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半)이 한국인인데 왜 김치를 못 먹나. 이러면 나중에 시어머니가 좋아하겠나."
캐나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초등학교 6학년 A양이 교사에게 들은 말이다. 이 교사는 해당 학생이 질문을 자주 해 수업 분위기를 해친다며 반 어린이 전체가 "A 바보"라고 크게 세 번 외치게끔 했다.
이 교사는 결국 어떻게 됐을까. 법의 심판을 받았다. 학교 교육 현장에서 한 말이 정서 학대로 인정돼 유죄 판결이 나온 첫 사례다.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A양의 부모가 경찰에 고소한 데 따른 결과다. 이 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이 교사가 교직을 떠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지귀연 판사는 이 교사에게 벌금 300만 원 형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지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교육자로서 우리 사회가 포용하고 함께 걸어가야 할 다문화가정 어린이에게 큰 상처와 아픔을 준 사실이 인정된다"고 유죄 판단 이유를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교육자로서 다문화가정 어린이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조심성을 갖출 적절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보이고, 올바른 행동을 다짐하는 점 등을 참작해 행위에 상응하는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애초 교사직을 그만둬야 하는 징역 10월형을 구형한 검찰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벌금형이 확정되면 가해 교사는 교단에 남을 수 있게 된다. 한편, 피해자인 A양은 이후 병원에서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수개월 동안 심리 치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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