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를 갖고 있지 않은 소국 경제에서 자본시장 개방은 비대칭적인 국제 통화 제도의 현실에서 커다란 비용을 수반한다. 우리는 거시건전성 정책과 토빈세(Tobin Tax)와의 적절한 결합을 통하여 환율의 변동성을 축소하고, 한국은행 정책의 독립성을 증가시키며, 대규모 외환보유 필요성과 금융위기 가능성을 감소시키는 현명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1. 기축통화와 국제 통화 체제의 현실
미국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 축소를 개시함에 따라 신흥국들의 경제불안이 또 다시 세계 경제의 중대한 위협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번엔 우리 경제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자신 있는 예측을 불허하는 것이 국제 금융의 현실이다. 최소한 우리 금리와 경제 정책의 운용 반경에 심각한 제약이 가해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국제 통화 체제의 현실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경제학자들은 화폐의 본질적 기능이 보편적 지불수단이라 생각하고 있다. 빵집에 들어가 빵을 주문하고 먹어 치우는 순간 나는 주인에게 빚을 지게 된다. 이 때 돈이라 불리는 세종대왕 그림을 주인에게 주면 주인은 나의 빚이 청산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렇게 빚을 청산할 수 있는 수단을 지불수단이라고 부르며, 이 지불수단이 광범위한 거래에서 용인되면 이를 보편적 지불수단이라고 한다. 그러나 원화라고 부르는 우리 돈과 예금은 우리 국경 안에서만 보편적일 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2013년 수입에서 달러를 지불하고 사온 수입품의 비중이 84.3%였던 반면, 수입대금 결제화폐로서 엔과 유로 비중은 각각 5.7%와 5.6%였고, 원화의 비중은 3.4%에 불과했다. 수출에서도 상황은 유사하다. 미국은 물론 중국, 유럽, 일본과 상품을 사고 팔 때도 대부분 달러가 지불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상품 거래에 사용되는 외환은 전체 외환 거래의 극히 일부분이고 대부분의 외환 거래는 금융 자산을 사고 팔 때 발생한다. 2013년 총 세계 외환거래 중 달러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비중은 43%, 유로와 엔 비중은 각각 16.7%와 11.5%를 차지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에서도 달러(61.4%)와 유로(24.2%)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렇게 상당한 보편성을 가지고 지불수단으로 사용되는 통화를 우리는 기축통화라고 부른다.
통화의 양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통화량이 상품의 생산량에 비해 증가하면 물가가 상승하고, 다른 자산의 양에 비해서 증가하면 금리가 하락하고 자산 가격이 상승한다. 그래서 각국의 중앙은행은 자신이 발행한 통화의 양이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되도록 노력한다. 그러면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축통화의 통화량과 금리는 누가 결정할까? 이상적인 경우라면 세계 중앙은행이 존재하여 통화량과 금리를 세계의 평균적 경제 상황에 맞춰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세계는 이와 거리가 멀다. 기축통화는 세계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역사와 경제력에 의해 특정 국가의 화폐로 결정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생산력과 금 보유량을 갖고 있었고, 개방되고 거대한 채권시장을 가진 미국의 달러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후 복구사업에 비틀거리고 있었던 유럽 국가들의 통화를 대체하면서 기축통화로서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일단 기축통화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 국가는 세계 통화의 탄생을 방해한다. 기축통화가 주는 많은 특권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다.
세계 생산의 20%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이 금융 시장에서는 이보다 3배, 4배나 되는 영향력을 가지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를 묻는 것은 급한 일이 아니다. 가까운 장래에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없다. 우선 인식해야 할 일은 사실 상의 세계 통화인 달러의 양과 금리가 세계 전체의 상황이 아니라 자국의 경제 상황에만 관심을 갖는 미국이라는 특정 국가의 중앙은행이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G-20 회의에서 신흥국 대표가 미국은 기축통화 공급 국가로서 세계 경제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다고 주문하거나, 위기를 겪고 있는 인도와 터키의 중앙은행장이 미국의 무책임한 통화정책을 비난한다고 해서 개선될 문제도 아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장은 미국 법에 의해서 정해진 미국 물가와 고용 안정이라는 목적에 책무를 질 뿐이다. 최근의 신흥국 금융 불안에도 불구하고 신임 연방준비이사회 의장 옐렌이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속도는 미국 경제 지표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근 것은 정치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2. 자본시장 개방의 비용
기축통화(이후 달러)를 발행하지 못하는 국가는 필요한 상품을 수입하기 위해 이를 외부로부터 획득할 수밖에 없다. 수출은 달러의 중요한 획득 수단이다. 그러나 수출이 수입에 미달하게 되면 곤란을 겪는다. 자본시장은 또 다른 달러 확보 수단을 제공한다. 외국 금융기관이 우리 은행에 대출을 해주거나, 우리가 발행한 채권이나 주식을 구매하도록 허용하면 이를 통해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나중에 갚아야 한다. 무역수지 흑자를 내던지 아니면 유입된 달러로 외국 자산에 투자하고 여기서 발생한 달러 소득으로 차입한 달러에 대한 이자와 배당금을 갚아 나가야 한다.
