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사석에서 기자들에게 "내가 얘기하면 기자가 클 수도 있고 자기가 죽는 줄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다"고 하는 등 '언론 통제'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전현직 언론인이 이 후보자의 언론관을 규탄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 관련기사 보기 : 이완구, 보도통제 녹취록…"어떻게 죽는지도 몰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9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도덕성과 언론관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스스로 후보를 사퇴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일 뿐"이라며 이 후보자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앞서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14개 언론시민단체도 오전 11시 이 후보자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화 한 통화로 기사를 제 맘대로 넣었다 뺄 수 있고, 마음에 드는 기자는 키워줄 수도 있고 마음에 안 드는 기자는 죽일 수도 있는 무소불위의 언론 통제 권력을 휘두른 이 후보자의 행태는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이자 인간에 대한 폭력적 유린 행위"라고 비난했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인으로서 똥강아지만도 못한 처지가 됐다. 한마디면 죽고 살리는 존재가 됐다"고 했다. 그는 "기레기라고 욕먹지만 언론인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있는 힘껏 노력해왔다"며 "이완구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내야 할 지경"이라고 했다.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김용준, 문창극 두 사람이 경범이라면 이 사람은 중범죄자"라며 "특히 결정적인 것은 (이 후보자가) 과거에 어떻게 언론을 통제했고 압력을 가했으며 어떻게 막강한 권력을 가졌는지 자랑한 사실"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만약 이런 사람이 총리가 된다면 우리는 어떤 기사는 빼고 죽이고 대통령 기사 미화하라는 지침이 내려오던 1980년대 전두환 시절로 돌아가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언론 통제' 발언 듣고도 왜 기사 안 썼나… 언론계 치부 드러나"
언론인들은 이 후보자의 부적절한 언론관을 비판하면서도, 이 후보자의 '언론 통제'에 언론 스스로 가담한 사실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언론노조는 "(문제 발언이 나온) 이날 식사 자리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진 4개 언론사 중 어느 곳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 발언을 듣고도 보도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완구 후보자가 자랑스레 말한 것처럼 실제로 언론 통제가 떡 주무르듯 이뤄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강 위원장은 "외적으로도 비난해야 하지만 내적으로 (이 후보자에게) 조응하고 결탁해 언론 자유를 망가뜨리는 우리 내부도 여실히 치부가 드러났다"며 "일종의 치욕스러운 사건"이라고 했다.
손관수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언론인이 조금만 더 잘해왔다면 이런 자리가 없었을 거고 국민을 모욕하는 인사는 없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부끄럽다"고 했다.
14개 언론시민단체 역시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등 이번 사태에 침묵한 언론사들의 침묵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해당사의 고위 간부나 보도책임자가 회유와 협박을 받고 침묵한 것인지, 아니면 가치가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인지 해명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언론모리배들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이명박근혜 7년 공영언론의 부역자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언론을 정화하기 위한 국민적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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