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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교과서 신화', 일본 욕할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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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강화된 '교과서 신화', 일본 욕할 자격 없다

[좌담] 역사교사들은 교학사 교과서 논란을 어떻게 보나

친일 미화, 독재 찬양 등의 내용이 담겨서 논란이 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논란이 새 국면을 맞았다. 당초 올해 새로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1794개 학교 가운데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곳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부산 부성고가 갑자기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 지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기존 결정을 뒤집은 것. 이 학교는 방송인 한성주 씨의 아버지인 한석봉(한효섭) 전 국회의원이 설립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씨가 법인이사를 맡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성고는 교학사 교과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3일에는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이 이 학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현장에서 퇴출당한 역사 왜곡 교과서가 부성고에서 부활했다”며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주장했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이에 반대하는 보수 인사들의 피켓 시위가 열렸다.

다른 한 편으론 교육부의 움직임이 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 9일 교육부 내에 교과서 편수를 전담하는 조직을 둬야한다고 말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교학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을 계기로, 정부가 과거 국정교과서 체제로 돌아가려 한다는 게다. 이런 의심이 드는 데는 까닭이 있다. 편수조직이란 교과서를 편집하고 수정하려고 설치하는 전담 조직을 뜻한다. 한국은 검인정교과서 체제인데, 한국사의 경우 국사편찬위원회, 수학과 과학은 한국과학창의재단, 국어와 도덕, 사회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위임받아 검정한다. 교과서 내용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그런데 편수조직을 둔다는 건, 교육부가 교과서 내용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편수조직은 1948년 문교부가 생기면서 함께 등장해 국정교과서 편찬부터 발행, 공급까지 도맡는 조직이었다. 그러나 교과서 발행 체제가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뀌면서 편수조직은 1996년 폐지됐다. 편수조직 부활을 국정교과서 체제로의 회귀로 보는 시각은 이런 역사에 바탕한 것이다.

요컨대 교학사 교과서 논란은, 한 편으론 내용을 둘러싼 이념 대립, 다른 한 편으론 교과서 발행에 대한 국가 개입 여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중계되는 논란은 주로 전자 중심이었다. 그러나 후자 역시 중요한 문제다. 미국, 유럽 등에선 대부분 교과서 자유발행제다. 검인정 기관을 거칠 필요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교과서를 출간할 수 있다. 개별 학교는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 가장 적절한 교과서를 고르면 된다. 한국에선 대학 수업이 이런 식이다.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이행했던 한국이, 다시 국정으로 돌아간다면, 유럽 등 교육선진국의 방식과는 더 멀어지는 셈이다. 또 굳이 선진국 사례를 의식하지 않더라도, 민감한 문제다. 교과서 검인정 체제는 정치적 민주화와 맞물려 진행됐다. 국정교과서 체제는 국가가 교육내용을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이다. 교육내용에 정권 옹호 논리, 국가주의 이념이 강하게 반영됐다. 이에 대한 반발이 군사 정부 시절 내내 있었고, 민주화가 이뤄진 뒤에야 검인정 체제가 정착됐다. 국정교과서 회귀는 이른 역사를 거꾸로 돌린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또 교과서 논란이 내용을 둘러싼 이념 대립 중심으로 진행된 탓에, ‘교과서 신화’가 더 강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교과서 속 문장에 대해 사회가 부여하는 권위가 더 높아졌다는 것. 같은 현상에 대해 교과서마다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자유발행제의 취지라면, 강화된 ‘교과서 신화’는 이런 취지에서 더 멀어졌다는 뜻이 된다.

