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입을 열었다. 박 전 대표는 5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이례적으로 참석해 "이 법안(한나라당 중점 추진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국민통합을 위해 다수당인 우리 한나라당이 한걸음 더 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한 것. 직권상정 방침을 철회한 국회의장과 본회의장 농성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을 성토하는 최고-중진 연석회의 자리에서 박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회의 참석자들은 적잖이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있기 직전 강경파이자 친이계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으로서는 의회폭력에 맞서 어떠한 경우에도 본회의장 점거를 해제하지 않는 한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야 한다"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공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의 추천으로 의장이 된 김형오 의장은 직권상정을 포기하겠다는, 즉 의법처리를 포기하겠다는 그런 발표를 하신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후 마이크를 이어받은 박 전 대표는 "지도부에서 그동안 애도 많이 쓰시고 고민도 많으셨고 많이 참으셨지만 다수당으로서 국민앞에 큰 그림을, 큰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것이 옳다"며 "우리 당이 그렇게 노력을 할 때 국민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한나라당이 국가발전을 위하고 또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내놓은 이 법안들이 지금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도 굉장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중점 추진 법안'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제가 당대표하던 시절 다수당이었고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4대악법을 내걸고 밀어붙이고 강행처리하려고 했었다"며 "당대표로서 그때 그런 점들이 가장 안타까운 일들로 기억이 된다"고 말했다.
2005년 초, 다수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등 이른바 '4대 개혁법안'을 강행처리하자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며 국회가 파행을 겪은 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등의 처리 유보를 얻어냈지만 신문법, 사학법을 내 줬다.
박 전 대표는 민주당, 민주노동당의 본회의장 점거 농성에 대해서도 "야당이 그동안에 한나라당의 협상제의라든가 이런 것을 거부하고 대화도 계속 거부해가면서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잘못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선거에서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선택함으로서 우리가 다수당이 됐다. 한나라당이 정책을 펴 나가도록 권한을 위임한 것"이라며 "그러나 또 동시에 우리를 다수당으로 만들어줌으로서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는 그런 책임도 우리에게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표의 최고-중진 연석회의 참석은 지난해 7월 이후 두번 째다. 그는 이날 이상득 의원 옆 자리에 앉았고 회색계통 재킷에 바지를 입어 '전투복' 모드를 과시했다.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주요 국면에서 침묵으로 일관해 눈총을 받아온 점을 의식한 '작심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소위 'MB법안'을 둘러싼 갈등이 당 내전으로 폭발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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