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협동조합중앙회가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으로 ‘신경 분리’된 지 2년이 지나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2012년 3월 농협경제지주회사 및 농협금융지주회사로 사업구조를 이원화 재편하는 ‘농업협동조합법’이 시행되었다. 하지만 농협법을 재개정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아직 미완의 법이라는 것이다. 이대로는 아직도 불안하다는 것이다.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애초 사업구조 개편의 목적은 “농협을 주인인 농민조합원에게 돌려주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고 체감하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협동조합임에도 수익성을 우선하는 경영평가, 조합원 배당보다 임직원 성과급을 우선 챙기는 경영방식, 임직원 비리가 만연된 비민주적인 사업현장 등이 ‘협동조합 아닌 협동조합’, ‘한국형 농협’의 현주소다. 그렇다고 농협의 문제는 단지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를 위로부터 재편한다고 단번에, 명쾌하게 해결되지는 않을 듯싶다. 근본적으로 농민조합원의 이익을 우선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아래로부터의 농협개혁안이 먼저 마련될 필요가 있다. 대부분 조합원은 주로 아래에 있고 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 농협이 처한 외부 환경은 대응하기 간단치 않다. 한중FTA,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글로벌한 위협요인에, 협동조합기본법이라는 내생적 요인마저 혼재된 형국이다. 여기에 소매유통, 공제 등 농협 본연의 사업적 책임과 성과는 물론이고, 사회적 책임경영, 농촌지역 복지지원 등의 요구도 점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협은 여전히 변화하지 않고 있다. 미동은 하지만 차라리 복지부동에 가깝다. 대응전략은 모호하고 실천방안은 안이하다. 창립 이래 해묵은 관습과 관성이 철저히 지배하는 전근대적인 조직이다.
그런데 외부에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으로 쳐다보면 농협의 혁신은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의외로 쉽게 풀릴지 모른다. 협동조합의 원칙과 매뉴얼을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 그 실례가 괴산의 불정농협이다. 요즘 대안농협의 지역실천모델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불정농협의 남무현 조합장이 취임하자마자 제 손으로 한 것처럼, 스스로 조합장의 연봉을 자진 삭감하는 식으로 행동하면 된다. 그리고 나머지 임직원들도 연봉 자진삭감 대열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면 된다.
사실 농협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은 지역과 중앙을 불문하고,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이 받고 있다는 시샘과 비아냥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그 돈은 마땅히 농민조합원들의 노동과 생산물의 대가로 나눠야 마땅했을 돈이다. ‘협동조합’의 주인은 중앙회장이나 조합장, 임직원이 아니라, 농민조합원이니까 그게 당연한 이치다. 또 유통, 판매수입은 생산자 조합원의 수익성을 적정하게 보장하는 수준에서, 더 많이 분배하면 된다.
이런 단순명쾌한 협동조합 운영의 원칙이 이해되지 않거나, 이해는 되지만 수용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농협의 내부 개혁은 아직 요원하다는 의미다.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고백이다. 따라서 법 개정, 사업구조 재편 등 상부, 외부로부터 특별한,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힘이 또 가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금 다른 방법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한국 농협의 흑역사는 ‘한국형 관제 종합농협’의 태생적 한계로부터
애초 한국에서 농협은 생산자협동조합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시작부터 첫발을 잘못 내디딘 셈이다. 농촌근대화라는 정부정책에 충실히 복무하려는 이른바 ‘관제 협동조합’의 태생적 정체성을 띠었다. 구체적으로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가 입법한 농협법 제정에 따른 것이다. 농협중앙회장이 회원조합장을 임명하고 농협중앙회장을 대통령이 임명했다. 발상이나 구조가 관제농협의 전형이다. 간판만 협동조합이다. 따라서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대신 농업발전과 농촌부흥을 동시에 추구했다. 그야말로 한국적 민주주의가 그런 것처럼, ‘한국적 종합농협’이라는 왜곡된 모양과 성격이다.