곧 신학기가 시작된다. 아이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 교사들은 이런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역사교과서 논란에 대해 역사교사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백옥진 경기도 파주 해솔중 교사, 김남수 경기도 성남 돌마고 교사, 김정안 서울 삼각산고 교사 등이 모였다. 지난달 23일,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편집국에서 나눈 이야기를 간추렸다. <편집자>

▲교학사 교과서 논란에 대해 역사교사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프레시안(최형락)


교사들은 왜 교학사 교과서를 거부했을까

프레시안 : 교학사 교과서가 온 나라를 들었다 놨다 했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거의 없다. 학교 바깥의 여론을 고려하면, 흥미로운 대목이다. 학교 바깥에선 교학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우익 성향 여론도 꽤 있다. 그런데 교사들은 대부분 교학사 교과서를 반대했다.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점이 역사 교사들의 눈으로 보기엔 더 두드러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남수 : 일단 사실 관계의 오류가 너무 많았다. 역사는 기본적으로 사실에 바탕을 둬야 하는데, 오류투성이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치욕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책이 교과서라는 이름으로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해서 학교 현장에 왔다는 사실 자체도 굉장히 치욕스러운 일이다.

백옥진 :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가 좌파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이른바 좌파라고 할 만한 분들도 있다. 하지만 전체를 놓고 보면, 좌파는 반도 안 된다. 대부분은 중도 성향이다. 그저 제대로 역사교육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런데 그분들이 보기에도 이건 도저히 교과서라고 칭할 수 없는 정도다.

역사학자들의 연구 결과 가운데서, 확실한 공통분모만 뽑아낸 게 역사 교과서다. 그런데 역사학자들이 교학사 교과서에서 수정해야 할 부분을 수백 건이나 찾아냈다. 하지만 그걸 못 받아들인다. 그리고 고작 하는 게 ‘좌파’ 꼬리표 붙이기다. ‘우리 사회가 이것 밖에 안 되나’ 싶은 자괴감이 든다.

김정안 : 교과서 선정을 위한 평가 항목과 평가 지표가 있다. 교과 교육 목표에 맞게 선정되어야 한다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교학사 교과서는 바로 그 점에서도 점수를 좋게 줄 수가 없었다.

역사 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이 역사적 진실에 접근해서 그걸 바탕으로 미래에 대처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과거에 대해서 여태까지 연구자들의 성과를 제대로 반영한 게 아닌 내용으로 가르치면, 역사적 진실에 멀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미래에 대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다. 교학사 교과서는 이 점에서 역사 교육의 목적에 어긋난다.

보수적인 교장도 교학사 교과서는 반대…‘친일 프레임’이 ‘종북 프레임’ 이겼다

프레시안 : 교사 집단의 이념 스펙트럼은 아주 폭이 넓다. 보수 성향 교사들도 교학사 교과서는 용납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거의 없다시피 한 것 아니겠나. 언론의 보도 태도와 비교해보면, 이런 결과가 흥미롭다. 전체 언론 지형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보수 매체들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적극적인 응원을 했다.

이런 보도에 대한 보수 성향 교사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예컨대 평소엔 <조선일보> 기사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던 교사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선 거부 반응을 보인 경우가 꽤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경우가 드문 걸 보면 말이다.

▲김남수 돌마고 교사. ⓒ프레시안(최형락)
김남수 :
학교 교장들은 대부분 보수적이다. 다른 정치, 사회 이슈에 대해서는 보수 언론의 논조를 따르는 편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이 내게 개인적으로 물었다. 교학사 교과서 왜 그러냐고.

물론, 이번 사태로 인해 다른 정치, 사회 사안에 대한 그분들의 생각까지 바뀌지는 않을 게다. 그러나 보수적인 교사, 교장들이 보기에도 교학사 교과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른바 ‘뉴라이트’라고 불리는 세력이 작전을 잘못 짰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 세력의 목적에 충실한 게 교학사 교과서인데, ‘뉴라이트’ 세력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은 간명하다. ‘이승만은 건국의 아버지고 박정희는 경제 성장의 아버지다.’ 딱 이거 아닌가. 이들 두 전직 대통령에게서 독재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은 게 속내였을 게다.

