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직후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나 도저히 못하겠다. 말을 이렇게 바꾸고 저렇게 바꾸고 있다"며 "(민주당에게)'본회의장 근무(농성)를 계속 명한다'라고 말하고 나왔다"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이날 협상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양당은 쟁점법안에 대한 '합의 처리'와 '협의 처리', 그리고 '2월 중에 상정'과 '시한을 정하지 말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했을 뿐이다.
▲ 여야 3 교섭단체 대표, 웃고는 있지만...ⓒ프레시안 |
이날 최대 쟁점은 13개 사회개혁 법안과 7개 미디어법 처리 방식 및 시점, 그리고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시점이었다.
민주당 측이 13개 사회개혁 법안을 합의 처리하자는 주장을 포기하는 대신 미디어 관련법 일부를 2월 중 협의 처리 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조율 과정에서 결국 무산됐다.
홍 원내대표는 "처음에는 민주당이 사회 개혁 법안 합의 처리를 포기한다고 했다. 그래서 미디어 법을 우리가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했더니 갑자기 '사회개혁 법안도 합의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로 바꾸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악법'으로 내세운 미디어 법안 7개와 관련해서도 방송법 등 첨예한 쟁점을 제외한 법안에 대해 홍 원내대표는 "3개 법안은 민주당이 '협의처리 할 수 있다'고 민주당이 제안했다가 나중에 일괄합의처리 하자고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쟁점 법안을 제외한 3개 법안은 전파법, 언론중재법, 디지털전환법이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에 대해서도 민주당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협상 도중 기자들과 만나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2월 중 협의 처리 할 수 없고, 방송법도 2월 중에 상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선택 "가능성 있다"지만 서갑원은 "진전이 없다"
중재를 위해 '선진과 창조의 모임' 문국현 원내대표와 함께 협상장에 들어간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은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세균 대표의 제안에 대해 일부 접근했다"고 말했지만, 민주당 서갑원 수석은 "협상에 진전이 없다. 한나라당 측에서 일자일획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여당의 85개 법안 중 사회개혁 법안 등을 제외한 58개 법안과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37건 법안 처리를 위해 "법사위와 유관 상임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권 원내대표는 "항목별로 진전이 있다"면서 "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준동의안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단독 상정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여야가 합의했다"고도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협상 중간에 이같은 내용을 본회의장 안에서 농성중인 정 대표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중재자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양당은 기실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보인다.
홍 원내대표는 "김형오 의장이 오늘 '가합의안을 중심으로 합의 안되면 직정상정 하지 않겠다는 것을 철회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고,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도 "대화와 토론이 안되면 의장에게 직권상정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친이계를 중심으로한 한나라당 강경파 역시 "직권상정을 요청하라"고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고 민주당 강경파 역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6일 열릴 교섭단체 대표 회담이 극적 타결의 장이 될지는 오리무중이다.
민주노동당의 외로운 싸움 이날 8시 경 국회 경위들이 국회 로텐더 홀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준비한 플래카드를 철거하며 의원 및 당직자들과 경위 사이에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이 'MB악법 협상은 없다'는 플래카드를 본회의장 문 앞에 붙이는 도중 경위들이 강제로 떼 가는 과정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 강기갑 대표와 이정희 의원은 몸을 날리는 등 경위가 빼앗으려는 플래카드를 사수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경위 20여명에 의해 넘어진 채로 계단을 지나 본회의장 밖까지 30여 미터를 끌려나가는 수모를 당했다. 비명을 지르느라 목이 쉰 이정희 의원은 맥박이 약해지는 등 몸싸움이 종결된 후 실신해 8시 40분 경 앰뷸런스에 실려갔다. 강 대표는 지난 3일과 4일에 걸쳐 벌어진 몸싸움 과정에서 "(오른손 중지) 손가락 뼈가 세동가리 난" 상태. 그는 "입원일과 수술 날짜를 받아든 사람인데 이렇게 무자비하게 해도 되느냐"고 여야3교섭단체 대표 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국회의장실 문 앞에서 항의하기도 했다. 강 대표 외에 권영길, 곽정숙 의원도 곧바로 의장실에 찾아가 항의했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강 대표는 "야당 의원은 개 끌듯이 끌고가고 무슨 협상이냐"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은 협상장 앞에서 "소수 야당인 민주노동당은 교섭단체 위주로 이루지는 협상 과정에서 모든 대화 통로가 막힌 상태"라며 "마지막으로 현수막을 통해서라도 의사 표현을 하려는데 그 현수막이 뭐길래 대(大)부대를 동원해 뺏어 가느냐"고 항의했다. 강기갑 대표는 연좌 농성을 하는 등 의장실 앞에서 계속 항의했지만 김형오 국회의장은 10시 30분 경 뒷문을 통해 의장실을 빠져나갔다. 강 대표는 "(김 의장이) 미꾸라지 빠져 나가듯 한다. 언제까지 빠져나갈 수 있을 지 두고보자"며 로텐더홀에 있는 민주노동당 농성장으로 돌아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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