당시 정부는 농협을 설계할 때, 쌀 증산과 수매, 농업금융망 확보, 지역사회의 센터기능을 동시에 달성하는 모델을 추구했다. 그래서 ‘종합농협체계’를 채택한 것이다. 무엇보다 영세한 규모의 소농이 중심이 된 집약적 영농 특성을 띤 우리 농업의 생산구조가 한계였다. 서구형 품목농협으로 발전하기는 어려운 처지였다.
특히 당시 개발독재 정권이 보기에는 1970년대 경제개발계획과 새마을운동을 뒷받침하는 데 농협은 수단과 도구로서 긴요했다. 농업금융, 농자재 공급 등으로 시대의 국정과제였던 식량증산이라는 결정적 역할을 감당했다. 게다가 1970년대 초 신협법을 제정하면서 읍면 단위로 합병한 농협에 상호금융사업을 부여했다. 농민조합원은 뿌리 깊은 고리사채의 부담을 다소 덜 수 있었다. 이러한 종합농협체계는 5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신용사업 수익력에 주로 기대는 지역농협에서 지배적이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품목농협 경제사업의 한계 등으로 주도적인 농협모델의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처지에서 경제사업과 운영민주화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1988년 가톨릭농민회 등이 주도해 농협법이 개정됐다. 이때 농협민주화의 핵심과제였던 ‘조합장 직선제’가 마침내 관철되었다. 하지만 조합장 직선제는 형식적 민주화의 수준에 그쳤다. 협동조합원칙에 따른 조합원의 일상적 조합운영참여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비전업 고령농가가 조합원의 절반을 넘는 현실 때문에, 이들 이해관계가 농협의 의사결정에 주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이미 고착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협동조합교육을 강화해 조합원의 수준과 역량을 높이려는 활동조차 기존 시스템의 기득권을 저해하는 것으로 간주해 경시, 무시되기도 했다.
또한 농업의 상업농화가 진전되면서 농협의 사업적 역할에 대한 기대도 점증했지만 제도개선은 기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1990년 이후 농산물 수입개방 확대, 대형유통업체 확산 등으로 시장구조 변화에 따른 판매농협화의 요구는 증폭됐다. 하지만 산지 계통 출하율 상승을 위한 제도적 조치, 산지유통시설의 체계적 정비, 산지유통주체의 규모화 등의 요구는 기대만큼 실현되지 않았다. 2000년 들어 산지유통활성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산지유통시설 투자 등 산지유통의 조직화·규모화 노력은, 읍면단위 종합농협의 구조, 중앙회의 일선조합 관리 구조라는 장벽에 또 가로막혔다. 그 결과 정부의 농업경영체 육성정책과 연계되면서 우수한 조합원의 농협이탈이 속출했다. 이처럼 농협운영과 농협개혁의 틈은 점차 벌어졌다. 사업활성화에 대한 조합원의 신뢰와 동력은 갈수록 약화됐다.
고령농과 상업농 점증, 전업농 이탈 등으로 농협 개혁의 현장동력도 약해져
2012년 3월 국회의 농협법 개정안에서 1중앙회·2지주회사(경제지주,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됐다. 중앙회의 사업구조는 농협 문제의 본질이자 핵심이자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중앙회의 사업구조라는 토대를 제대로 재편해놓아야 농협이 제자리를 찾아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의 핵심방향은 ‘경제사업’을 경제지주를 통한 사업의 전문성 확보로 조합원의 실익을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경제사업이야말로 협동조합으로서 농협의 본원적 사업이기 때문이다. 또 수익센터로 간주하던 신용사업은 ‘금융지주’로 분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때 경제사업을 수행하는 경제지주회사는 영리추구보다는 조합원과 조합에 대한 연합회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익성 추구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농협법 개정은 농민단체 등 농협의 혁신을 기대하는 수준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추가적인 사업구조 개편 논의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이유다.
특히 작금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연결되면서 법의 재개정이 불가피해졌다. 지주회사들이 출자총액제한 대상에 묶여 자회사 출자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법 개정에 임하는 농협 내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방증이다. 따라서 현재 농협법을 개정해 출자총액제한 대상에서 농협을 제외하려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현행법하에서는 경제사업의 농협경제지주회사로의 이관 업무, 금융 전산시스템의 농협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의 이관업무 등을 계속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농민의 고령화, 이질화로 조합원의 동력도 약화하고 있다. 최근 농협에 신규조합원의 진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농, 폐농 등으로 절대적인 농민의 수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 구성이 고령화된 근본 원인이다. 또 1980년대 이후 상업농 경영이 활성화되면서 작목재배도 다양화되고 수익성을 위한 경영규모도 확장됐다. 조합원 구성의 이질화를 촉진한 주원인이다.