자본시장 개방은 여러 혜택을 가져온다. 해외 차입을 통해 국민소득의 제약을 넘어서서 긴요한 소비와 투자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해주며, 외국 기업이 안심하고 국내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줘 고용과 생산성 증가에 기여할 수도 있다. 또한 선진국 금융기관과 경쟁하고 외화 자산과 부채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금융 산업이 발전한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에 못지않게 심각한 비용이 존재한다. 그 비용의 대부분은 자본시장을 통한 달러의 유출입이 국내 경제의 근본적 상태와 무관하게 기축통화 발행국 금융기관의 즉흥적 판단에 따라 예측 불가능하고도 과도하게 발생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첫째로 자본시장 개방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을 초래한다. 선진국 금리가 하락하거나 세계 금융 투자자들의 모험심이 증가하여 달러가 대량으로 국내에 유입되면 환율 하락(달러 가치 하락)이 발생하고 반대 경우에는 환율이 상승한다. 외국 자본의 유출입이 빈번히 자국경제의 근본적 상황과 무관하게 발생하고 환율이 과도하게 출렁이면 환위험이 증가하여 무역이 적정량보다 축소된다.1) 자유무역협정을 많이 맺어 봐야 소용 없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로 자본시장 개방은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국내 경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크게 약화시킨다. 예를 들면 불경기의 위험이 작고 가계 부채와 자산 가격의 상승 속도가 지나치다고 판단될 경우 한국은행은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신용 팽창을 억제하려 할 수 있다. 이 때 미국 중앙은행이 자국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하락하면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다. 자금 유입은 여러 경로를 취할 수 있다. 은행의 해외 차입이 증가하여 대출이 증가할 수도 있고 채권과 주식 시장을 통하여 기업과 금융기관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기도 한다. 이는 시장금리 하락과 신용 팽창을 유발한다. 바로 중앙은행이 피하려 했던 상황이다. 이때 중앙은행은 고전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달러 자금 유입과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포기하고 금리를 하락시키던지, 아니면 고금리를 고수한 채 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용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선택이 쉽지 않다.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 수출 산업이 타격을 받고 경기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움은 경쟁국가들이 환율 하락을 용인하지 않을 때 가중된다. 일본과 중국의 환율이 하락하지 않았는데 우리 환율만 하락하게 되면 수출에 대한 타격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경우 중앙은행은 독립적인 금리 정책을 포기하고 미국의 중앙은행에 맞춰 금리를 하락한다.2) 미국이 빠른 곡을 틀면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의 무드에 관계 없이 빠른 곡을 틀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환율 하락을 용인한다고 해서 원치 않는 타이밍에 발생하는 외화 자금 유입을 차단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배적인 이론에 따르면 대규모 자금 유입은 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유발하고 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원화 자산을 매입했을 때 투자 기간 동안 환율이 상승하여 투자의 달러 가치가 감소하여 생기는 환차손을 입을 가능성을 증가시켜 자급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이러한 일이 효과적으로 발생하고 있지 않음을 보이고 있다. Rey(2013)는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hicago Board Options Exchange)가 발표하는 VIX 지수와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자본량이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3) VIX 지수는 흔히 투자자들이 느끼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측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데 이러한 결과는 중심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금융기관이 느끼는 위험이 감소하면 중심에서 자금을 차입하여 주변의 자산에 투자했다가 반대의 경우에는 이를 급하게 회수하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주관적 위험 평가는 그 변동성이 매우 심하며 따라서 국제 자본의 이동량도 심한 변동성을 갖게 된다. 또한 중요한 사실은 중심의 투자심리와 자본유입량과의 관계가 변동 환율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성립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환율의 변동을 용인한다 하더라도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투자심리와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제 자본 이동에 제약을 가하는 자본규제뿐이다.
