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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복고 열풍, '독경'이 위험해 보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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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복고 열풍, '독경'이 위험해 보이는 이유

[차이나 프리즘] 중국의 경전 읽기, '독경열'을 돌아보며

얼마 전 베이징대학 중문과 리링(李零)교수의 <호랑이를 산으로 돌려보내다>(放虎歸山)라는 책을 보았다. 일종의 인문학 잡문집이다. 호랑이를 우리에 가두지 않고 본래의 야성을 지켜주기 위해 산으로 돌려보내듯이, 학자의 울타리를 넘어 거침없이 실질적인 이야기를 논한다는 의미이다. '차라리 상갓집 개가 될지언정 집지키는 개는 되지 않겠다'는 저자의 학술적 시각과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리링 교수의 <꽃 속에 술 한 병 놓고>(花間一壺酒), <상갓집 개>(喪家狗)도 그렇고 <호랑이를 산으로 돌려보내다> 역시 문화계에서 찬반이 뜨거웠다. <호랑이를 산으로 돌려보내다> 안에 '전통은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가'란 글은 중국의 공자'열', 독경(讀經)'열', 전통문화'열'의 '열기'를 식히고자 썼다. 

최근 중국엔 국학이라는 '복고' 바람이 일고 있다. 또 최근 '전통'이란 단어의 위상이 과거 '혁명'이란 단어 외에는 어떤 것도 비교할 수도 없을 위치에 올랐다. 이러한 현상은 21세기의 중국적 '신화'이자 한편의 '붐'으로 지나갈 수 있다. 중국의 근대사는 얻어맞은 역사였다. 중국인도 맞고 중국 문화도 얻어맞았다. 그 결과 국학(國學)과 국수(國粹)가 남았다. 

국학이란 무엇인가? 근대 중국은 서양 학문이 없었으면 이른바 국학도 없었다. 국학은 서양 학문을 상대하여 일컫는 말이다. 예컨대, 고고학(archaeology)은 전형적인 외국 학문이지 송나라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고고학이 아니며, 문헌학(Philology) 역시 전형적인 외국 학문이지 청나라 때의 소학(小學)이나 고증학을 말하는 게 아니다. 물론 중국인이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명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수'는 약을 달이는 것과 같아서 약을 달인 후 달인 약을 다 마시고 나면 남는 것은 찌꺼기뿐이다. 이른바 '국수'는 서구화하고 남은 대부분의 잔여물들이다. 

오늘날 중국에 이는 복고풍은 걸핏하면 단절을 언급한다. 역사는 단절과 연속이 있기 마련이다. <삼국연의>(三國演義)에서 "천하의 대세는 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합치하고 합치함이 오래되면 반드시 분열된다"(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라고 했듯이, 연속성이 강하다 할지라도 거기에는 많은 단층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일부에선 단절의 장본인이 5·4운동이라고 하지만 사실 단절의 근본적인 원인은 현대화에 있다. 문화단절을 계승하기 위해 과연 '복고'가 '연속'을 대신할 수 있을까? 특히 2000년대 들어 지금까지 전공자도 이해하기 힘든 경전을 아동들에게 읽게 하고(독경열·讀經熱), 대학에선 국학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과연 해결 방법일까?
 
최근 전국적으로 대다수의 초·중등학교에서는 <사서오경>을 숙독·암송해야하는 필수과목으로 정하였다. 현재 베이징의 25여 개 초·중등학교에서는 '독경'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광저우(廣州)의 오일(五一)초등학교 등은 일찍이 1998년부터 '독경' 활동을 실시해왔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100만 여 명의 아동들이 '독경' 대열에 참가하고 있다 한다. 실제로도 2006년 베이징시 인민대회에서 '경전송독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 국가교육부가 2000년에 제정한 초·중등학교 어문교과서에는 <논어>·<맹자>·<장자>·<순자>·<시경> 등 140여 편이 수록되어있으며, 앞으로 이 비중은 더 커질 것이라고 한다. 공공교육기관 외에도 독경대회, 전국독경교육, 독경교류망, 독경교육교류네트워크, 독경교재네트워크, 독경교육전파중심 등 다양한 조직과 기구를 통해 전통 교육을 확산·보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은 몇 년 전부터는 타이완과 연결하여 이를 더욱 확대해나가고 있다. 2012년 중화문화추진회, 태평양기금회, 베이징대학이 공동으로 '2012 양안 인문대회' 활동을 벌이면서 중화문화의 전승과 확산을 논의하는 모임을 가졌다. 이를 뒷받침하듯, 타이베이에 있는 전국독경교육기금회가 후원하는 화산(華山)서원은 베이징, 우한(武漢), 홍콩, 샤먼(廈門), 주하이(珠海) 등의 지역별 전통교육조직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펼쳐나가고 있다. 

결코 국학을 경시하거나 전통을 폄하하고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열'(붐)은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문화적 현상으로 자국의 전통 학문에 대한 국학의 열기, 고전경전 읽기의 붐을 넘어 신화화하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으며,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정치면에서 볼 때, 내부적으로는 충효를 강조하는 유가사상이 집권당의 입장에서는 적절한 것이고, 대외적으로 보면 중국의 소프트파워로도 적격일 것이다. 또 과거 통치의 국교로 삼았던 한대 유가가 특히 그러하며, 도덕을 중심으로 한 송대 유학, 근대 이후 구국적, 타도적, 복고적인 성격을 띤 유학은 모두 이데올로기였다. 지금 중국에서 일고 있는 국학, 복고 운동들 역시 현 중국 집권 세력의 통치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는, 그야말로 과거 ‘복사’판의 재현일 뿐이다.

옛것에 의탁해 제도를 개혁한다는 '탁고개제'(托古改制)에 빠져있는 것이다. 말로는 중국 문화의 부흥이라지만 사실은 대국의 굴기가 감춰져 있는 것이다. 그러니 거기에 활용되는 전통은 '가짜' 전통이며, 뭐든 '열'이 나면 몸에 이상이 있다는 징조이고 일종의 '병'이 될 수도 있다고 리링 교수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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