일단 조합원의 고령화는 단기배당 추구 현상으로 발현되었다. 조합원의 이질화는 조합원 내부의 이해관계 상충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일선조합이나 중앙회는 조합원의 객관적 역량이 약화하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지만 조합원, 대의원, 임직원 등 인적자원 역량 강화에는 미처 힘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회피하는 경향마저 보였다. 결국 의사결정구조에 우수한 조합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보장하는 제도정비는 느슨해지고 소홀해졌다. 전업농, 지역농업의 지도자들의 농협 이탈을 촉진했다.
게다가 협동조합의 정체성도 상실되고 있다. 오늘날 농촌조합, 특히 면 단위 조합은 자원이 부족하다. 도시조합은 명분과 소명이 부족하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본연의 역할을 하기 어려운 형편에 처해있다. 게다가 일선조합과 중앙회는 서로 멀리 유리돼 있다. 현재 농협은 시군연합회, 도단위연합회 등 중간 연합체로 묶이지도 않았다. 전국 1178개소의 일선조합을 회원으로 하는 중앙회만 유아독존인 양 존재한다. 중앙회가 별도의 제1금융인 은행사업을 수행하면서 시도본부, 시군지부를 거느리고 있는 이원적 조직체계다. 이처럼 일선조합과 분리된 중앙회에서 일선조합이나 조합원들이 기대하는 통제역량이나 대안제시 능력이 발휘될 수 없다.
사업구조는 비효율적이고 소극적이다. 대부분 농협은 철저히 신용사업 위주의 수익구조에 매달려 있다. 협동조합이 아니라 일반금융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농협 수익구조를 보면 사실은 명백히 드러난다. 2010년 농협중앙회의 매출총이익 4조6000억 원 가운데 신용이 4조 원이다. 전체의 85%에 달한다. 신용수익으로 경제와 교육지원의 적자를 감당하는 구조다. 경제와 교육지원 분야는 자생구조를 갖추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일선조합도 마찬가지다. 2009년 경제사업 분야에서 조합평균 적자액은 3억5000만 원이다. 이런 왜곡된 수익구조가 지난 수십 년간 지속하면서 경제사업은 적자사업으로 인식, 고착되고 말았다. 이제는 경제사업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려는 의지조차 거세당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인적 자원의 전문성도 부족하다. 우리 농협에는 협동조합 전문가가 부족하다. 금융전문가만 넘친다. 신용사업 중심의 농협 체제에서 농협은 협동조합이기 이전에 마치 금융기관처럼 운영되고 있다. 특히 금융사고 발생 방지를 목적으로 관행화된 순환보직제로 인해, 농협 직원은 경제사업, 신용사업, 총무관리, 지도사업으로 2~3년마다 직무를 교체해야 한다. 애초 경제, 신용, 지도, 관리의 직군별 채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게다가 순환보직으로 직원들이 해당분야 전문가로 발전할 기회마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는 셈이다.
중앙과 지역을 이어줄 연합체도 부재하다. 협동조합경영은 조합원과 조합, 연합회가 적정하게 리스크를 분담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경제 변동에 대응할만한 내성과 지구력을 키울 수 있다. 신용사업도 ‘공동유대’가 원칙이고 매취사업보다 ‘수탁사업’이 협동조합사업의 본령이어야 한다. 하지만 조합원과 조합의 격차, 일선조합과 중앙회의 격차를 중간에서 보완해 줄 중간연결조직이 제도화돼 있지 않다. 또 일선조합과 중앙회는 조합원과 일선조합에 대해 리스크를 분담할 동기도 방법도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연합체를 통한 거래교섭력 강화, 리스크 배분을 통한 이해관계자의 경영안정 등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2009년, 2010년 쌀 가격 폭락사태가 여실히 증명한다. 당시 농협은 사태의 예상, 대응, 시장 조절 등 모든 측면에서 대응과 처방에 실패했다, 일선조합에서 모든 부담을 떠안게 했다.
