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중진 모시기' 노력이 '명분 쌓기'기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새누리당은 7.30 재보선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투입키로 결정을 내리고 거듭 '공개 구애'에 나섰지만 김 전 지사는 현재 요지부동이다.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은 3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현재 재보궐선거 상황이 너무나도 어려운 처지"라며 "김문수 전 지사나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당의 대들보가 되어 승리를 이끌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드리고 있다. 특히 김 전 지사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당은 물러설 수 있는 자리가 없고 물러설 처지도 못 된다"며 "재보선 전선의 선두에 김 전 지사가 필요하고, 제가 스토커가 되어 언제든 찾아가 당의 방패가 돼 달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대구에서 개인 일정을 소화중인 김 전 지사를 만나기 위해 이날 현지에 내려갔다.
김 전 지사 측은 윤 사무총장의 이같은 공개 발언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전 지사의 한 측근은 이날 "윤 사무총장이 이틀 전 몇 차례 전화를 걸어오고 공천위원인 원유철 의원과 김 전 지사가 통화한 이외에, 당과 어떤 접촉도 없었다"며 "당에서 명분을 축적해 압박하는 모양은 적절치 않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국무총리 후보, 당대표 후보, 재보선 출마 등 '김문수 활용법'은 여권 내에서 두루 거론돼 왔었다. 그러나 격에 맞는 영입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나중에 "당이 어려울 때 도와주지 않았다"는 비판의 명분을 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인 셈이다.
윤 사무총장은 이날 "새누리당은 계파를 초월한 공명정대한 공천, 시대정신에 맞는 혁신공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감 공천을 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지사가 '몸값 올리기'를 위해 당과 신경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평택을 지역 무소속 출마까지 거론됐던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입장을 바꿔 당이 제안한 수원정 지역 출마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을 지역 공천을 신청했던 임 전 실장은 당초 경선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하자 "내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모신 장관, 비서실장이기 때문이냐"며 '계파 갈등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었다. 이에 새누리당이 뒤늦게 임 전 실장 달래기에 나선 모양새다.
또다른 거물급 출마 예상자로 거론됐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등의 공천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당 내에서 무수한 하마평이 나왔던 것과 달리, 오 전 시장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적인 출마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은 오는 7월 말부터 6개월 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파견으로 아프리카 르완다를 방문할 계획이다.
나경원 전 의원도 뒤늦게 수원병 지역 출마 권유를 받았지만 "서울시장에 나간 사람으로 경기도 수원 출마는 명분이 맞지 않는다"며 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출마도 접은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수원병에 지역 맞춤형 인사를 공천키로 했다.
중진들의 거듭된 고사와 맞물려 새누리당은 '지역 일꾼론'과 '당 혁신론' 등 양대 명분을 내세워 재보선 판을 키우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심판론'에 '조용한 선거'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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