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9일 성남시는 통일재단과 '성남 일화 인수 본계약'을 맺고 시도민구단 창단의 첫 발걸음을 뗐다. 그 해 12월 23일 박종환 감독을 영입했고 사흘 뒤인 26일 신문선 명지대 교수를 성남시민프로축구단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감독이 먼저였고 대표이사가 나중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구단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상식적인 순서라면 대표이사와 사무국이 먼저 꾸려지고 구단 비전이 그려지면 이에 맞춰 감독이 영입되기 마련이다. 구단운영을 책임질 대표이사도 사무국도 없는 상황에서 감독 선임이 먼저 이뤄진 것은 시도민구단이 겪는 정치적 외풍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구단 운영에 책임지지 않는 성남시가 권한만 휘두른 격이다. 결국은 패착이다. 시즌 도중 폭력으로 물러난 박종환 감독 사태 책임을 따진다면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우선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도민구단의 난맥은 이미 오래 된일이다. 경남 FC, 강원 FC, 인천 UTD는 임금체납을 겪었다. 대전 시티즌, 대구 FC도 재정난은 매한가지다. 낙하산 인사, 정치적 의사 결정, 스포츠 행정 부재로 인한 구조적 악순환이라는 점에서 시도민구단의 재정난은 지독한 악성이다. 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선 "고위층에서 선수 선발 쿼터를 갖고 있다. 7000만 원 정도 내면 축구단에 입단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2013시즌 K리그 1부 리그 클래식에서 2부 리그 챌린지로 강등당한 3팀은 모두 시도민구단이었다. 당연한 결과다. 시도민구단이 자생력 없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명확하다. 구단주인 도지사, 시장의 구단운영 간섭 때문이다.
시도민구단 대표는 대부분이 자치단체장 측근이다. 정치적 외풍을 타다 보니 구단은 단기 성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단기 성적에 목매는 이유가 현직 자치단체장 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것을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수익 모델을 가진 독립적인 기업으로서의 미래는 외면한 채 현역 시도지사의 임기 내 성적, 치적에 치우치다 보니 시도민구단 운영은 경영이 아니라 관리인 듯하다. 시도민구단의 속사정을 들여다본다면 재정난 악순환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이론적으로 시도민구단은 프로구단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다. 연고 지역의 시·도민이 주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지원하고 지역 기업이 후원한다.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 충성도 높은 홈팬 확보도 쉽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구단을 통한 지역 기업의 광고효과를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 지역 주민의 애향심을 어떻게 구단 응원으로 이끌어낼 것인가. 빈약한 재정으로 경기력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매우 어려운 과제다. 그래서 시도민구단 운영은 쉬워 보이나 쉽지 않은 전문경영인 영역이다.
6월엔 지방선거가 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지사도 새롭게 뽑힌다. 시도지사가 바뀌면 시도민구단 대표도 또다시 바뀌어야 하나. 전문경영인이 살아남고 전문경영인이 영입될 순 없을까. "아끼는 마음에서…정 억울하면 고소하면 될 것 아닌가"라는 말을 남기며 퇴장당하는 박종환식 코미디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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