일선조합도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면 단위의 일선조합 현장에서는 조합원의 노령화, 이에 따른 균질성 약화가 경제사업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기존 일선조합은 농협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소수 조합원을 배척하고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 비민주적, 비혁신적인 운영방식을 고착화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조합원의 농협개혁 요구에 대해 법적 고소로 대응하는 극단적인 사례마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또 무자격조합원을 공공연하게 방치해 탈농조합원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이 또한 농협의 운영정상화를 가로막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지역농협의 경우에는 마을단위 대의원 제도를 채택, 경제사업 활성화의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할 품목별 조직의 대의권이 무시되는 상황마저 야기되고 있다. 이런 일선조합에서 법으로 명시된 조합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한국형 농협의 미래 전망은 ‘참여하는 조합원’에서 찾아야
조합원 수준이 바로 협동조합 수준이다. 협동조합 발전은 곧 조합원 참여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조합원의 정예화와 역량강화, 대의원과 임원의 권리와 책임수준 강화, 지역과 품목의 이중 대의제도 도입 등 혁신적인 미래 대안이 필요하다. 또 협동조합이 지역의 사회경제와 긴밀하게 연계되어야 한다. 농촌지역의 농협과 시·군단위 조합공동사업법인은 로컬푸드, 학교·공공급식, 생협 등 소비자 조직과 협동하고 연대하는 가운데 지역사회의 복합체적 구심체 역할을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감당해야 한다.
또 농협은 생산, 유통, 식품 등 각 ‘먹거리(Food) 영역과 시스템’의 전문성과 상호연결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로써 농협경제사업의 계열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산지 및 소비지가격 안정화를 위해 도매와 소매 기능을 원활하게 구동시키는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합원과 일선조합의 관계는 시급히 재정립돼야 한다. 그동안 농협개혁 논의에서 농협시스템의 운영주체는 ‘중앙회’, 농협개혁의 주체는 ‘농민조합원’이라는 전제가 암묵적으로 통용됐다. 이로 인해 조합원과 일선조합은 농협운영의 주체인 중앙회에 대해 단지 개혁의 대상인 ‘객체’로서만 취급됐다.
하지만 조합원은 엄연히 농협시스템 속에서 객체인 동시에, 전략적인 판단을 주도하는 집단주체로 활동하고 있다. 일선조합도 마찬가지로 전략경영의 주체로서 기능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농협혁신의 종합적 대안을 모색하려면 조합원과 일선조합 임원과 직원, 중앙회 임원과 직원들의 관계를 새로 정립해야 한다. 즉, 농협 시스템 내외부에서 주체이면서 동시에 객체․대상으로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조합원의 수준만큼 협동조합은 발전한다”는 조합원 중심주의에 대한 깊은 이해를 새로 다져야 한다. 조합원이 주인으로서 농협 운영과 사업에 참여해야 그만큼 농협 혁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조합원제도 정비, 조합원에 대한 체계적 교육, 조합운영 참여 확대 등 조치가 필요하다. 협동조합운동과 협동조합사업은 서로 상생 발전한다는 협동조합운영원칙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가령 경영을 앞세워 운동을 뒤로 미루거나 운동 원칙을 내세워 사업·경영을 무시하는 것은 모두 협동조합의 원칙에 어긋난다. 농협 전체가 하나의 생태계 네트워크처럼 운영되어야 한다. 도시농협과 농촌농협, 지역농협과 품목농협, 조합원, 생산법인, 일선조합, 조합공동사업법인, 중앙회, 자회사 등 현재 각 주체들의 성과를 한데 묶어내야 한다.
불완전한 농협법도 재개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지주회사는 경제연합회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농협 경제사업을 지주체계로 운영하는 방식은 대기업 출자제한 등 경제민주화 논의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 경제지주를 ‘경제연합회’로 전환해야 비영리조직의 입장과 역할을 명확히 할 수 있다.