그런데 너무 나가버렸다. 일제 강점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서술은 시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보수 성향 교사들도 등을 돌린 데는 이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아무리 보수적인 사람이라도 ‘친일 행각’을 옹호하는 교과서를 지지하긴 힘든 노릇이다.

백옥진 : 이번 사태를 놓고 ‘친일 프레임’이 ‘종북 프레임’을 이겼다는 말도 나온다. 교학사 교과서 저자들이 친일 행적을 미화한 건, 이승만과 박정희를 치켜세우기 위한 출발점이 일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상식과 정서와 너무 동떨어진 내용이 많았다. 거칠게 말하면, 교과서를 좀 무식하게 썼다.

김정안 : 우리가 격동적인 현대사를 겪어서, 일반 시민들도 역사에 관심이 많고 지식이 풍부하다. 그런데 교학사 교과서는 이런 국민의 수준을 너무 무시한 거다. 한줌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 다수 시민의 역사적 지식의 수준을 무시했다. 자기네들이 사람들의 역사의식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엿보인다.

일본 욕하며 일본 따라하는 한국

프레시안 : 교학사 교과서 저자들이 오만했다는 지적이 인상적이다. 이런 오만한 태도가 역풍을 부른 셈이다.

김남수 : 교사로서 교육부의 행태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행태’라고밖에는 말이 안 나온다. 교학사 교과서 하나를 구하려고 너무 많은 무리수를 뒀다. 법령 어기고 절차 어기고 규정 어기고. 교육부가, 왜 이렇게까지 나오는지 모르겠다. 공무원이란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절차를 어기는 데 몸을 사리는 속성이 있지 않나. 그런데도 관련 규정까지 과감하게 무시하면서까지 왜 이렇게 하나. 저 위에서 뭔가 (지시가) 떨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정안 : 수준 낮은 교과서 하나 구하기 위해 온 국민이 흙탕물을 뒤집어썼다.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있는데 전혀 그럴 가치가 없는 일이다. 국민적인 에너지 낭비다.

뉴라이트 세력이 쓰는 용어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자학적 역사관’이라는 표현을 쓴다. 일본 우익들의 용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인정하는 데 대해 일본 우익들이 자학적 사관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용어를 뉴라이트 세력이 빌려다 쓰고 있다. 참 놀라운 일이다.

김남수 : 얼마 전, <뉴욕타임스> 교과서 문제를 놓고 한국과 일본을 동일선 상에 놓고 보도했다. 정확한 시각이다. 정권을 쥔 자들이 왜 자신의 생각을 교과서에 넣으려 하는가. 왜 교육에 함부로 개입하는가. 참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 정부는 일본을 계속 따라하고 있다.

학교에서 교장은 무소불위, 학교 내 민주주의 더 확대돼야

프레시안 : 이번 사태에서 주목할 지점 가운데 하나가 학교 내 민주주의라고 본다. 다수 교사들이 반대하는 교과서가 채택된 학교가 많았다면, 학교 내 민주주의의 위기 신호였을 게다. 실제로 일부 학교에선 교학사 교과서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했다. 심지어 학교운영위원회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학교를 제외하면,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선 다수 교사들의 의견이 잘 반영된 셈이다. 느린 속도로나마 조금씩 뿌리를 내렸던 학교 내 민주주의가 힘을 발휘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게다.

김남수 : 교과서를 선정할 때, 교사 3명이 모여서 각자 채점해서 종합한 후 순위를 매긴다. 1순위부터 3순위까지 매겨서 운영위에 보고한다. 운영위가 3순위 안에서 결정하게 된다. 제가 10년차인데 계속 똑같은 규정이었다. 2008년도에 금성사 근현대사 교과서가 논란이 됐을 때도, 규정은 똑같았다. 그때 참담한 경험을 했다. 교사들이 협의회를 통해서 3순위 안에 넣었다. 그런데 압박이 있으니까 학교장이 금성사 교과서 순위를 내렸다. 교장으로서는 논란을 피하고 싶으니까 그랬겠지. 내가 가르칠 교과서인데 왜 교사인 내가 이걸 선택하지 못하는지, 그때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역사교사뿐 아니라 모든 교사들이, 교과서 선택권 정도는 가져오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교사모임이나 교원단체에서, 왜 교사가 교과서를 선택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기를 바란다. 교육과정도 그렇다. 주어진 과정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개별 평가권도 사실은 없다. 교과서엔 나오지 않지만 중요한 사실로 여겨지는 사건이 있다. 그런데 교과서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교사는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 다른 교사가 가르치지 않으니까 나도 가르칠 수 없다.

