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공무원연금 개혁
공무원연금 개혁이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에 새누리당 경제특위에서 마련한 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연금은 삭감하고 보험료는 더 내는 재정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무원 당사자로서는 반길 수 없는 개혁안이다. 개혁의 주요이유는 한해 수조 원씩 발생하는 재정적자(1)를 국고로 메우고 있는 등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데다, 이미 대폭의 급여삭감이 이루어진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높기 때문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개악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무원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노후보장에 대한 국가책임을 약화하는 어떠한 개혁안도 거부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2). 지난 9월 22일 오전 국회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한국연금학회 주최 공무원연금 개혁 토론회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원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이번에 발표된 개혁안은 그동안 몇 차례 있었던 공무원연금 개혁이 미온적으로 마무리되었던 것과 달리 매우 강력한 개혁내용을 담고 있다. 급여율 34% 삭감과 보험료율 43% 인상을 포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개혁 대상에 있어서도 기존에 개혁의 영향을 집중적으로 받아왔던 신규임용 공무원뿐만 아니라 재직공무원은 물론, 연금수급자에게도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신규임용 공무원의 경우 국민연금과 유사한 급여-보험료율 구조를 적용하여 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다는 게 주요 개혁내용이다.
이 글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의 배경을 짚어 보고, 외국의 공무원연금 개혁동향을 통한 시사점을 살펴본 다음, 이번에 제안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평가하고, 공무원연금 개혁에 관한 향후 논의방향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배경
그동안 공무원연금 개혁은 4~5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1995년에는 신규 임용자부터 연금지급개시연령을 60세로 설정하고, 보험료율을 보수월액의 11%에서 15%로 인상하였다. 2000년 개혁에서는 보험료율을 보수월액의 15%에서 17%로 인상하였으며, 연금산정기준을 최종보수에서 퇴직 전 3년 평균보수월액으로 변경하고, 재직자의 연금지급개시연령을 단계적으로 60세까지 연장하였다. 퇴직자의 연금액 조정기준은 보수인상률에서 물가인상률로 변경하였다.
2005년 연금개혁에서는 소득심사제를 실시하였다. 2009년 연금개혁이 지금까지 개혁 중 가장 큰 폭으로 이루어졌는데, 급여 및 보험료율 기준을 소득월액의 66.5%에 불과한 보수월액에서 소득월액으로 변환하여(3) 국민연금과 일치시켰으며, 보험료율을 소득월액 기준 11.3%(보수월액 기준 17%)에서 14%로 인상하였다. 연금산정기준을 퇴직 전 3년에서 전체가입기간 평균으로 변경하고, 연금급여수준은 33년 퇴직 전 3년 보수월액의 76%에서 전체가입기간 평균소득기준의 62.7%로 조정하였기 때문에 급여율은 실질적으로 미미하게 인하된 데 그쳤다. 연금지급개시연령은 신규공무원부터 65세로 조정하며, 유족연금급여율도 신규임용자부터 퇴직연금액의 70%에서 60%로 적용토록 하였다.(4)
이와 같이 그간 이루어진 공무원연금 개혁방향은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에 초점이 두어져 왔고, 국민연금과 비교 가능한 기준으로 일치시켜왔지만, 실질적인 개혁의 폭이 크진 않았으며, 연금지급개시연령 인상 및 유족연금 삭감 등 중요한 개혁내용은 신규임용공무원부터 적용을 하는 등 연금개혁의 영향력은 한정적이었다. 따라서 그동안의 연금개혁은 공무원연금의 재정적자 폭을 개선하는 데 그다지 실효성 있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공무원연금 개혁이 도마에 올랐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필요한가?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첫째, 공무원연금이 현 상태로는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도저히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은 재정수지가 불균형한 급여-부담 구조로 인하여 매년 국가재정으로 보전하고 있는 연금적자가 급격한 규모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기금이 이미 고갈되어 가입자의 보험료로 수급자의 연금급여를 조달해야 하는 부과방식으로 연금재정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인구 고령화로 인한 부양률의 악화는 재정적자 폭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데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도도입 54년째로 제도역사가 오래된 공무원연금은 부양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2015년 공무원연금의 가입자 대비 수급자 부양률은 36.4%로 2.7명 가입자가 1명의 수급자 연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국가보전액은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경에는 부양률이 56.7%로, 1.7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국가보전액은 10조6000억 원에 이르며, 2035년경에는 부양률이 75.1%로, 1.3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국가보전액은 17조 원에 달하며, 2045년경에는 부양률이 83.1%까지 증가하여 1.2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수준이며, 국가보전액은 19조 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김용하, 2014).
