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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흉터' 있다니까, "나오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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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흉터' 있다니까, "나오지 마세요"

[우리 아이는 왜 거울을 안 볼까] 오찬일 해바라기 회장 인터뷰 <2>

☞오찬일 해바라기 회장 인터뷰 1편: '화상에 미친 사람'이 반바지 입게 된 사연

화상을 입은 사람들은 심리적 문제 외에도 크게 두 가지 경제적 문제를 겪는다. 첫 번째가 병원비 문제이고, 두 번째가 취업 문제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아서 재건 수술을 하는 데 병원비가 많이 들고, 외모 때문에 취업에서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

암 환자는 5년, 화상 환자는 1년 6개월 지원?
병원비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는 화상 환자 자조모임인 해바라기의 오찬일 회장이 회원들과 함께 가장 바꾸고 싶은 제도이기도 하다. 정부가 지난 2010년 7월부터 '중증질환자 산정특례' 대상에 중증 화상 환자를 포함시키면서 그나마 사정이 나아졌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중증환자 산정특례란 암 같이 큰 병을 겪는 환자들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에서 본인 부담금을 5%만 내게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가 100만 원이 나왔다면, 환자는 5만 원만 내면 된다. 나머지 95만 원은 국가가 책임진다(단, 비보험 진료비는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화상 환자들은 이 제도를 적용받는 기간이 다른 환자보다 짧다. 4대 중증질환(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희귀난치성질환) 가운데 암이나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는 특례 기간이 5년이지만, 화상 환자는 1년이 기본이되, 재수술이 필요할 때 6개월까지 연장해서 최대 1년 6개월이다.

문제는 재건 수술이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 회장 자신도 8년째 무려 25번째 재건 수술을 받고 있다. 1년 6개월은 재수술이 수차례 필요한 화상 환자들에게는 비현실적으로 짧다. 오 회장은 "수년간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중한 정도에 따라 의학적으로 필요할 때까지 특례 기간을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화상 환자가 특례 기간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암은 완치하기까지 5년 정도 걸린다고 봐서 5년으로 정했고, 중증 화상은 진료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기가 1년 6개월이라고 봐서 그렇게 정했다"며 "의학적 상황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상황도 고려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암 환자도 치료 후 추적 관찰이 필요하지만, 5년 뒤 지원이 끝나는 문제 때문에 특례 기간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있는데, 비슷한 문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병원에서 나왔다, 취업은?

병원비도 문제지만, 퇴원한 다음에 재취업하기도 쉽지 않다. 화상을 입은 사람들이 겪는 두 번째 경제적 문제다. 화재 사고로 가게를 접은 오 회장은 퇴원 이후 건설 일용직, 공공 근로사업, 주유소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했다. 하지만 화상 흉터가 있다는 사실을 들킬 때마다 '잘려야' 했다.

"2007년에 다치고 막막하잖아요. 재수술하고 정부에서 하는 공공근로 사업에 나갔어요. 하루 일당이 6만 원이었는데, 저 말고 대부분 어르신들이었어요. 한 어르신이 '건강해 보이는데 왜 이런 데 나오느냐?'고 묻기에, 실은 화상 흉터 때문에 이런 사정이 있다고 말씀 드렸어요. 바로 다음날 아침에 저보고 나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일하다가 다치면 작업반장이 덤터기 쓴다고 나오지 말라고 했대요. 그래서 '아, 괜히 말했구나' 싶었죠."

"굶을 순 없으니까" 그 다음으로 시작한 일이 '주유소 알바'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를 제공한다기에 여관 생활을 하면서 주유소에 취직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쫓겨났다.

"여름이었는데, 나만 긴팔을 입었어요. 같이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 '아저씨, 왜 자꾸 긴팔 입어요?'라고 묻더라고요. 좀 친해지고 나서 사정을 얘기하니까, 다음날 바로 '안녕히 가십시오.' 그땐 아 진짜. 여기마저 안 된다면 이제 내가 더 이상 할 것이 없겠구나 싶었어요."

마지막으로 간 곳이 건설 일용직이었다. 이제는 정착하나 싶었는데, 문제는 회사였다. 하청업체가 105일짜리 어음을 주고 '먹고 튀었다.' 부당하다고 느낀 그는 노동청에 고발해서 체불 임금을 받아냈다. 일하다 다친 손가락 치료에도 산재 처리를 받았다. 그런 그의 끈기가 해바라기 모임으로 향했다.

건설 일로 전국을 돌아다니던 그는 2010년 해바라기 회장 직을 맡으면서 현재 서울에 올라와 고시원 총무 일을 하고 있다. 고시원 일을 하면서 틈틈이 다른 일도 하며 수술비를 모은다.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을 지키는 회사가 별로 없어요"

건강보험 문제 다음으로 그가 바꾸고 싶은 문제가 바로 재취업 문제다. 오 회장만 겪는 문제도 아니다. 그는 "정부는 기업이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을 지키도록 유도하고, 인사 담당자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면 화상 장애인인데, 명문대 나왔는데 취직을 못 해요. 입 꼬리가 자꾸 내려가서 면접에서 다 떨어지는 사람이 있어요.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을 지키는 곳이 별로 없어요. 우리 같은 사람은 흉터만 있지 멀쩡하거든요? 그런데 안 지켜요.

인사 담당자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은 외모만 보고 '저 사람과 같이 일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지레짐작 선입견을 가져요. 그 사람의 잠재적인 능력을 봐야지 외모를 보면 안 되지 않을까요?"
▲지난해 10월, 해바라기 회원들과 함께 춘천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오찬일 회장.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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