백옥진 : 한국에선 교사를 믿지 못한다. 교사의 전문성, 자율성,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건 잘못이다. 외국과 비교해도 그렇다. 대개의 선진국에선 교사가 자신이 가르칠 내용, 즉 교육과정에 대해 자율적인 권한을 갖는다. 그런데 한국에선 교과서 선정조차 힘들다.

예전에 비하면 학내 민주화가 많이 진행됐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다. 교학사 교과서를 1순위에 올렸던 학교가 있다. 알고 보니 교장의 압력 때문이었다. 여전히 교사는 권위적인 교장 앞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김남수 : 학교에서 학교장의 권한은 무소불위다. 모든 책임을 다 학교장이 지는 만큼 권련도 크다. 예를 들면. 각종 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교장 의견이 다르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다만 어떤 이유로 그런 결정을 했는지 기록만 남기면 된다.

김정안 : 어차피 역사교과서 문제가 두 번째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정교과서 전환 이야기까지 나오는 판이다. 교육 과정의 자율성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다.

검인정도 시대에 뒤떨어진 것인데, 왜 거꾸로 가나

프레시안 : 아이들에게 제일 어울리는 수업 교재가 어떤 것인지는 가르치는 사람이 제일 잘 안다. 그런 점에서 교육과정에 대해 교사가 자율성을 갖는 건 당연하다.

김정안 : 가르치는 사람뿐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의 관점이 다 들어가는 게 옳다. 현행 검인정 체제를 넘어, 교과서 자유발행제로 가야하는 것은 그래서다.

백옥진 :
처음 교사가 됐을 때가 생각난다. 선배한테 어떤 교과서를 택할 것이냐고 물어보니 ‘알아서 해’라고 하더라. 규정상, 어떤 교과서가 좋은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해가 안 된다. 토론 없이, 각자 점수 매기고 나면 끝이다. 교과서 담합을 막으려고 도입된 규정이라고 한다. 좋은 취지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출판사에서 리베이트를 주는 관행이 많이 사라졌다. 교과서 문제에 대한 토론에 제약을 두는 건 이제 옳지 않다고 본다. 지금 상황에선, 각자 학교 실정에 맞는 교과서를 쓰는 게 어렵다.

나는 예전에 지방에서 근무하다 도시로 왔다. 지방 실업계 학교와 도시 인문계 학교가 같은 교과서를 쓰더라. 이게 합리적인 걸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프레시안 : 교사를 믿을 수 없으므로, 교육과정에 대한 자율성을 줄 수 없다는 이야기. 그걸 뒤집어 말하면, 결국 정부가 교육과정에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교육부가 교과서 편수체제를 강화한다고 했다.

김정안 : 한국 역시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세계적 추세는 교과서 자유발행제다. 검인정 제도도 시대에 뒤떨어진 것인데, 정부는 방향을 거꾸로 잡았다. 이런 정책에 누가 공감하겠나.