셋째 자본시장 개방은 신흥국의 외채위기와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증대시킨다. 유입된 달러는 기업이 수입과 투자를 하거나 금융기관이 외국 자산을 구매하는데 사용된다. 그런데 갑자기 투자심리가 냉각되어 외국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게 되면 금융기관들은 기업에 대한 달러 대출을 회수하고 구매했던 외국 자산을 매각하여 달러를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달러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되고, 심지어 금융기관 파산과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98년의 경험을 통하여 우리가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외국으로부터 들어온 달러를 모두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으면 금융위기를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는 자본시장 개방의 네 번째 비용을 증가시킨다. 바로 다음 절에서 논의하는 자본시장을 통한 국부유출이다.
3. 외환보유액 증가가 해결책인가?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달러로 환산했을 때 대외부채의 가치가 대외자산의 가치보다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 98년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이 보유한 우리 주식의 가치가 빠르게 상승했고, 환율 하락으로 인해 외국인이 보유한 원화 자산의 달러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해서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의 투기 실적이 외국에 투자한 우리의 투기 실적보다 현저하게 좋았다는 얘기다. 연 27조 원의 손실이라는 숫자는 주의 깊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들이 급히 투자를 회수하면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상승하여 장부 가치의 일부분만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보유한 외국 자산의 가치가 과소 평가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무역수지 흑자에서 벌어들이는 기축통화의 상당부분을 외국인에 투자 소득으로 양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 경제가 외국 경제보다 상대적으로 견실한 성장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금융기관의 자산운용 실력이 외국 금융기관의 실력에 못 미쳐서 생긴 문제이다. 따라서 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처 방법은 우리의 실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이것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국제 통화 제도 때문에 생기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다.
반면 기축통화를 발행하고 있는 국가들은 정반대의 상황에 있다. 선진국들은 신흥국 중앙은행에 정부채권을 팔아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는 이를 신흥국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여 이익을 올린다. 그리고 우리와는 달리 저금리 외화 준비자산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 외국에서 꾼 빚은 자국에서 발행한 화폐로 청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5)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표현을 빌면 국제 금융은 "평평한 경기장"에서 하는 경기가 아닌 것이다.
4. 토빈세 시도해 보아야
국제 금융 시장이 불안해지면 외환보유액 증액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물론 위기발생시 환율과 금융의 안정성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외환보유액이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위에서 보았듯이 외환보유액 증액은 커다란 비용을 우리 경제에 부과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토빈세(Tobin Tax)를 고려해봐야 한다. 토빈세는 다음의 방식으로 작동한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유지하고 싶은데 미국이 금리를 2% 포인트 낮추거나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기피도가 2% 감소하면 한국의 차입시장과 채권 시장에 외화 자금이 몰려든다. 이때 정부가 외국인 투자액의 2%를 세금으로 부과하면 외국인의 투자 유인은 사라진다. 주식 시장을 통한 유입도 외국인의 주식투자액에 일정한 비율의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감소시킬 수 있다. 토빈세 부과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글로벌 신용이 팽창할 때 이런 방식으로 우리 단기 대외부채가 과도하게 팽창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중앙은행 정책의 독립성과 환율의 안정성을 제고하고, 외환시장 개입과 외환보유액 증액의 필요성을 감소시키며, 미래에 자금이 갑자기 빠져 나갈 때 생길 외환, 금융 위기의 가능성을 축소하는 것이다. 이러한 토빈세는 외국과의 접촉을 양적으로 차단하는 고강도 자본규제와 구별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외국인의 장기투자와 직접투자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으며, 자금유입의 압력이 감소하거나 자본유출이 염려되는 상황이 오면 세금을 없애는 잠정적 조세의 형태를 취한다. 기본적으로 자본시장의 개방성을 유지하면서 그 비용을 축소시키려는 노력이다.6)
물론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국경 밖에서의 상쇄거래와 파생상품 거래를 통하여 토빈세를 회피할 수도 있고 장기 투자와 단기 투자에 대한 세율 차이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금리 정책처럼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또한 토빈세가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경험적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토빈세 실시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선진국의 모호한 태도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과 보수적 경제학들도 국제 자본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이 신흥국에 주는 폐해와 거시정책을 보완하는 자본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7) 그러나 동시에 선진국 정부와 금융 기관은 토빈세와 같은 자본규제가 다수의 신흥국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자국 금융기관의 수익성과 기축통화의 특권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에 있는 국가는 자본규제를 피하고 선진국에서도 강화되고 있는 거시건전성 정책만을 통하여 금융안정성을 추구하도록 압력을 받고 있다. 우리 정부나 금융학자들도 토빈세를 실시하면 한국이 저소득 신흥국과 같은 범주로 분류되어 이들과 차별화하려는 금융산업 발전 전략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한다.