따라서 인구 고령화가 더욱 급속히 진행되고 평균수명 증가로 연금수급기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국민 전체가 부담하는 국가재정으로 날로 커지는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계속 메우게 할 수는 없다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한국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자원배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한 두 번째 배경은 국민연금의 적용을 받고 있는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1998년, 2007년 두 차례 연금개혁을 통해 연금급여율을 40년 가입 평균소득자 기준 70%에서 40%로 대폭 삭감했다. 이에 비해 공무원연금의 급여율 삭감은 33년 가입기준 퇴직 전 3년간 보수월액의 76% 수준에서 전체가입기간 평균소득월액의 62.7%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데 그쳤다. 연금산정기준의 상이성을 고려하면 급여삭감 폭은 미미했다. 가입기간 1년당 급여율이 국민연금은 1.0%인데 비해, 공무원연금은 1.9%이다. 연금수급액으로 보면, 2013년 20년 가입기준 국민연금은 월 84만 원인 데 비해, 공무원연금의 현재 월평균수급액은 217만 원으로 국민연금급여액의 2.6배이며, 현재 국민연금 월평균수급액 34만 원의 6.4배에 이른다. 물론 공무원연금의 보험료율은 14%로, 국민연금 보험료율 9%의 1.6배이다. 부담과 급여를 동시에 고려한 총 부담 대비 총 급여를 보여주는 연금수익비의 경우, 국민연금은 1.3~1.8배인데 비해, 공무원연금은 2009년 연금개혁의 영향을 받는 2010년 이후 가입자의 경우에도 2.3배로 나타나 국민연금보다 높은 수익비를 보여주고 있다.(5) 공무원연금의 높은 보험료 부담을 고려해도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높은 혜택의 연금을 보장받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쟁점은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정말 높은가의 문제보다는 공무원의 신분적 특수성을 인정하고 특별한 처우를 인정할 필요가 있는가의 문제로 옮겨간다. 공무원연금 도입 당시에는 국가주도의 경제발전 및 국정운영에 필요한 유능한 인재를 공무원으로 유치하고 민간근로자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을 보상하기 위한 것으로 공무원연금의 역할이 이해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무원연금을 통한 공무원에 대한 특별한 처우가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워진 것으로 파악된다.(6) 그동안 공무원 임금수준이 개선되어 민간근로자 수준으로 근접하였고, 국가 건설 초기단계에서 공무원의 특수한 역할과 유능한 인재 유치에 대한 의미도 많이 옅어진 데다가 공무원의 신분적 특성이 갖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용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공무원에 대한 특별처우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이다.
그러므로 공무원연금의 개혁 필요성을 공감한다고 할 때, 남는 문제는 어느 정도로, 어떠한 방식으로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것이 적절한가이다. 연금 개혁에서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은 노후소득보장과 재정안정화 간 균형이다. 연금 본연의 노후소득보장 책무를 잃지 않아야 하며, 동시에 고령시대 지속가능한 재정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연금 개혁은 형평성을 담보하는 개혁이어야 한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며, 공무원연금제도 내에서도 현세대와 미래세대 간 세대 형평성을 고려하여야 하며, 상위직급과 하위직급 간 소득계층 형평성도 고려하여야 한다.