중앙회 자본은 일선조합에 분배해야 한다. 현재 우리 농협은 자본을 독점한 중앙회가 일선조합을 통제하는 상황이다. 상향식으로는 협동조합 사이에 협동과 연대가 활성화될 수 없다. 이를 해소하려면 현재 중앙회로 일원화된 자본금을 일선조합에 배분해야 한다. 이때 이를 도 단위 연합회로 분산 투자하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다. 가령, 프랑스의 크레디 아그리꼴 중앙은행은 2600여개의 지방은행이 모여 있다. 이들이 도별도 투자한 2차 협동조합인 지역은행 96개소가 전체출자금의 90%를 지배하고 있다.
조합공동사업법인의 지배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조합공동사업법인은 중앙회 정회원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의결권 부여 여부는 조합공동사업법인의 안정화 이후 논의해도 충분하다. 품목별 생산법인들의 대표가 참여하는 대의원 제도를 도입, 이들 대의원 중에서 임원을 선출하면 운영민주화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생산법인과 일선조합의 대의원 배분을 출하량 비례 기준으로 한다든지, 비상임조합장의 출자회사 임원 중복을 허용한다든지 하는 실무적 검토는 병행하면 된다.
정조합원 조건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업생산액의 규정강화 및 조합이용률이 추가돼야 한다. 또한 준조합원 제도 활성화를 위해 예비조합원 및 명예조합원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 이때 의사결정권을 제외한 혜택은 정조합원과 같은 방식으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협동조합지도자의 육성을 의무화하기 위해 대의원, 임원의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여성대의원 및 감사 선출 방식 자율적 선택, 품목대표 대의원 제도 도입, 조합장 비상임의무 요건 강화, 조합장 보수의 상한선 제도 도입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는 조합원 간 갈등 완화가 주목적이다.
일선조합 운영도 민주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조합원 기준부터 상향하고 강화해야 한다. 현재 농지 1000㎡ 이상 소유 또는 임차, 주소, 사업장의 존재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부재지주나 탈농조합원도 조합원 가입이 가능하다. 조합원 구성의 순도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균질성도 확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가령, 해당 조합의 사업과 관련, 전체 경제사업 이용액이 일정 수준(예 : 1000만 원)을 초과할 때만 정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고령 영세농가가 다수인 농촌의 현실을 고려해 조합원 종류, 유형의 유연한 다양화도 필요하다. 고령 영세농가는 경제적 사정 등으로 개인별 조합이용이 여의치 않다. 마을기업, 생산법인 참여를 통해 공동으로 구매 및 판매사업에 참여토록 할 필요가 있다. 부수적으로 조합원의 종류가 확장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를 촉진하려면 프랑스 방식의 ‘농가등록제’ 강화도 병행해야한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도 초고령(80세 이상) 100% 위탁농가는 농협 참여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이들에게는 경영이양제, 농촌복지서비스 등을 통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품목별 ‘이중 대의원’ 제도도 개편해야 한다. 현행 대의원 제도는 마을단위 중심의 단일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품목별 상업농으로 확대된 농업생산구조, 농협의 작목반, 공선출하회, 농식품부의 영농조합법인 등 농업경영체의 육성취지와 목적에도 어긋난다. 품목별 대표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일정비율을 대의원 및 임원으로 선출하는 이른바 ‘이중 대의원’ 제도가 필요하다. 가령 전체의 1/3 정도를 쌀 등 주력농산물 생산법인에게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조합장과 경영책임자 분리도 강화해야 한다. 조합장 직선제야말로 농협민주화운동의 성과다. 다만 현재는 불완전하다. 지금 의무적으로 비상임조합장을 선택하는 기준이 자산 2500억 원이다. 이를 1500억 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 조합장과 경영책임자의 분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상임조합장 보수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일선조합에서 상임조합장 직위의 가장 큰 매력이다. 욕심부리기 쉽다. 가령, 상임조합장의 보수는 조합원 평균 농업소득의 3배 이하로 제안하는 연대임금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 교육 매뉴얼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의 7대 원칙을 봐도 그렇고 농협법에도 협동조합교육을 시행하라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준수하는 일선조합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영농실무교육 외에 정작 중요한 협동조합 일반에 대한 교육은 거의 시행하지 않는 현실이다. 협동조합 교육에 대한 운영 매뉴얼,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때 매뉴얼에는 협동조합 만족도 조사, 교육위원회 구성, 교육 최소 이수시간 등이 구체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한국형 농협 개혁은 중앙회장 직선제 등 ‘농협의 민주화’부터
농협의 자원은 막대하다. 일선조합은 출자금 5조7000억 원, 자기자본 15조9000억 원, 자산 241조9000억 원에 달한다. 중앙회의 총자산은 무려 189조 원이다. 우리 경제, 사회에 대한 잠재력이나 파급력이 대단하다는 의미다. 앞으로 이 같은 위상의 농협은 오로지 농민 조합원이 아닌 국민 전체를 바라보는 혁신의 방향으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 농민조합원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농산물 가격 및 소득의 안정화에 집중해야 한다. 유통이윤을 최소화, 지속 가능한 물가안정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 5%의 농민 생산자뿐 아니라 나머지 95% 소비자 국민에게 인정받는 협동조합이 될 수 있다.
