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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옆에 두고 정치?…거꾸로 가는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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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옆에 두고 정치?…거꾸로 가는 박근혜

[분석] 박정희의 '중정 비서실장'…박근혜의 '국정원 비서실장'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박근혜 캠프'를 꾸린 모양새다. '장고 끝 친박'이라는 말도 나온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비서실장에 현직 국가정보원장을 내정한 부분이다. 인사 난맥상은 별개로 치더라도, 과연 청와대 개혁 요구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다. '소통'은 없고 '측근'만 남아 있는 셈이다.

검찰총장 출신→국정원장 출신?박정희 땐 중정부장 출신 비서실장

박 대통령은 27일 김기춘 비서실장 후임으로 이병기 현 국가정보원장을 내정하고, 정무특보단에 새누리당 현역 친박계 의원 2명과, 대선 캠프 출신인 김경재 전 의원을 포함시키는 등 청와대 인사를 일부 단행했다. 이병기 신임 비서실장 내정자는 1947년생으로 69세다. 일흔을 앞둔 상황이다. 선거와도 거리가 멀어 '정치적 사심'은 없는 편이다. 예단은 힘들지만, '순장조'로 적합한 인물일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이번 비서실장 인사가 그간 제기된 '소통'에 부합하는 인사인지 여부다. 첫째로, 국정원장의 비서실장 내정 자체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직 국정원장이 비서실장으로 직행한 사례는 전무하다. 박정희 정권 시절, 유신 이전에 중앙정보부장(현 국정원)을 지냈었던 김계원 전 실장이 1978년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재직했던 사례가 있긴 하지만, 김 전 실장은 현직에서 발탁된 것이 아니었다.

'정치 공작' 오명이 씻기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정원은 정무직의 '꽃'을 배출해낸 셈이 됐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까지, 국정원은 '정치 개입'으로 홍역을 단단히 치렀다. 대선 개입 사건부터, 남북정상회담 사초 공개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 수사까지, 국정원은 국내 정치에 사실상 깊숙이 관계해 왔다. 그런 국정원의 장을 아예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들인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가장 정치를 잘 다뤄야 할 자리에 가장 정치를 다루지 말아야 할 인사가 온 것"이라는 평은 그래서 나온다.

검찰총장 출신 비서실장(김기춘)이 국정원장 출신 비서실장(이병기)으로 교체된 것 역시 상징적인 부분이다. 이들 권력기관장은 기본적으로 '정무'가 아니라 '게임'에 능숙할 수밖에 없다.

▲ 이병기 비서실장 내정자와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두 번째로는 이번 인사에 대한 배경이 또렷하지 않다는 부분이다. 청와대는 이 내정자 발탁 배경과 관련해 "국제관계와 남북관계에 밝고 정무적인 능력과 리더십을 갖춰 대통령비서실 조직을 잘 통솔해 산적한 국정 현안에 대해 대통령을 원활히 보좌하고 국민들과 청와대 사이에 소통의 길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무적인 능력'이 비서실장 인사 배경이라고 하지만, 국정원은 '정무'를 하면 안 되는 조직이다. 소통과 가장 거리가 먼 경력의 인사를 내정한 후 "소통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설명한 셈이다.

세번째, 결국 '인사 콘셉트'는 없고 '자리 메우기에 급급한 인사'라는 인상을 줬다. 청와대는 이날 하루 종일 우왕좌왕했다. 인사 발표 후에 추가로 브리핑을 열어 관련 사안을 설명했을 정도였다. 오후 4시에도 발령장은 '작성 중'에 있었다. 급하게 인사 방향을 틀었다는 정황이다.

이날 오전만 해도 <조선일보>는 현명관 마사회 회장이 비서실장으로 사실상 확정됐다는 내용의 보도를 '단독'으로 내보냈다. 삼성물산 출신인데다 이건희 회장 비서실장을 지냈던 현 회장이 거론되자, 즉각 현 회장에 대한 과거 스캔들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재벌 그룹의 경영인 출신으로 '친재벌' 인사며, 삼성이라는 특정 기업 출신이라는 점 등이 집중 부각됐다. 이날 오전만 해도 청와대 안에서는 '현 회장이 된다', '아니다'를 두고 설왕설래했다.

막상 뚜껑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임명된 지 갓 8개월 된 현직 국정원장이 비서실장에 내정된 것이다. "오죽했으면 현직 국정원장을 8개월 만에 비서실장으로 끌어올까"하는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이 내정자의 경우,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공작 스캔들에 시달린 점은 야당의 공격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 문제는 지난해 국정원장 청문회를 거치면서도 불거져 나왔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이 내정자의 발탁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오랜 외교관 생활 등으로 다져진 감각이 있고, 국정원장 취임 후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을 뒀던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비둘기파'라는 평이다. 박 대통령의 외교, 안보 조언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에 '박근혜 캠프' 꾸린 朴 대통령

이번 인사의 특징 중 하나는 '친정 체제 강화'다. 사실상 '박근혜 캠프'가 청와대에 꾸려졌다는 말도 나온다. 이 내정자와 박근혜 대통령의 인연은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맡았을 때부터 시작됐다. 2005년 이 내정자는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고문으로 활동했고, 2007년에는 박 대통령 대선 캠프에 합류, 선거대책부위원장을 맡는다. 주로 외교, 안보 분야 등을 조언해왔다.

내각에는 이미 박근혜 선거 캠프 출신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2007년 대선 경선 때 'BBK저격수' 역할을 했었던 최경환 의원은 현재 경제부총리를 맡고 있다. '실세 부총리'로도 불린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2012년 대선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안전사회추진단장 출신이다.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공보지원총괄단장 및 미디어홍보부본부장 등으로 활동했다. 캠프 출신은 아니지만, 유일호 국토부장관 후보자는 박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날 발표된 정무특보단도 캠프 출신들이 눈에 띈다. 윤상현 의원은 2012년 대선 캠프에서 공보단장을 했다. 박 대통령을 사석에서는 '누나'라고 부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는 인사다.

김재원 의원은 2007년 대선 경선 때 캠프 대변인을 맡았고, 2012년 대선 당시에는 당 대변인을 맡아 박 대통령의 당선을 물심양면으로 도왔었다.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과 가까운 사이고, 박 대통령의 심중을 잘 읽는다는 평이다.

홍보특보에 발탁된 김경재 전 의원도 사실상 박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다. 새누리당이 선거용으로 꾸린 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기획특보를 맡았은 이력이 있다. 박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지냈다. 구 동교동계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가까웠지만,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입당, 구설수에 올랐던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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