외국의 공무원연금 개혁 동향과 시사점
그렇다면, 외국의 공무원연금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외국의 공무원연금제도를 분류해보면, 일반 국민연금과 별도의 독립된 제도를 가진 국가군으로는 한국,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이 있으며, 공무원을 포함한 전 국민이 공통으로 공적연금(국민연금)에 가입하고 부가적 연금층으로 공무원연금을 가진 국가로 미국, 영국, 일본, 핀란드, 스웨덴 등이 있다. 또한 재정방식으로는 책임준비금을 전액 적립하는 완전적립방식으로 운영되는 미국(CalPERS), 네덜란드가 있으며, 부분적립방식으로 운영하는 일본, 부과방식으로 운영되는 영국, 프랑스, 한국, 그리고 전액 국가예산으로 운영하는 독일로 구분된다.(7)
미국에서는 80년대 초부터 연금개혁 논의를 시작하여 1983년 신공무원연금을 다층화하는 개혁이 이루어졌다. 기존 공무원은 공무원연금에 계속 가입하도록 하되, 84년 이후 신규 공무원의 경우, 1층은 전 국민 공통의 OASDI, 2층은 공무원연금인(FERS), 3층은 개인저축(TSP)으로 다층화된 신공무원연금의 적용을 받도록 하였다.
일본은 1986년 이후 전 국민이 국민연금을 1층으로 모두 적용받고, 2층은 민간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후생연금과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공제연금으로 구분되어 운영됐었다. 그런데, 2012년 공적연금 간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근로자연금 일원화법이 통과됨으로써 2015년부터는 공무원도 후생연금으로 통합되고, 공무원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공제연금의 직역가산분은 개인연금방식으로 대체되어 적용될 예정이다.
영국은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1995년 연금충당부채 부담금제를 도입하여 명목적립방식 운영의 근거를 마련하고, 2007년에는 정부 비용부담 상한을 설정하여 상한 초과 시에는 보험료 인상 등 공무원과 정부 간 고통분담 정책(8)을 체계화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도 보험료 인상, 적립방식 전환 등 장기적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한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외국의 공무원연금 개혁동향도 한국의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과 동일한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장기적 재정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급여-부담 구조를 균형화하는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민 형평성과 국가책임의 일관성 차원에서 공무원을 일반 국민과의 통합적 틀에서 함께 다루는 기조로 변화되면서 공무원에 대한 특수성은 별도의 부가적 연금층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개혁되고 있다. 또한 인구고령화 및 평균수명 증가 등에 따른 불가피한 비용부담 증가에 대응하여 자동적 비용분담 메커니즘을 도입하는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금수급자도 고통분담에 동참하도록 재정안정화 기여금을 징수하는 방안도 도입되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이번에 제안된 연금개혁안은 개혁의 폭이 매우 크고, 기존 연금개혁안과 달리 연금개혁의 적용범위를 재직공무원, 신규공무원은 물론 연금수급자까지 확대하고 있다. 개혁방안도 재직공무원과 신규공무원, 그리고 연금수급자로 나뉘어 제안되었다. 구체적인 개혁방안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연금의 수입증대와 관련하여 재직공무원의 기여율은 현행 7%에서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10%까지 인상함으로써, 정부부담을 합하여 20%까지 연금보험료율을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신규공무원은 국민연금과 동일하게 기여율을 4.5%로 인하하고, 정부부담률도 동일하게 인하하여 총 9% 보험료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재직기간 상한은 현행 33년에서 40년으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기존 연금수급자의 경우에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공무원 기여율 인상정도인 3% 만큼을 재정안정화 기여금으로 납부하고, 이미 가입기간 동안 기여율인상을 부담한 세대의 경우에는 단계적으로 재정안정화 기여금 납부부담을 줄여나가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다.