백옥진 : 예전에 근무했던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영어 교사들이 인근 학교가 택하지 않은 교과서를 채택했다. 그 교과서를 일 년간 사용한 후 열린 학교운영위원회에 내가 들어갔다. 학부모들이 이 교과서를 쓰지 않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학원에서 난리가 났다는 게다. 기출 문제가 없어서 시험 대비로 따로 문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그 학교 영어 교사가 굉장히 보수적인 분이었는데 학교운영위원회에 들어와서 강하게 말했다. 우리가 선택한 교과서대로 내가 잘 가르치고 아이들은 수업에 충실하면 되는데 학원에 기출문제가 없다고 교과서를 바꾸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보수적인 교사들도 옛날처럼 단 하나의 교과서로 수업하라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김정안 삼각산고 교사. ⓒ프레시안(최형락)
김정안 :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교학사 교과서에서만 오류가 발견된 게 아니다. 다른 교과서에서도 오류가 나타났다. 교과서 편수체제가 이런 오류들을 다 걸러낼 수는 없다. 편수체제 강화가 아니라 연구자들과 교과서 집필자, 교사들이 끊임없이 소통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 교과서 속 오류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만 걸러질 수 있다.

김남수 : 교학사 교과서 문제가 쟁점이 되니까, 국민 사이에선 국정 교과서 회귀에 대해 찬성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적어도 언론 보도를 보면 그렇다. ‘교과서 때문에 시끄러워지니까 하나로 통일되면 좀 낫겠지’하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

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현행 검인정 체제가 도입될 때도 논란이 있었다. 많은 교사들이 이건 검인정 교과서가 아니라고 했다. 집필 기준과 내용을 정부가 다 정해준다면, 왜 검인정체제라고 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한국 역사 교과서 대단원 제목이 다 똑같다. 검인정 교과서인데 말이다. 8종 교과서라고 하지만, 사실 그게 그거다. 말만 검인정 체제일 뿐, 집필 기준이 너무 획일적이다. 처음에 검인정 체제 만들어질 때 이런 비판이 많았는데, 정부와 여론은 오히려 뒤로 가고 있다.

백옥진 : 교과서에 오류가 너무 많은 데는 교육과정이 자주 바뀐 탓도 있다. 교과서를 집필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못하는 조건이다. 불과 몇 달 만에 교과서를 써내는 상황이니, 오류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김남수 : 이번 일을 거치면서, 한국사 교과서에 왜 근현대사 비중이 이렇게 높은가라는 질문을 듣는다. 2007년에 도입된 교육과정에선, 중학교에서 전(前)근대사를 배우고 고등학교에서 근현대사를 배우게끔 돼 있다. 그런데 독도 문제가 터지니까, 수능 사회탐구 과목 선택을 3개에서 2개로 줄였다. 의견수렴도 없이 한국문화사를 과감히 줄여버렸다. 또 고등학교에서 전근대사 안 배우는 게 문제라고 하니까 부랴부랴 6개월 만에 다시 전근대사를 넣었다. 이렇게 교육과정이 졸속적으로 바뀌니까 교과서 집필에 공을 들이기가 어려워진다.

검인정 교과서의 순기능, 학교 현장에선 잘 안다

프레시안 : 역사 교육이 본질적 목적에 충실하기보다, 다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도구로 쓰이는 탓에 빚어진 일이라고 본다. 예컨대 역사 교육이 독도 분쟁에 대응하는 도구가 된 셈이다. 이건 위험한 징후다. 그런데 교과서가 국정으로 바뀌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과거에 국정 교과서로 가르친 경험, 그리고 지금 검인정 교과서로 가르친 경험을 비교해보면 어떤가.

백옥진 : 국정 교과서는 일단, 교과서 자체가 너무 안 좋았다. 아이들한테 교과서를 보지 말라고 할 정도였다. 반면, 검인정 교과서는 일단 편집부터 다양하고 보기 좋다. 제일 좋은 건 탐구 활동이다. 국정 교과서에선 한 단원이 끝나면 요점정리로 끝났다. 더 이상 아무 것도 없었다. 그걸 보완하기 위해 전국 역사 교사들이 배움 책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역사가 암기과목이 아니려면 교사가 암기과목이 아닌 것처럼 가르쳐야 한다. 그 전에는 교사 개인이 굉장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탐구활동 등을 할 수 없었다. 검인정 교과서로 바뀌면서 현장에서 느끼는 그런 고민이 많이 줄었다. 심지어 교학사 교과서에도, 국정 교과서에 들어갈 수 없는 고민이 녹아 있긴 하다. 예를 들어, ‘그 시기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고민들은 국정 교과서 체제에선 나오기 어렵다. 그런데 검인정 체제로 바뀐 후 그런 다양한 고민이 교과서에 녹아들었다.

