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요즘 상당히 한가한 것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어찌 상대당 서울시장의 부인 걱정까지 하겠는가!
최경환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은 27일 서울 현장 선대위 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선거 때는 배우자를 보고 하는 것도 많이 있다. 박원순 후보 부인은 어디에 계시냐”며 “지금 당장 국민 앞에서 자기 생각과 배우자가 어떤 분인지 밝히는 게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일갈했다.
‘악어의 눈물’ 흘리는 새누리
참 아름다운 정경이다. 유권자들이 배우자를 보고 후보를 선택할 수도 있는데, 박 후보는 부인을 내세우지 않아 걱정? ‘악어의 눈물’ 치곤 정말 눈물겨운 조언이다. 물론 그의 발언 진의가 박 후보를 흠집내기 위해서라는 걸 모르는 유권자는 없겠지만.
앞서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측은 한 술 더 떠 박원순 가계(家系)와 가계(家計)까지 걱정했다. 정 후보의 부인 김영명 씨는 27일 오전 채널A ‘굿모닝 A’에 출연했다.
진행자가 “정몽준 후보가 박원순 후보 부인은 왜 안 나오는지 지적을 하면서 네거티브로 몰고가는 것 아니냐”고 그에게 묻자, 김씨는 “정치인이 공인이다 보니 가족들도 덩달아 공인이 되는 입장이다. 선택해서 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다”며 “그러다 보니 유권자들이 후보 아내가 어떤지 궁금해 하시더라”고 말했다.이어 “선거 운동 기간이 짧아 후보가 미처 다 갈 수 없다. (아내가) 후보가 못 가는 곳에 가서 (후보 대신) 주민들의 말을 듣고 후보에서 전달해 주는 작은 역할이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김영명, 자신의 경험 강난희에 전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상대방 후보 부인에게 선거운동 지침까지 알려주시다니 친절의 극치다. 역시 배운 사람답다.
정 후보 캠프의 박정하 대변인은 이날 공식 브리핑에서 한발 더 나갔다. “강(난희) 여사님 명의로 금년 9월 만기도래하는 사인 간 채무가 4억7000여만 원이 있다”고 공개한 뒤, “사인 간의 채무라면 서울시장은 막강한 인허가권을 갖고 있기에 더한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이자가 있는 경우라면 얼마만큼의 이자를 어떤 방식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통장거래내역 등의 객관적 자료를 공개할 용의가 있는지 묻는다”고 공세를 폈다.
정말 아름답다. 새누리당이 상대방 후보 부인의 채무까지 신경쓰다니. 그런데 통장거래내역은 왜 공개해야하지? 무슨 범법자인가, 아니면 국회 청문회인가?
말은 바로 하자. 선진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가장 긴요한 게 ‘네거티브 타파’다. 그런데 배울 만큼 배운 후보자의 배울 만큼 배운 측근들이 상대방 후보의 부인을 계속 물고 늘어진다.
네거티브 꼼수에 유권자 넘어갈까
새누리당 논리대로라면 ‘마누라 없는 후보’는 선거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고, 가계 채무가 있는 후보자는 시장 될 자격이 없다. 하긴 수조 원 자산가 후보 쪽에서 보면 몇 억의 빚을 지고 있는 상대방이 측은해 보일 수도 있겠지.
그런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 새누리당이 정히 정 후보를 당선시키고 싶다면 선행해야 할 조치가 있다. 바로 김영명 씨와 막내 아들의 입을 단속하는 거다. 아니 무엇보다 연일 독설을 토해내고 있는 정 후보 본인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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