다음으로 급여지출 감소와 관련하여, 재직공무원의 경우 연금급여와 연금부담 총액이 동일하도록 연금지급률을 현행 1.9%에서 1.25%로 대폭적 규모로 하향조정하며(40년 가입기준 50% 연금급여율), 신규공무원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하계획과 동일하게 2016년 1.15%에서 2028년 1%로 단계적으로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연금지급개시연령을 2025년 퇴직 시부터 단계적으로 연장하여 33년 이후 65세로 조정하는 것으로 제안하였다. 2009년 연금개혁에서 신규임용자에게만 적용하던 유족연금 급여율 10% 인하 부분을 재직자에게도 적용하여 유족연금을 현행 퇴직연금의 70%에서 60%로 인하하는 것으로 제안하고 있다. 또한 연금액 조정방식이 물가상승률에 따라 인상되던 것에서 인구부양률 악화에 따라 급여율 인상율이 자동 하향조정되는 재정의 자동안정화 장치를 함께 포함토록 제안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재직공무원의 경우에는 연금부담과 급여가 수지상등한 균형구조를 만들고, 신규공무원 및 재직기간이 짧은 재직공무원의 경우에는 국민연금과 같은 수준의 공무원연금을 적용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개혁의 최종목표는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과 같이 가입기간 10년 이상이면 연금을 수급할 수 있도록 하고, 연금 받는 시기를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2033년까지 65세로 늦춘다. 재직공무원의 급여-부담 수지상등 균형 구조를 위해 연금보험료를 43% 올리고, 퇴직연금액은 34% 삭감한다. 또한,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퇴직공무원에게도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기여율이 인상된 만큼인 연금산정소득의 3%를 재정안정화 기여금으로 부과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연금을 삭감한다.
한편 국민연금 가입 민간근로자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역으로 보강된 부분은 퇴직연금 부분이다. 공무원연금에 포함되어 있으나 민간근로자 퇴직금의 39% 수준에 머물던 퇴직수당을 제도 밖으로 분리하여 민간기업 근로자의 퇴직금수준으로 인상하여 공무원연금에 부가하는 2층의 공무원퇴직연금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발표자료를 보면, 이와 같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시행하면 초기부터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보전하는 정부보전금을 40% 이상 절감되고, 기여금 상향에 따른 정부부담 증가(7%→10%)와 퇴직수당 인상 부담이 더해지는 것까지 고려하더라도 단기적으로 29%가량 재정이 절감된다고 전망했다.
개혁안 평가와 향후 논의방향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입장은 몇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전례 없는 고강도 개혁인 만큼 당‧정‧청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9) 재정안정화 및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에 관심을 둔 많은 대다수 주요 신문이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10) 두 번째 반응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같이 현행 공무원연금의 혜택수준을 저하하는 어떠한 개혁도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 반응이다. 또한 이번 연금개혁안이 사적 보험회사의 배를 불리는 퇴직연금을 강화함으로써 사적 보험회사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세 번째는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불가피성에는 공감하지만,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11) 재직기간 및 입직시점에 따라 연금개혁 영향이 달라지고, 상위직급과 하위직급에 따라 연금개혁 영향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세대 형평성 및 계층 형평성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네 번째는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불가피성에는 공감을 하지만, 국민연금 수준으로 급격한 급여삭감을 하여 하향 평준화되는 것에 반대하며, 퇴직수당을 분리하여 강화하는 전략에 반대한다. 보험료율을 20%로 상향조정하고 국가가 퇴직수당을 민간근로자수준으로 강화하는 만큼을 공적연금에 보태서 공무원연금 급여수준을 이번 개혁안인 50%가 아닌 55% 정도로 덜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12)
이러한 개혁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보면, 전국공무원연금노동조합으로 대표되는 공무원당사자를 제외한 일반 국민 및 전문가적 견해에서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불가피하다는 데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상당한 이견도 존재한다. 가장 큰 대립에는 궁극적으로 국민연금과 같은 수준으로 개혁할 것인가, 아니면 공무원연금은 여전히 공무원 특수성을 배려하여 높은 수준의 공무원연금으로 존립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상반된 견해는 퇴직연금에 대한 견해의 대립으로 이어진다. 전자는 퇴직수당을 분리하여 민간근로자 수준으로 퇴직연금을 강화하여 다층연금체계로 구축하자는 것이고, 후자는 퇴직수당을 분리하지 않고 공적연금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후자는 이번 개혁안이 공적연금을 축소하고 사적 퇴직연금을 확대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에서는 퇴직연금을 사적 퇴직연금 상품으로 운영한다는 구상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퇴직연금을 새로운 공무원직역연금 층으로 분리하고 민간근로자 수준으로 강화하여 운영한다는 제안을 하고 있지만, 그 운영주체가 공적 기관이 될 것인지 혹은 사적 기관이 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구체화되지 않았다. 따라서 향후 퇴직연금의 운영주체와 관련한 논의는 열려있다고 생각된다.