김정안 : 국정 교과서를 쓰는 나라가 어떤 나라들인지 알지 않나. 북한, 필리핀 등이다. 1990년대에 한국 역사학계와 시민단체가 일본 역사 교과서를 비판하면, 일본 우익들이 뭐라고 했는지 아는가. ‘국정 교과서가 있는 나라가 몇 개 안 되는데 남북이다. 한반도의 두 나라다’라고 받아쳤다. 적어도 자기네는 검인정이라는 게다. 그런데 다시 국정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프레시안 : 검인정 체제가 되니까, 교과서 출판사 사이에서 경쟁이 생긴다. 사실, 경쟁에는 순기능도 있다. 검인정 체제가 되면서, 교과서 편집이 다채로워졌다고 하는데, 국정 체제가 되면 이 같은 경쟁의 순기능이 사라질까 걱정스럽다.

김남수 : 그렇다. 한번 만들면 그대로 갈 거다. 굳이 더 고민해서 바꿀 이유가 없으니까.

수능에 종속된 교육, ‘진도의 압박’에선 언제쯤 벗어날까

프레시안 : 한국에서 국정 교과서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온 것은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경험해보지 못한 탓이 아닐까. 이 문제에 대한 교사들의 여론이 궁금하다.

김정안 : 역사 시험에는 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사실이 시시콜콜 다 나온다. 그러니까 교사들도 교과서 내용을 다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영어나 국어의 경우엔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다 가르칠 수 없다. 또 교과서와 관계없는 문제가 시험에 나오기도 한다. 역사 과목은 다르다. 그래서 진도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게 더욱 힘들다.

김남수 : 한국에서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당장 도입하기 힘든 데는 이유가 있다. 입시 때문이다. 현행 수능 출제 범위 및 문제 수준에 따라 교과서 내용이 정해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이 먼저 나와야 한다.

자유발행제의 장점은 많다. 예컨대 이런 거다. 교과서가 꼭 하나일 필요는 없으니, 이 단원은 이 책으로, 다른 단원은 저 책으로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교과서 체제로는,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그럴 수가 없다.

내가 유일하게 자유로웠던 시절이 고교 2학년 이과생들한테 세계사를 가르쳤을 때였다. 그 아이들에게 세계사는 수능과 무관한 과목이다. 그러니까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다 배울 필요도 없다. 진도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교과 내용을 다 재구성했다. 그때는 내가 생각한대로 해본 것 같다. 그 이후엔 못 했다.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는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프레시안 : 유럽 등 외국에선 교사의 재량권이 아주 강하다. 예를 들어 역사 수업에서 서양의 긴 역사를 다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 같으면 고조선부터 대한민국까지 다 진도를 나가야 한다. 그런데 외국에선 교사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예컨대 역사상 특정 시기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로마 역사만 가르치는 수업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에선 ‘진도의 압박’ 때문에 그게 불가능하다. 진도를 다 나가지 않으면, 입시 준비를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현실은 잠시 미뤄놓고, 이상적인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교사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과서는 어떤 건가.

김남수 : 이번에 어떤 출판사가 역사 부도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더라. 원래 부도는 매우 큰데 이건 그냥 일반 책처럼 나왔다. 옛날 교과서와 부도의 중간 형태다. 대신 두껍다. 그러니까 활용하기가 편하다. 사실 내 경우도 수업하면서 역사부도를 제대로 활용해본 적이 없다. 애들이 만 원 넘는 돈 주고 샀는데 말이다. 이번에는 이 부도를 활용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현행 검인정 교과서에도 탐구활동이 있긴 하다. 내용은 좋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없는 과제가 많다. 이런 문제가 풀렸으면 한다.

