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세월호 선원이 "머리가 좋은 사람은 살았다"는 망언을 해 희생자 유가족들의 분노를 샀다.
세월호 조기수(배의 기관을 조종하는 선원) 이모(56) 씨는 3일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의 피고인 신문에서 "당시 선내 방송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퇴선 방송을 해야 하는데 방송이 잘못됐다"고 답했다.
'선내에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의 문제점을 수긍하는 답변이었지만, 문제는 그 이후의 발언이었다.
이 씨는 이어 "(방송을 듣고도)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화물기사가 그러는데 객실로 갔다가 (선내 방송을 따르지 않고) 다시 나와 구조됐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을 따른 사람은 많이 죽고, 듣지 않은 사람은 살았다는 것이냐"는 검사의 재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탑승객들에 대한 구조 책임이 있는 선원의 이런 답변에, 재판을 방청하던 유족들은 분노를 터뜨렸다. 일부 유가족은 이 씨를 향해 "우리 애들은 멍청해서 죽었다는 것이냐", "그렇게 똑똑하면 승객을 구하지 그랬느냐"고 항의했다.
세월호 선원 "탈출 쉬울 때까지 배 기울기 기다려"
이밖에도 이날 재판에선 이 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탈출이 더 쉬울 때까지 배가 기울기를 기다렸다"고 진술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검찰이 이날 재판부에 제출한 진술 조서에 따르면, 이 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배가 더 침몰하면 탈출하기 쉽다. 수면에서 3층 갑판까지 높이는 보통 3층 건물보다 더 높아 바다로 뛰어내리면 충격으로 다치거나 물이 차가워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 좌현 쪽으로 배가 더 기울어 3층 갑판과 수면이 가까워질 때 탈출하려고 기다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이 씨의 당시 진술에 대해 집중 추궁을 벌였지만, 이 씨는 해당 내용을 진술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승무원들과 인식을 공유한 것이 아니라 "혼자만의 생각이었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검찰의 계속된 추궁에 "(배가 기울기를 기다려 탈출한 것이 계획적이었다면) 두려움에 떨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씨에 앞서 피고자 신문을 받은 3등 기관사 이모(25) 씨 역시 "조기수는 뒤쪽으로 떨어져 있었다"며 "(이 씨)가 추측으로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방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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