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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이건 자살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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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 대통령, 이건 자살골입니다"

[기자의 눈]"너희는 덕 보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던 지난 2003년 2월 25일, 영국의 진보적 일간지 가디언의 서울발 기사 제목은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 로그온하다 ("World's first internet president logs on)"였다.
  
  그리고 '인터넷 대통령'다운 일인지 모르겠지만 노 대통령이 당선 이후 처음으로 공식 인터뷰를 가진 곳도 인터넷 매체였다.
  
  그리고 4년하고도 3개월이 지난 25일에도,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신생 언론사와 마이너 언론이라고 하여 기자실에 발도 못 붙이게 하는 나라도 찾기 힘들다"며 "유수의 인터넷 언론조차 특정 기자실에 못 들어오게 하고, 한정된 기자들끼리 당국자들을 불러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듣는 관행은 어찌 보면 횡포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바로 그같은 '관행'과 '횡포'를 손보는 조치를 당국이 내놓은 데 대해 고마워 해야 할까?
  
  과연 '기득권 vs 비기득권'의 전선인가?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기자실(기사송고실-브리핑룸)을 대폭 통폐합하는 방안이 발표된 데 대한 언론의 반발이 거세다. "기득권이 침해된 데 대한 즉자적 반발 아니냐"는 여론도 적진 않지만 진보, 보수 할 것 없고 언론 현업 단체, 사용자 단체 할 것 없이 이번만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부 정부 당국자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창간 초기 기자실 앞에서 문전박대 당했던 설움을 간직한 언론사까지 이 (비판)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지적할 뿐만 아니라 <프레시안>을 향해서도 "조중동이 반대하는 것은 이해라도 하지만, 개방형 브리핑 제도의 '덕'을 본 인터넷 매체가 왜 그러냐"고 묻기도 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한겨레나 경향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아마도 정부는 이번 방안을 '언론 기득권 대 비기득권'의 전선으로 상정하고 있는 모양이다.
  
  기자실 공개와 폐쇄는 다른 말이다
  
  개방형 브리핑제 실시, 신문발전위 설치, 지역언론 육성을 위한 지역신문발전위 설치, 신문법 개정 등 현 정부 들어 진행된 일련의 언론개혁 방안에 대해 일부 개혁적 언론이나 언론단체들이 보기에 따라선 '정부의 우군'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조중동이 하사(下賜)하는 '친노언론', '친노단체'라는 딱지가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아니었고, 때론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도 했지만 그 방향과 명분이 옳았기 때문이다.
  
  이런 전사 탓에 이번에도 정부는 당시의 '우군'들이 이번에도 같은 편에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지만, 단언컨대 이는 오판에 불과하다.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이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죽치고 앉아서 담합하는' 기자들을 비난하며 해외기자실 실태의 조사를 지시한 이후 필자도 "기자실을 없애면 어떻겠냐"는 질문을 관계자로부터 받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해 필자는 "기자실 공개와 폐쇄는 다른 말 같다"고 일단 과거의 기자실 개방 조치와 이번의 폐쇄 조치가 큰 맥락에서 역방향이라는 점을 지적한 뒤 "거대 언론이야 따로 사무실을 얻을 수도 있고 두터운 인맥을 활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매체는 힘들어진다. 원하는 결과인지 모르겠지만 사실상 언론을 실력이 아니라, 금력 기준으로 구조조정하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답한 바 있다.
  
  그리고 "말이 개방형 브리핑제지, 지금도 브리핑 제도가 활성화 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던 기억이 있다. 요컨대, 문제의 본질은 과두 언론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와 대중에 대한 정보접근이 확대되느냐 아니냐는 대목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무단출입 기자들을 고발하라
  
  '기자들의 부처 사무실 무단 출입'과 '폐쇄적 기자실 문화'가 정부가 꼽고 있는 기자실 통폐합 사유다.
  
  그런데 이해하기 힘든 것은 언론과 송사를 꺼려하지 않는 현 정부에서, 아니 공무원이 언론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해서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칭찬도 받는 마당에 왜 지금까지 사무실 무단 출입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도 없었느냐는 점이다.
  
  청와대브리핑이나 국정브리핑을 통해 사례를 공개하고 법과 여론의 심판도 구하면 되련만 "문제가 심각하다"던 김창호 국정홍보처장도 '구체적 사례를 들어달라'는 질문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폐쇄적 기자실 문화'도 마찬가지다. 이번 통폐합 방안에서 살아남은 서울 경찰청 기자실은 지금도 일부 종합지 '시경 캡'들이 꿰차고 앉아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지방경찰청도 마찬가지다.
  
  국보법 전철 밟는 언론개혁
  
  의도했든 아니든 이처럼 정부가 전 언론과 전선을 긋는 사이에, 홍보수석실 표현대로 "한나라당의 뿌리인 민정당이 집권하던 시절의 공보처가 언론사와 언론인들을 어떻게 다뤘는지 세상이 다 아는 일"이지만, 한나라당이 새삼 언론자유의 수호자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후보단일화 토론 금지, 대선 기간 촛불 집회 금지' 등 5공식 민심 통제 방안을 대통령선거 대책이랍시고 내놓았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슬그머니 집어넣었던 한나라당이 새삼 '언론자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번 일을 기화로 보수 언론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위헌적 신문법도 원상회복 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 '기자실 통폐합' 조치가 거센 역풍을 만나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보노라면 새삼 생각나는 것이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악법의 대명사인 국가보안법을 둘러싸고 폐지 여론이 높았던 적이 있었다. 한나라당 조차 독소조항 개정이냐 대체입법이냐를 두고 여론의 눈치만 봤었다.
  
  그런데 2004년 9월 갑자기 노 대통령이 TV에 출연해 "국보법이란 낡은 칼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이 돌출발언으로 평지풍파가 일었고 '정치적 의도가 있네 없네, 친노네 반노네' 하는 멱살잡이 끝에 결국 지금까지도 국보법은 이 정부 출범 당시 모습 그대로 아주 온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 누구도 반대하지 못했고, 그간 어렵사리 성과를 쌓아 온 '언론개혁 의제'도 같은 전철을 걷지 않을지 우려된다.
  
  게다가 경기 종료 시각은 불과 10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노 대통령은 자기 골대를 향해 강슛을 성공시킨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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