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발언'을 질타하고 나섰다. <중앙일보> 등 다른 보수 언론이 "할 말을 했다"고 평가한 것과 대비된다. <조선일보>는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꽉 막힌 정국을 푸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자신들이 최초로 제기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한 해명이나 제대로 하라고 질타했다.
<조선>은 17일자 사설 '대통령 '세월호 발언', 막힌 정국 푸는 데 도움 되겠나'에서 "대통령은 이날(16일) 발언이 정국 정상화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악재가 될지 좀 더 고민해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사설은 대통령의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도 지적했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면서 동시에 행정부의 수반"이라며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입법부를 존중하고 예우해야 하는 게 대통령의 의무이자 예의"라며 "대통령이 유가족의 수사권, 기소권 요구를 내치면서 국회에 행정부의 수사, 기소 독점권을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한 명분도 삼권분립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대통령이 이날 '세비 반납'까지 거론하며 입법부를 몰아 세웠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매끄럽게 넘어가지 않는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방어적 태도를 보이면서 정작 적극 해명해야 하는 의혹, 즉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의 행적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점도 지적했다. 사설은 "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며 '이것은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 관계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며 "이렇게 자신을 방어하면서도 야당이 의혹을 제기해 온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설은 "세월호처럼 사회적 갈등과 이견이 심한 사안일수록 대통령은 시기와 장소를 가려 때론 하고 싶은 말도 참고, 내지르고 싶은 소리도 누를 줄 알아야 한다"며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과연 최적의 시기에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갖췄다고 판단해 내놓은 것인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질타했다.
<조선>, ‘세월호 7시간’ 의혹 해명하라 한 이유는?
<조선> 사설에서 문제 삼고 있는 '세월호 7시간' 의혹은 사실 <조선>에서 최초 보도했다.
<조선>은 7월 18일자 최보식 기자의 기명 칼럼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에서 증권가 정보지 등을 출처로 "세간에는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일 모처에서 비선(秘線)과 함께 있었다'는 루머가 만들어졌다…의문 속 인물인 (박 대통령의 전 측근) 정윤회 씨의 이혼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더욱 드라마틱해졌다"며 최초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현재 이것을 보도한 기자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하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의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관련 의혹을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 기자에게 서면조사서를 보냈다. 검찰은 서면조사서에 '칼럼 내용의 근거는 무엇인지', '어떤 의도로 쓴 것인지' 등의 질문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신문>은 지난달 3일 온라인판에 게재한 기사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을까’에서 최 기자의 칼럼을 인용하고 증권가 관계자의 추측성 발언을 덧붙여 박 대통령이 부정한 일을 저지른 듯한 뉘앙스로 보도했다.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최근 시민단체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돼 두 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게 되자 “<조선> 칼럼을 인용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를 최초 보도한 조선일보에도 불똥이 튈 조짐이 보인다. 실제 지난 16일, 검찰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만났다고 알려진 정윤회 씨가 다른 사람을 만났다고 최종결론을 내렸다. <조선>이 이날 사설에서 '세월호 7시간' 의혹을 해명하라고 압박한 이유이기도 하다.
<중앙> “국가원수로서 할 수 있는 문제 제기”
한편, <중앙>도 이날 사설을 통해 <조선>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중앙>은 '세월호 파행 비판한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사설을 통해 "대통령의 이런 자세는 포용, 소통형이 아니라 대결형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대통령은 주장만 할 게 아니라 설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선>이 '굳이' 지적한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서는 "피해자로서의 항변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할 수 있는 문제 제기이자 경고"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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