그러자면 중앙회장부터 직선해야 한다. 새누리당마저 농협법 개정안에서 농협 중앙회장의 직선제를 제안하고 나섰다. 하지만 가만히 속을 들여다보면 기만적이다. 새누리당판 직선제란 ‘조합장 직선제’를 의미한다. 제안 목적도 중앙회장의 권한을 강화하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합장 직선제’라는 꼼수로 농민조합원들의 ‘전 조합원 직선제’ 요구를 무마해보려는 얄팍한 술수도 오해된다. 무엇보다 조합장 직선제는 이미 1988년부터 2009년까지 20여 년간 유지된 바 있다. 하지만 지역조합 위에 군림하며 사실상의 독점권한을 가지고 있는 중앙회가 무이자자금 등으로 1200여 조합장을 사실상 지배하는 구조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따라서 조합장들이 선출하는 방식으로는 중앙회 개혁이 어렵다는 사실을 증명한 시행착오의 과정이었뿐이다.
현재 중앙회장은 전국 1178명의 회원조합장 중에서 선출된 288명의 대의원조합장이 농협중앙회 대의원회에서 선출한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1988년 농협민주화 운동 이후 조합장 직선제이던 중앙회장 선거제도를 소수의 대의원조합장이 선출하는 간선제로 다시 개악한 결과다. 농협중앙회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임직원 중심의 조합을 조합원 중심의 조합으로 전환해야 한다. 1961년 설립 이후 50여 년간 신용, 경제 등 모든 사업의 기득권을 강점하고 조합사업의 경제적 혜택 (예:중앙회장 연봉 7억 원, 임직원 평균 연봉 7000만 원 이상)을 독과점해온 고리를 끊어야 한다. 조합원 직접선거제도가 그 열쇠다.
농협 중앙회장의 조합원 직선제는 임직원 중심의 농협을 조합원 중심의 농협으로 전환하는 결정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지금 농협중앙회는 대리인인 경영진이 과도한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을 배제하는 독재적 경영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조합원 직선제가 실현되면 지금과 다른 의미에서 중앙회장의 권력은 막강해질 것이다. 중앙회장이 임직원과 경영진의 이익을 위해서 권한을 행사하기보다, 자신을 선출해준 농민 조합원을 위해서 권한을 행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조합원의 요구를 들어주는 책임있는 전담창구가 생긴다. 농산물의 생산, 가공, 유통, 복지 등을 통해 ‘가격 안정과 판로 보장’이라는 조합원의 숙원을 해결해주는 농협으로 변화할 것이다.
무엇보다 농협이 농민의 편이 될 것이다. 그동안 농협은 정부 사업을 대행하는 기관에 불과한 위상이었다. 심지어 FTA에 찬성하는 등 농민 대변자가 아닌 정부의 대변자 노릇을 자처하기까지 했다.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로, 농민조합원의 참여를 통한 농협개혁의 속도는 급가속 될 수 있는 이유다.