김정안 : 교사가 워크북을 자꾸 만들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교과서 내용이 불필요하거나 불충분해서다. 그러니까 여러 참고자료나 연구 성과를 자꾸 갖고 오게 된다. 수준 높은 참고 도서 같은 교과서가 필요하다. 좋은 사진자료와 지도를 다 넣어서 아주 잘 만들어진 교과서. 아주 두꺼워도 좋다. 선진국처럼, 물려줄 수 있는 교과서가 있으면 좋겠다. 그게 역사탐구를 위한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

우리 교과서는 문맥이 너무 끊기고 재미도 없다. 그러니까 이해도 안 간다. 그리고 내용의 구성은 열려 있는 방식이 좋겠다. 모든 지식이 다 단정적으로 들어간 게 아니어야 한다는 말이다. 성과는 어떻고, 논쟁이 되는 지점은 어떠하며, 앞으로 더 필요한 연구는 어떻다고 제시하는 책이면 좋겠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길라잡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역사 교과서 논쟁이 고작 친일파 논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다. 한국사를 세계사 지평에서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인간의 역사를 지구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 자연과학의 성과까지 끌어안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교과서를 지금처럼 검인정으로 묶어놓으면 다 똑같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렇다.각각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교과서인데, 내용은 조사 빼고 거의 똑같다.

백옥진 : 초등학교 교과서는 국정인데, 내용이 너무 많다. 초등학교 아이들 입장에선 역사는 그저 옛날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선 아이들이 질리게끔 한다. 교과서를 보면, 조사 빼고 다 외워야 할 내용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역사는 어렵다. 역사는 암기과목이다’라고 말한다.

김정안 : 초등학생은 활동 중심으로 역사를 배워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이 탐구하게 만드는 게 아니다. 정해진 교과서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수업시간에 전달하는 방대한 내용은, 대학생이라도 다 기억 못한다. 아이들이 하나를 알아도 거기에서 시작해서 탐구하게 해야 한다. 사료를 가지고 아이들이 탐구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학습자 참여형 교과서가 필요하다. 프로젝트 학습과 토론 수업 등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싶다. 우리가 교과서 신화에 빠져있는 한, 수업 방식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교과서가 바뀌어야 우리 수업도 바뀌고 우리 수업이 바뀌어야 교과서도 바뀐다.

김남수 : 읽을 수 있는 교과서였으면 좋겠다. 역사를 좋아하는 나조차도, 역사 교과서를 보면 너무 재미가 없다. 보통의 역사책은 재미있으면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게 된다. 그런데 역사 교과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가 너무 어렵다. 그게 단지 필진의 문제는 아니다. 역사 교과서도 어쨌든 옛날이야기다. 옛날이야기는 원래 재미있는 것이다. 이런 기본에 충실한 교과서였으면 좋겠다.

더 강력해진 ‘교과서 신화’, 이젠 벗어나야

프레시안 : ‘교과서 신화’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교학사 교과서 논란이 교과서 속 문구 중심으로 벌어진 탓에, 의도치 않게 ‘교과서 신화’는 오히려 강해진 느낌이다. 아이들이 수동적 존재만은 아니다. 교과서에 A라고 써있다고 해서 꼭 A라고만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물론 우리가 이상적으로 바라는 것만큼 자율적이진 않지만 마냥 수동적이지만도 않다. 이번 논쟁을 거치면서, 아이들은 교과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더 굳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 또 교과서의 권위 역시 더 강화된 느낌이다. 교사의 자율성이 확대되려면, 기존 교과서의 권위가 지금보다는 약해져야 할 텐데 상황이 반대가 돼 버렸다.

