김용준, 정홍원, 안대희, 문창극, 이완구 등 5명이다. 어느 한 명도 제대로 총리직을 수행해 본 적이 없다. '총리 복'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남는다. 역대 지명자를 보면, 그때그때 정무적, 공학적 판단을 통해 총리를 지명했다.

요컨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물러난 이완구 총리까지, '총리 수난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빚은 참사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번번이 '공학적' 계산에 '부리기 좋은' 총리 후보 지명

김용준 후보자는 그야말로 '정치 무명'이었다. 행정가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었다. 헌법재판소장을 지냈던 법조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을 때도 '깜짝 인사'였다. 오히려 당시 박 대통령의 공약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던 김종인 전 의원은 총리 하마평만 시끄러웠을 뿐 선택을 받지 못했다. '사회 통합' 콘셉트를 내걸었지만, 결국 속내는 '말 잘 듣는 총리'였다. 그 결과 인수위원장을 지낸 김 후보자를 깜짝 지명했다. 그러나 5일만에 자진사퇴로 귀결되고 만다.

'책임 총리'나 '공약 이행'보다는 자신의 '수족'이 될 총리, '얼굴 마담'이 될 총리를 찾았던 박 대통령이 정홍원 전 총리를 지명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사실 그때부터 숱한 공약 파기 논란은 예고돼 있었던 셈이다.

두 번째로 지명된 정홍원 전 총리는 그야말로 '무난한 인사'였다. 국정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 챙겼다.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역할은 사실상 없었다. 그렇게 '무탈한' 임기를 보내던 정 전 총리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결국 사의를 표명하게 된다.

그 다음 인사가 문창극 전 <중앙일보> 대기자였다. 콘셉트는 '보수층 안기'로 해석됐다. 극우적 성향이 간간이 묻어나는 칼럼을 써 왔던 그가 총리 후보자로 발표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기자 출신을 총리로 기용하는 '센세이션'은 있었지만,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 결국 이벤트에 그치고 만다. 그는 '뉴라이트 사관'을 보였던 자신의 과거 교회 연설문 때문에 낙마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한 것은 그나마 평가할만 했다. 안 전 대법관은 후보 시절 김종인 전 의원과 함께, 박근혜 캠프를 상징하는 양대 포스트였다. 이는 박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신호였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은 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한 채 '전관예우' 논란에 휘말려 스스로 물러나게 된다. '뒷심'이 약했고, 박 대통령의 '개혁 콘셉트'는 무너졌다.

박 대통령은 이후 정치공학을 고려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충청 출신에, 친박계 정치인인 이완구 전 원내대표를 지명한 것이다. 당의 불만을 잠재우고, 국정 동력을 얻기 위한 결정이었다. 정치인의 '청문회 불패' 기대감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각종 허물이 양파처럼 드러나면서 이 총리는 '반쪽 총리'로 임기를 시작했다가, 자신이 내뱉은 '부패와의 전쟁'의 '1호 희생자'가 됐다.

총리 지명은 대통령이 쓸 수 있는 가장 큰 정치 이벤트 중 하나다. 역대 대통령은 총리를 내세워, 자신에게 부족한 '콘셉트'를 보완했다. 군사정권이 신망받는 학자 출신이나, 관료 출신 총리를 내세웠던 것도 그런 '전략적'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정치적 이벤트'만으로 총리를 내세울 수 없는 시대다. 사회 갈등 양상은 복잡해졌고, 정부의 커진 덩치만큼, 총리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그런 상황인데, 처음부터 박 대통령은 총리 지명을 '이벤트'로 여겼고, 후보 시절 호평을 받았던 경제민주화 등 공약을 인사에 반영시키지 못했다. 우왕좌왕이었다.

집권 3년차, 6번째 총리는 누가 될까. 선택의 폭은 좁아졌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 출신 총리를 기용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정치인 출신 총리는 한번 실패를 맛 봤다.

박 대통령의 스타일은 지나치게 폐쇄적이다. 또 과거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허태열-김기춘-이병기로 이어지는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 스타일만 봐도 그렇다. 국무총리를 '머슴'으로 여기는 한 인사 실패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스타일을 바꾸려면 하나 방법이 있다. 헌법에 보장된 총리를 임명하고, 내치와 관련해 힘을 실어줄 만한 인물을 골라야 한다. 그러나 '권력 독점욕'을 보여 온 박 대통령이 그런 인사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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