향후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과정에서 다음의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개혁의 강도와 관련하여 공무원연금의 노후소득보장을 급격히 훼손하기보다는 점진적이고 합리적으로 조정해나가는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
둘째, 계층 형평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신규임용자 및 재직기간이 짧은 재직공무원의 경우, 급여율을 국민연금 평균급여율로 맞추고 보험료율을 국민연금과 동일 수준으로 맞춘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소득재분배 기능이 없으므로 하위직급의 연금급여수준 및 연금수익비는 국민연금보다 낮아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신규임용공무원의 경우 공무원연금의 틀을 그대로 둔 채 급여와 부담만 국민연금 수준으로 조정하는 개혁안보다는 아예 이들은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하는 방안이 국민 형평성 차원 및 계층 형평성 차원에서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신규임용자의 경우 국민연금에 재정부담도 주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셋째, 세대 형평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개혁안의 경우 재직기간이 짧은 재직공무원의 경우 가장 불리하기 때문에 세대 형평성을 면밀히 고려하여 개선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연금수익비 관점에서 볼 때 1996년 임용자의 수익비는 약 3.3배로 가장 높고, 2016년 이후 공무원은 국민연금과 같은 수준인 2.05배로 나타난다. 반면 2015년 임용된 공무원은 수익비가 1.14로, 사실상 보험료로 지불한 돈에 운용수익을 붙여 돌려받게 되는 확정갹출연금이다.
이번 개혁안에서는 수익비가 높았던 공무원연금제도를 누린 기간이 짧은 2009∼2015년 임용자에 대해서는 2016년 이후 임용자와 같은 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그것만으로는 세대별로 불리한 점을 충분히 대응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재정수지 상등한 연금안을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자 한다면 아예 공무원연금을 명목확정갹출(Notional Defined Contribution) 방식에 입각하여 재직기간 및 입직기간별로 상이한 갹출과 급여를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넷째, 퇴직자에게도 고통분담에 동참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퇴직자 연금에 대한 재정분담금 부과도 하후상박(下厚上薄)의 원칙을 고려하여 차등화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13)
다섯째, 공무원연금에서 공무원의 특수성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어지는 만큼 공무원 신분의 특수성에 기반을 두어 공무원의 법적 처분결과에 따라 급여를 제한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기초연금 혜택에서 공무원을 아예 배제하고 있는 부분도 개정하여야 할 것이다.
연금은 안타깝게도 요술상자가 아니다. 누군가가 낸 만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연금은 때로는 의도적 제도설계에 따라,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상황으로 낸 것과 받아가는 것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이득이 발생하기도 하고 손해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결국 연금은 누군가가 낸 돈으로 받아갈 수 있을 뿐이다. 본인이 낸 것보다 많이 받아갔다면, 많이 받아간 만큼은 다른 누군가가 부담한 것이다. 다른 요인은 차치하더라도 평균수명 연장으로 인해 길어진 연금수급기간, 그 하나의 요인만으로도 연금급여를 확정적으로 약속한 공적연금체계에서 연금재정 적자는 불가피하다. 누적된 연금재정적자는 개혁이 필요하다. 누구의 잘잘못 때문이 아니라 세계 유례없이 급격히 고령화되고 생산인구는 줄어드는 한국 사회의 취약한 인구구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연금개혁은 항상 쉽지 않다. 연금개혁을 통해 명확히 손해를 보는 집단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현재 모색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 전체가 손해를 보는 개혁이다. 손해를 보는 정도가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공무원 모두가 손해를 본다는 측면에서 양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자신들의 연금은 이미 대폭 삭감되었고 공무원연금의 연금적자를 보전해주면서 이미 손해를 보고 있는 일반 국민들만이 공무원들로 하여금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인한 손해를 감수하도록 압박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있을 뿐이다.