2015년 3월 11일, 전국농협조합장 동시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이날에 맞춰 1인 2표로 중앙회장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면 추가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 선거를 시행할 수 있다. 농민단체에서는 농협중앙회장 직선제를 관철하기 위한 법 개정 운동을 지난 대선 이후 본격 전개하고 있다. 다만 중앙회장의 조합원 선출 가능 여부 등을 각 조합원 총회를 통해 결정하는 등 사전 정지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중앙뿐 아니라 지역농협의 혁신작업도 시급하다. 2011년 농협법 개정, 2012년 지주회사 출범 등 최근 농협 개혁은 ‘중앙회 신경분리’가 핵심과제였다. 하지만 이는 시작이지 끝은 아니다. 더욱이 시작도 실패에 가깝다는 비판이 높다. 농협 개혁의 주체인 조합원이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개혁의 대상인 중앙회 경영진 주도로 단행되었기 때문이다. 사전에 충분히 예견된 실패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중앙회 개혁 못지않게 지역농협의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동안 지역농협 개혁 논의는 대략 3가지 방향에서 진행됐다. 우선 읍면 단위 농협의 영세성을 해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합병을 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조합원 이질성과 의사결정의 비효율성 심화 등으로 그동안의 선례는 성공적이지 않다는 냉정한 평가가 우세하다. 다음은 품목조합육성론이다. 조합원의 동질성을 바탕으로 사업 참여도와 주인의식을 높이려면 품목조합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경제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다수 지역농협이 연합, 공동 출자 자회사를 통해 특정 품목 사업을 추진하자는 제안도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다양한 주장이나 방법론에서는 본질적인 문제를 간과한 측면이 있다. 바로 협동조합은 본질적으로 결사체이지 사업체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지역농협의 개혁은 사업체인 농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또 지역농협은 조합장과 경영진 중심으로 성과본위로 운영되면서 조합원의 결사체임을 망각했다. 효율성과 성과를 우선하다 보니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없었다. 오늘날 부정과 비리가 만연한 전국 각지의 사고농협들은 그 부작용의 결과다.
지역농협을 마을공동체사업의 조력자로
지역농협의 개혁과제를 성취하려면 우선 운동체와 사업체로서 협동조합의 통일성을 추구해야 한다. 또 조합원이 중심에 서야 한다. 협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다.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지역농협을 개혁해나갈 조직적인 주체를 먼저 형성해야 한다. 부단한 학습과 역량강화가 관건이다. 현실적으로 작목반, 영농조합법인, 신규협동조합 등 소규모 협동조직을 활성화한다면 조합의 조직적 토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조합원의 역량이 먼저 강화돼야 조합장, 임원, 대의원 등 품목과 지역을 대표하는 리더십이 그 바탕 위에서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 아울러 다른 협동조합과의 협동과 연대, 지역사회와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회경제적 사업주체로서의 협동조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 할 것이다.
마을기업, 커뮤니티비지니스 등 마을공동체사업에서도 농협의 역할은 중요하다. 지난해 농식품부가 발표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보면, ‘한국형 로컬푸드모델’이 눈에 들어온다. 농협중앙회에서 2016년까지 농어촌 중심지 및 인근 소비지에 로컬푸드숍 100개를 개설하고 로컬푸드 인증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완주 용진농협의 로컬푸드직매장 성공사례는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농촌지역의 마을공동체사업을 활성화하는데 자본력과 경영능력, 무엇보다 공익적 선의와 책임감을 갖춘 지역농협의 적극적인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업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로컬푸드는 특성상 소농이 협업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결국 로컬푸드 직매장 사업 등 정부의 정책지원기준이 중소가족농, 소농보다 농협 등 규모화된 농업회사 주도로 추진되리라는 예측, 걱정인 것이다. 아직 농협이 로컬푸드와 같은 마을공동체사업(커뮤니티 비즈니스, CB) 사업을 독자적으로 실천할만한 경험이 적은 것도 불안한 요인이다. 근본적으로 복지, 의료, 관광, 농업, 가공 등 다양한 농촌지역의 CB 사업영역에서 지역농협이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을 수행하는 건 법적 상충, 전문역량 부족 등 무리한 요소가 잠복하고 있다. 따라서 취약계층의 공동농업생산조직(품목별, 마을별), 지역단위 농촌인력사업 운영사업, 직거래 중심 농식품 판매사업 등을, 농협 중심의 CB사업으로 추진하고 육성할만한 적합한 분야라 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서 발표한 ‘농협의 커뮤니티비즈니스 활성화 방안’ 연구 따르면, “농촌지역에서 농협이 CB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사업에 주민과 이해당사자, 지역 거버넌스의 공동출자가 필요하며 중앙정부, 지자체, 지역단체의 유기적 협력관계 구축, 커뮤니티 사업체의 별도 법인화 등이 요구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 농촌지역이 안고 있는 일자리 축소, 소득감소, 복지서비스 부족 등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지’ ‘산업’ ‘지역’ 등 3자가 일체화된 정책으로서 ‘복지농촌정책’이 요구된다
는 것이다.