이러한 염려는 나름대로 합리성을 갖고 있고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토빈세 실시의 가장 중요한 장애요인은 완전 개방된 자본시장을 신성시 하던 과거의 습성에 사로잡혀 토빈세를 마치 금단의 열매인 것처럼 취급하는 우리와 외국인의 태도다. 우리는 이미 주택과 주식에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주택과 주식 시장의 기본 기능을 약화시킬 의도는 전혀 없다. 소득세와 법인세도 납세자의 지능과 범죄에 의해서 부분적으로 무력화된다. 또한 토빈세 효과에 대한 선험적 회의도 과하다. 실시했다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중단하면 될 것이다. 우리는 주택 투기가 과열되면 주택 거래세를 증가시키고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내린다. 토빈세도 마찬가지로 운영하면 된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외화건전성 비율 규제, 선물환포지션 한도, 은행세와 같은 거시건전성 규제만으로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정책은 유효한 정책이지만 은행을 통한 자본유입만 통제할 수 있을 뿐이다. 점점 더 확대되는 증권시장을 통한 자본유입에 대해서는 토빈세와 같은 조치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이 불안하여 자본유출이 염려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당장 실시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토빈세는 자본유입이 과도할 때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미래의 적절한 시점에 도입이 되려면 미리 조용히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기축통화를 발행하지 않는 국가에서는 선진국에서와는 달리 적절한 자본규제가 곧 거시건전성 정책임을 국제 사회에 인식시키려는 꾸준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선진국의 중앙은행은 자국의 주요 투자대상 국가와 통화 스왑 협정을 상설화하거나 확대시켜야 할 책임이 있으며 이것이 거부될 경우 신흥국들은 자본규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음을 선진국 의회에 경고하는 노력도 병행해 야 할 것이다.8)
1) 환율을 안정시키는 정책은 무역량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Klein과 Shambaugh는 고정환율 제도가 무역량을 36%정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Klein, Michael W., and Jay C. Shambaugh (2006), “Fixed Exchange Rates and Trade,” 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s 70: 359–83.
2) 2002~2007년 기간 동안 발생한 미국의 빠른 신용팽창은 이러한 경로를 통하여 세계에 파급되면서 여러 국가에서 자산가격 거품의 원인이 되었다. 김소영과 양두용은 자본시장이 개방된 아시아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미국 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자국의 금리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이고 있다. Kim, Soyoung and Doo Yong Yang (2012), "International Monetary Transmission in East Asia: Floaters, Non-Floaters, and Capital Controls," Japan and the World Economy 24: 305-316.
3) Rey, Helene (2013), "Dilemma not Trilemma: the Global Cycle and Monetary Policy Independence," Proceedings - Economic Policy Symposium - Jackson Hole, Federal Reserve Bank of Kansas City.
4) 엄밀하게 보면 자본수지도 고려해야 하나 액수가 작아 계산에서 무시하였다.
5) 기축통화국 중앙은행도 IMF나 다른 중앙은행간의 거래나 외환시장 개입을 위해 외환준비자산을 보유한다. 그러나 미국의 준비자산은 국내총생산의 1%에 못 미치고 유로존 중앙은행은 국내총생산의 6% 정도되는 준비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30%에 이르는 우리와 큰 차이가 있다.
6) 이러한 본래 의미의 토빈세와 유럽에서 추진되고 있는 토빈세는 구별되어야 한다. 유럽식 토빈세는 보편적 금융거래세를 의미하며 금융시장의 안정과 세수확보가 목적이며 외환과 외채위기의 방지와는 관련성이 적다. 유럽식 토빈세는 실효성이 있으려면 여러 국가들이 동시에 실시해야 하나 본래 의미의 토빈세는 오히려 다른 국가들이 동시에 실시하면 효력이 약해진다. 그러면 우리 나라로 자금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또한 세수 확보도 중요한 목적이 아니다.
7) 예를 들면 IMF (2012), “The Liberalization and Management of Capital Flows - An InstitutionaL View”.
8) 거시건전성 정책은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와 도산이 경제 전체에 파급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되는 각종 자본 비율 규제와 대출 규제를 의미한다. 통화스왑 협정은 우리 돈을 맡기는 대신 일정량의 달러를 일정 기간 동안 차입할 수 있게 해주는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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