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개혁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7일 공안 검사 출신 김수민 변호사를 국정원 2차장에 임명했다.
국정원 2차장은 대공수사와 대테러, 방첩 등 공안 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자리다. 간첩 증거 조작 파문으로 공석이 된 2차장 자리에 간첩 수사 전문가를 앉힌 모양새다. 야권과 시민단체가 국정원장 해임과 특검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비춰보면 '역행 인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 변호사 임명은 박 대통령이 천명한 '국정원 개혁'의 방향을 짐작케 한다. 국정원 개혁이 '간첩 수사 강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심지어 김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2기 출신으로 황교안 법무부장관(13기)보다 한 기수 높다. 황 장관의 경기고, 성균관대 법대 4년 선배다. 김진태 검찰총장보다는 연수원 기수로 두 기수나 높다. 공안 사건에서 독보적 지위를 누려왔던 무소불위 국정원에 대한 검찰의 통제가 가능할지조차 의심스럽다.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을 수사하며 박노해 씨 부인 김진주 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고, 고(故) 리영희 선생 국가보안법 사건을 수사, 리 선생을 기소했다. 서울사회과학연구소(서사연) 사건으로 음악평론가 신현준 씨를 기소한 이력도 눈에 띈다. 그 외에도 '남한조선노동당 사건' 등을 수사했으며, 이 사건 피의자에게 사형을 구형하는 등 공안통 중에서도 '강성'으로 통했다.
공안부는 선거 사범 수사도 함께 담당한다. 특히 1992년 김 변호사가 담당했던 안전기획부(국정원 전신) 직원 선거 개입 사건이 눈에 띈다. 당시 수사 실무 검사였던 김 변호사는 단 한 차례의 공판을 끝으로 안기부 직원들에 대해 구형을 내려, 사실상 '윗선 규명'을 포기해 버렸다. 당시에도 '안기부 봐주기 수사', '짜맞추기 공판'이라는 비판이 나왔었다. 이는 공안 검사와 국정원의 유착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잘 나가던 김 변호사의 간첩 수사에도 제동이 걸린 때가 있었다. '송두율 사건' 때 김 변호사는 박만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현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호흡을 맞춰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당시 공소 사실 중 송두율 교수의 방북 사실을 제외한 간첩 혐의 대부분은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명났다.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강행했다는 것이 법원 판결로 드러난 셈이다.
김 변호사는 박만 위원장 추천으로 지난 2월 선거방송심의위원장을 맡았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정한 선거관리에 매진하던 김 변호사가 정부 핵심 요직으로 발탁된 것도 논란거리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양승봉 변호사는 "국정원 개혁 여론에 역행하는 인사로 심히 우려스럽다"며 "검찰이 국정원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으로 국정원과 검찰 간의 유착 관계는 더 강화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