CB와의 관련성에 대해 복지서비스의 제공은 ‘보완성의 원리(principle of subsidiarity)’에 따라 최소 단위의 지역에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을공동체사업(CB)은 마을이라는 공간을 기본단위로 읍·면이나 시·군과 중층적으로 연계, 지역의 다양한 주체의 협동에 의해서 지역 과제를 해결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향후 농촌형 CB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과 리더의 자발적인 참여, 지역 주체에서 농협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또 지역 고유 자원의 해 상품․서비스 개발 및 제공, 농업 생산(1차 산업)과 특산품 가공(2차 산업), 농산물 유통·관광·교류(3차 산업) 등을 연계한 다양한 6차 농업형 비즈니스모델 개발도 필요하다. 그리고 CB의 성과를 복지서비스 등으로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법 등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비리백화점에서 농민의 벗으로 환골탈태를
농협의 별명은 흔히 ‘비리백화점’으로 불린다. 국정감사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온갖 유형의 사건과 사고가 탄로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농협중앙회는 업무추진비로 단란주점에서의 술을 마시거나 이른바 ‘카드깡’을 통해 현금을 확보한 뒤 식비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당하게 임직원에게 명예퇴직금과 성과급을 지급해온 그들만의 미풍양속은 해마다 관행처럼 반복되는 사회의 악습이다.
최근 국내 최대 규모의 쌀 가공시설(RPC)을 갖춘 전남 해남군의 한 지역농협은 묵은쌀을 햅쌀로 속여 팔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연간 3만 톤 이상의 쌀 유통물량을 채우기 위해, 그래서 정부의 저금리 융자금 지원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는 섞어 팔기를 저지른 것이다. 현재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236개의 RPC 가운데 농협에서 152개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이들 RPC는 정부를 대신해 농민들로부터 벼를 수매하고 정부로부터 연리 0%~2%의 저금리 융자금을 지원받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RPC들은 정부의 낮은 금리의 수매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벼 수매부터 가공, 판매까지 무리수를 두면서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벌인다.
또, 김포농협은 완주 용진농협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로컬푸드 직매장을 열었다. 농협중앙회의 로컬푸드 매장 100개소 개설 계획에 적극 부응한 것이다. 하지만 김포에는 이미 농민운동가 중심으로 안행부 마을기업 명의로 로컬푸드 매장을 먼저 개장해 영업하고 있는 곳이다. 김포농협은 이 매장에서 불과 700m 떨어진 거리에 로컬푸드 매장을 개장했다. 심지어 기존 민간 로컬푸드 매장의 품목, 영업방식 등을 그대로 베끼기도 했다.
괴산의 충북인삼농협은 수십억 상당의 금산 등 외지 인삼을 사들였다. 농협중앙회 특별감사에서는 지역 농협 68곳이 가산금리를 조작해 지난 3년 동안 359억 원의 이자 수익을 올린 사실도 발각됐다. 농어민 정책자금이 공무원과 직장인 등 무자격자에게 부적절하게 지원된 규모도 7096건에 1710억 원에 달한다.
농협은 ‘농업의 경쟁력강화를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농협의 임직원들은 설립목적을 다시 한 번 되새겨봐야 한다. 농협의 주인인 농민을 무서워하고 섬기는 농협의 제자리를 찾아 환골탈태해야한다. ‘금융지주회사’가 아니라 ‘경제협동조합’의 제 모습을 얼른 되찾아야 한다. 농협은 주인인 농민에게 당연히, 모두 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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