김정안 : 국정 교과서를 만들려는 시도 자체가 그렇다. 정부가 교실마다 들어가서 학생과 교사를 통제할 수 없으니까 교과서라도 통제하려는 거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교과서 신화는 강화된다.

프레시안 : 한동안 교과서 논란으로 언론 지면이 뜨거웠다. 어찌 보면, 교과서라는 중요한 문제를 그저 소비했다는 느낌도 든다. 현직 역사 교사로서 느끼는 게 많았을 듯하다.

백옥진 : 역사 교육을 책임지는 건 교사와 학계다. 차라리 뉴라이트 세력이 학계와 교육계의 반 이상이면,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것 같다. 교과서에 과반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역사학계, 그리고 역사 교사 집단 속에 뉴라이트 세력은 한줌도 안 된다. 그런데 그들이 마치 다수인양 부각된다. 이런 상황이 자존심 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역사교육을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이 묻는다. 해방된 지 60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친일 청산을 이야기 하냐고.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나서, “저 사람(전두환) 사형 당했어요?”라고 묻더라. 그럴 때면 정말 내가 잘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 교육의 목표는 역사의식을 기르는 것이다. 또 이 사회의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근현대사 교육이 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8년 금성교과서 사태나 현재 교학사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이명박 정권 이후 계속 근현대사 교육이 논란이 된다. 딱 일제 강점기까지만 가르치던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그만큼 우리가 중요한 일을 하니까 우리를 물고 늘어지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김남수 : 예컨대 안철수 의원의 반응도 화가 난다. 그는 얼마 전에 “교과서 문제에 대해 저희들은 아주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이전에 지금 대한민국을 반으로 분열시키는 문제에 대해 양쪽 다 문제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말하면, 많은 사람이 정말 양 쪽 다 문제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런데 이게 과연 이렇게 양비론으로 접근할 문제인가. 답답한 노릇이다.

교학사 교과서가 처음 나왔을 때, ‘저게 검정을 통과할 수 있을까’ 했다. 그런데 통과 됐다. 규정 위반이라 취소 될 줄 알았는데 취소가 안 됐다. 누군가 그때 ‘국정 교과서로 전환하려는 의도다’라고 했었다. 몇 달 전이었는데, 그때는 다들 ‘에이 설마’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국정 전환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

다른 한 편으론, 내가 뜨끔한 대목도 있었다. 요즘 교학사 교과서의 오류를 지적한 내용이 많이 소개됐다. 그런데 읽다 보면, 나 역시 같은 방식으로 가르친 경우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교학사 교과서를 비판하지만, 나 역시 교학사 교과서 방식으로 가르쳤던 게다. 예컨대 ‘남한대토벌작전’이라는 표현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본 제국주의의 관점이다. 그런데 별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썼다. 교학사 교과서에만 있는 표현이 아니다. 다른 교과서에도 있는 표현이다. 교학사 교과서 논란을 통해 드러났을 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에선 역사교육을 도구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생긴 현상 가운데 하나가 세계사가 소외되는 것이다. 세계사 교육을 정치적 도구로 쓰긴 어렵다. 그러니까 세계사 교육이 소홀한 취급을 받는다. 심지어 논란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데 역사교육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세계사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 우리는 역사 교육에 대해 이야기 할 때마다 지나치게 한국사에만 매몰된다. 그게 안타깝다.

김정안 : 역사 연구나 역사 교육이나 목적은 같다. 과거 사실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탐구하고 비판해야 한다.

한국이 국정 교과서로 전환하면 제일 좋아할 나라가 일본이다. 자기네들의 편협한 논리를 옹호하고 유지하는 데 이용할 것이다. 적어도 한국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하면서 말이다. 교학사 교과서 때문에 벌어진 진흙탕 싸움에서 한 발을 빼야 한다. 교학사 교과서 문제에 대한 비판을 해나가는 한 편, 그걸 넘어서 세계사, 지구사, 미래지향과 평화의 관점에서 역사 교육 논쟁이 이뤄질 수 있게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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