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한나라당이 개최한 토론회에선 향후 국정 기조를 '좀 더 우향우'하라는 주문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13일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주최한 "바람직한 국정과제 추진 방향 정책토론회"에 나온 각계 인사들은 향후 1년간 국정 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한 국정 드라이브"를 주문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현 정권의 '소통 부재'에 대한 지적을 잊지 않았다.
토론자로 나선 삼성경제연구소 이언오 전무는 "속도나 양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MB정부) 향후 1년이 중요하다는데 저는 지금 2~3개월 정도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이때 방향을 잘 잡고 힘을 모으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운 시기가 올 수 있다"고 주문했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안보연구실장은 "참여정부가 홍보를 너무 했다면 이 정부는 홍보를 너무 안해서 문제"라고 말했다.
"국가의존형 복지 벗어나야"
이날 발제자로 나선 성균관대 경제학과 안종범 교수는 향후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강력한 기업 구조조정, 금산분리 및 그에 따른 금융 감독 강화, 공기업 민영화및 공공부문개혁, 국가 차원의 복지 축소 등을 주문했다.
안 교수는 "경쟁력이 없는 시장에서의 낙오자까지 지원의 우산 속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곤란하다"고 '옥석구분'을 강조했다.
그는 또 "금산 분리 완화나 단기금융시장 활성화만으로는 금융산업의 선진화가 이뤄진다고 볼 수 없다"며 "금융 감독의 선진화, 금융관련 정부 조직의 합리화 등의 이슈도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사 관계 선진화는 시의적절하다"며 "단기적 비정규직 정책을 보다 구체적인 중장기적 보호 및 제도 개선 방안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사회보험 제도 개혁과 관련해 "국가 의존형 복지 체계에서 벗어나서 국가-기업-개인의 역할 분담을 통한 효율적 다층 보장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민영화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대규모 SOC 사업, 기업 구조조정 지원 자금, 복지 지출 등 전반적인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에 대해 "재정지출 확대가 작은 정부를 포기하는 것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며 "더이상의 재정 자금 투입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철저한 감독 체계와 사후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양대 이영 교수는 "재정지출 쪽에서 저소득층 지출을 늘리는 게 맞다"며 "실업급여, 일자리창출 교육 등에 관한 지출이 늘어야 한다"고 맞섰다.
"학교 자율성 강화하고 국립대 법인화, 교원평가제 실시해야"
국민대 사회학과 배규한 교수는 "교육의 자율화"를 강조했다. 배 교수는 "교육기관의 자율성 확대는 교육 선진화의 기본적 토대"라고 강조하며 "정책 목표의 국민 홍보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해 재정회계의 자율보다 학사의 자율을 중심으로 대학 내 분권화와 자율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학생 선발 등 첨예한 사안에 대한 대학 자율화를 강조했다.
배 교수는 "대입본고사 문제를 잘못 다루면 또 다시 사교육비 팽창이라는 입시정책의 덫에 갇히게 된다"며 "본고사가 없던 기간에도 사교육비는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모든 국립대학을 일괄 공공법인으로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영 교수는 "평준화 제도가 잘못된 게 아니고 제도를 경직적으로 운영한 것이 문제"라며 "너무 (규제를) 풀어주는 것도 안맞고 선택권을 약간만 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인력, 사람과 관련된 정책에 변화를 줄때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급하게 할 경우 역효과가 나타난다"고 정부의 교육 정책의 '속도전'을 우려했다.
대북 문제 "MB, 더 기다려라"
통일, 외교 분야 발제자로 나선 이화여대 국제학부 박인휘 교수는 "비핵·개방·3000을 실천하기 위해 포괄적인 남북한 관계를 어떻게 이끌고 나가겠다는 정책 전반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핵·개방·3000을 달성하기 위한 '실천 전략'의 유연성 문제를 지적한 것. 그는 "비핵개방3000의 경우 북핵문제와 북한 문제를 전략적으로 분리해 다룰 필요가 있었다"고 정부의 정책 수정을 간접적으로 주문했다.
박 교수는 한편 "현재 북핵폐기 프로그램이 북한 핵폐기를 전제로 한 북한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6자회담 유용론의 논리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이른바 '통미봉남'을 경계할 것을 주장했다. .
토론자로 나선 이상현 안보연구실장은 "남북 경색 국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여전히 인내를 발휘해야 한다. 정부는 초심을 유지해야 한다"며 "남북 경색 원인에 대해 진보진영에서 비판이 나오는데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가진 기본 철학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비핵·개방·3000의) 근본적 포기는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녹색뉴딜이 도대체 뭔가?"
보수적 색채의 토론자들도 현 정권의 소통 구조와 '녹색뉴딜'에 대해서는 쓴 소리를 아기지 않았다. 배규한 교수는 '촛불집회'의 예를 들며 "젊은 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에 대한 지나친 규제 강화는 세대간 불신을 조장하고 젊은 세대의 반발을 불러 일으켜 세대간 갈등을 키울 소지가 있다"며 "세대간 건전한 소통을 가능케하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녹색성장 등이 현장 연구개발자들에게 마치 유행처럼 인식되고 있으나 기존 기술의 포장 바꾸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며 "녹색 성장, 녹색 기술이 다양한 개념으로 사용돼 혼란을 초래한다. 사전에 개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종범 교수도 "녹색뉴딜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다. 녹색과 일자리 중 어느 것에 강조점을 두는지 불명확하며 일자리가 대부분 건설 및 단순 근로직으로 보다 견실한 일자리 창출이 미약하다"고 지적해하며 "정부의 명확하고 일관된 입장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4대강 살리기'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토목사업으로 당장 건설 경게 회복에는 기여할 지 몰라도 일자리 창출 효과는 건축업이나 서비스업에 비해 작을 수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서병수 기획재정위원장, 김성조 여의도연구소소장 등이 참석해 당 차원의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 가운데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으로 임명된 바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부소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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