연금은 해답이 비교적 분명한 고급 산수에 불과하지만, 연금개혁의 해법을 실질적으로 찾아가는 것은 고차적인 연금정치가 필요하다. 절대 간단치 않다. 그러나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의 접근은 지난 몇 차례 공무원개혁이 공무원당사자의 참여하에 미온적 개혁으로 그쳤다는 교훈 때문이라고 짐작되지만, 명분을 앞세운 압박의 정치와 배제 전략이 동원되고 있는 것 같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명분은 충분하고 개혁에 대한 공감도 비교적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있다 하더라도, 투명한 소통에 입각한 양보와 타협, 명분과 압박이라는 고도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 공무원연금 재정적자로 인한 국고보전액은 2014년 2조 5,800억 원에 이르고, 2015년 3조 원, 2025년이면 1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한국연금확회, 2014). 여기에 군인연금 국고보전액도 2013년 1조 3천억원에 이르고 있어 공적직역연금으로 인한 국고보전액은 상당한 재정부담이 되고 있다.
(3) 보수월액은 소득월액의 65% 수준이다.
(4) 김용하, “재정 안정화를 위한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한국연금학회. 2014. 9. 22.
(5) 1989년부터 30년 가입한 경우 부담 대비 급여의 수익비는 3.8배, 1999년부터 30년 가입한 경우 수익비는 3.3배에 달하고 있다.
(6)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한림대학교 세대공생 연구프로젝트에서 2014년 1월 전국 1,200명의 2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대면 면접조사한 결과 “공무원 등 공적특수직역 근로자가 일반 국민보다 연금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 라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53.4%가 그렇지 않다고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고, 19.5%만이 그렇다는 긍정적 견해를 보였다. 그 나머지 27.1%는 중립적 견해를 보였다.
(7) 송인보, 주요국 공무원의 퇴직소득보장제도. 공무원연금공단, 2012; 문형표․이지혜․김용하․김상호․최재식․김재경, 「재정안정화와 제도선진화를 위한 공무원연금 정책연구」, 한국개발연구원, 2006; 공무원연금공단, 「외국의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사례 분석」, 2004.
(8) Cost Capping and Sharing Policy
(9) 김태일 교수는 “현재처럼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분리하고 ‘후한’ 급여를 유지하는 한 공무원연금 비판 여론은 계속될 것”이라며 “신규·재직·퇴직 공무원들이 조금씩 ‘고통분담’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공적연금 무력화”-“공무원 특혜 정상화” 격론. 2014. 9. 18.)
(10) 대다수 경제신문, 조선, 중앙, 동아, 한국, 경향, 세계, 문화일보 등이 개혁에 긍정적이며, 한겨레 신문 정도만 부정적 입장에서 다루고 있다.
(11) 제갈현숙 연구위원은 “직급에 따라 누적적인 기여율을 적용하거나 급여총액에 상한선을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 “공적연금 무력화”-“공무원 특혜 정상화” 격론. 2014. 9. 18.)
(12) 양재진. “공무원 연금개혁의 쟁점과 과제: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 연금개혁을 중심으로”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2014. 9. 18. 양재진 교수는 “국민연금이 안정된 노후소득을 보장하지 못해 불신을 받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개편안의 모델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정적으로 튼튼한 공적연금 체제를 마련하고, 국민연금이 이를 모델로 삼아 ‘중향평준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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