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와 관련해 야권에서 행정안전부 원세훈 장관과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여권은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선 책임자 문책'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선두에는 홍준표 원내대표가 서있다.
"진상규명은 사법적인 이야기고…"
한나라당은 20일 용산구민회관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박희태 대표는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들, 부상한 분들을 구하는 데 온갖 노력을 다하고 나서 앞으로 책임 소재를 가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아직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피해자를 구제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정치공세를 펴는 것은 참으로 비통한 이 사건처럼 가슴 아픈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야당이 한나라당의 책임을 주장하고 나선 데 대해 박희태 대표는 "이게 왜 한나라당 책임이냐. 엉뚱한 논리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홍준표 원내대표는 "진상규명은 사법적 책임을 물을 때 나오는 이야기"라며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경우에는 진상규명 이전에 조속히 책임자를 문책하고 후임자가 수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사고 경위 여하를 불문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과 문책이 좀더 조속히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문제가 됐던 재개발 사업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원내대표도 "야당은 이런 슬픈 사건을 정치공세 소재로 삼지 않고 여야 힘을 합쳐 사태 수습에 압장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지도부는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의 보고를 받았고, 박희태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은 애도와 유감의 뜻을 표했다. 최고위원회의 직후 이들은 직접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홍준표 "이봉화 사태처럼 될라…"
20일로 예정됐던 휴가도 취소하고 현장에 나선 홍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책임자의 범위에 대한 질문에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관할이니까 책임은 그 쪽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나라도 얘기해야 하지 않나"며 이같이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미적미적하다가 (국민들의) 마음이 떠난다. 설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민심을 수습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최고위원회의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홍 원내대표는 "빨리 수습하지 않으면 이봉화(보건복지부 전 차관)처럼 된다. 쥐어 터지고 나서야 (수습을)할 것이냐"라며 "(촛불 집회 당시) 그리 극렬했어도 어청수 청장 때는 사고가 안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쌀 직불금 수령에 대한 해명과 거취 정리를 미루던 이봉화 차관의 부정 수령 여부가 결국 국정감사로까지 이어진 상황의 재연을 우려한 것이다. 이번에도 진상규명을 한다는 이유로 수 개월 동안 시간이 흐르는 동안 관련자들이 자리에서 버티면서 언론의 조명을 계속 받을 경우 정권 차원의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
공성진 최고위원도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경위야 어떻든 사고가 생겼다면 거기에 합당한 문책은 해야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희태 대표는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정치적 책임도 묻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당 안팎에서는 "원세훈 장관은 몰라도 김석기 청장은 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나라 "김석기 대신 어청수 부르자"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를 우려하고 있지만 당장 21일 열릴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야권의 집중포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김석기 서울경찰청장과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은 부르지 말고 어청수 경찰청장,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을 부르자는 입장이다.
경찰특공대 투입 책임자가 김석기 청장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민주당은 "지금 어청수 청장을 불러서 뭘하냐. 그런 식이면 회의를 소집할 필요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이 '김석기 대신 어청수'를 고집할 경우 여론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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