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TV로 생중계된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드라마 속 의상을 사기 위해 한국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도 공인인증서 때문에 구매에 실패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한 이후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에게 "공인인증서 없이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라"고 권했다. 카드사가 "대안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걸린다"면서 따르지 않으면 그만인 일방적인 당부였다.
답답했던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천송이 코트 대책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면서 "중국 등과 같이 우리도 온라인 시장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하면 외국 업체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금융위원회는 28일 "이르면 8월부터 구매액이 30만 원을 넘어도 공인인증서 대신 휴대폰 인증을 통해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가 도입된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들은 "드디어 중국인도 30만 원이 넘는 값비싼 '천송이 코트'를 마음껏 사게 됐나보다"고 생각하면서 박 대통령의 관심으로 이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여길 것이다.
그런데 이게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벌인 '규제개혁 쇼'라는 비판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 <경향신문>은 "중국 소비자들이 공인인증서 탓에 국내 쇼핑몰에서 '천송이 코트'를 살 수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못하고 쉬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내· 국외 카드를 불문하고 국내 쇼핑몰에서 30만 원 이상의 상품을 결제할 때 본인인증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은 전자금융거래법규상 위법"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5월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 지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국내 쇼핑몰에서 30만 원 이상 결제할 때 공인인증서로 본인인증을 요구하지 않은 사이트가 있었다면, 불법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금융위 대변인실 관계자는 '30만 원 이상 구매 시 공인인증서로 본인인증'이라는 규제가 국내 카드사에게나 적용될 뿐이라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위 측은 "<경향신문>에서 인용한 '금융당국 관계자'가 잘 모르고 말을 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일 <경향신문>이 인용한 금융관계자들이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면, '천송이 코트' 규제 문제가 대중적인 관심을 끌기는 하지만, 중요한 규제를 무장해제하는 일종의 '선전도구'로 내세워지고 있다는 금융당국 내부의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