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이 11일 새벽 강행됐다. 경찰 20개 중대 2000여 명, 한국전력 직원과 밀양시 공무원 250여 명이 동원된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연행자 및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밀양시는 이날 단장면 용회마을, 상동면 고답마을, 부북면 평밭·위양마을에 각각 들어설 101번, 115번, 127번, 129번 송전탑 공사 예정 부지와 장동마을 입구 등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활동을 하며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농성장을 철거했다. 행정대집행 시작 2시간 만에 수녀 2명과 주민 2명이 응급실로 후송됐다.
이런 상황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밀양송전탑전국대책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철거를 강행한 정부와 한전을 규탄했다. 이들은 “밀양에서의 비극을 멈추어야 한다”라는 회견문에서 정부와 한전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대신 “엄청난 국가 폭력으로 밀양 어르신들을 제압하는 방법을 택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더는 물러설 데가 없어, ‘우리는 살고 싶다!’고 절규하는 밀양의 어르신들은 더 이상 이 나라의 국민도 아니라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정부와 한전은 이토록 잔인한 패륜을 범해가면서 765kV 초고압 송전탑을 건설하려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고서는 “온갖 비리로 인한 안전문제로 언제 완공될지도 모를 신고리 원전 3,4호기의 전력송전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이미 설치되어 있는 기존의 송전선으로도 충분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특히 고리 1호기 등 노후원전을 중단한다면, 아직 착공도 하지 않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포기한다면 밀양송전탑은 필요조차 없는 사업이라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더구나 밀양 주민들은 마을을 관통하는 송전선로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할 수는 없는지, 지중화 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줄기차게 요청해 왔다. 그러나 정부와 한전은 단 한 뼘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고, 주민들과의 대화요구를 거부해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그러는 동안 고 이치우 어르신과 고 유한숙 어르신이 죽음으로 내몰렸다. 고 유한숙 어르신은 돌아가신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장례조차 못 치르고 있다. 한전은 고인과 유족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고 죽음의 진실을 왜곡하고 폄훼했다”라며 “밀양 어르신들에게 남은 것은 파괴된 마을 공동체와 경찰의 소환장, 벌금고지서 그리고 흉물스런 초고압 송전탑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선거 과정에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거듭 약속했던 정부와 여당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돌변했다고 지적했다. “돈도 필요 없고 평생 살던 곳에서 안전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밀양 주민들의 생명을 파괴하고” 있다는 게다. 이어 이들은 “밀양의 싸움은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기를 공급하는 핵발전소 때문에 불안에 시달리는 우리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의 안전과 행복보다 전력회사의 입장을 앞세우는 정부의 모습에서 이들은 ‘세월호 참사’의 그림자를 봤다. 이들의 성명에 “밀양은 또 다른 세월호”라는 문장이 담긴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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