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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의 '괴담 컴플렉스', 의도적 침소봉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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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의 '괴담 컴플렉스', 의도적 침소봉대?

[기자의 눈] 일베-<조선일보>-새누리당의 '정상추' 협공

<조선일보>가 4일자 신문에 실린 '외신으로 포장된…SNS 괴담 출처는 검은머리 블로거'라는 기사를 통해 '정의와 상식을 추구하는 시민네트워크(정상추)'를 인터넷 '괴담'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여기에 새누리당의 실세 정치인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이 기사를 인용, 정상추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해 주목을 받고 있다.

윤 수석부대표는 "대체로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에 대해 노골적인 비난과 악담을 쏟아붓는 글들의 발원지는 바로 다름 아닌 '정상추'라는 단체임 드러났다"며 "정상추라는 정체불명의 단체가 정체불명의 블로거들을 마치 권위있는 외신 매체인 것처럼 속여서 SNS상에서 거짓 괴담을 생산하고 유포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이렇게 세상을 어지럽히고 사람을 속이는 짓은 절대로 용인되어서도 안 되고 방치되어서도 안 된다. 우선 정상추라는 단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또 "이들이 SNS상의 익명성을 무기로 해서 국내 사이버공간을 악성 괴담으로 뒤덮어 버릴 의지를 표명한 만큼 관계 당국은 이에 대해 빨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나서 정상추의 SNS 계정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 정상추 네트워크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괴담'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여당의 '괴담 컴플렉스'

<조선일보>와 윤상현 수석부대표가 주장한 것과 달리, 정상추는 '정체 불명의 단체'가 아니다. 비영리시민단체도 아니다. 단지 SNS 상에서 자발적으로 생긴 일종의 '커뮤니티'다.

지난해 6월 <오마이뉴스>는 정상추에서 활동하고 있는 에릭신 씨를 인터뷰했다. 신 씨는 "정상추네트워크는 정의를 추구하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되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페이스북 모임"이라고 밝혔다. 집권 여당 실세 정치인이 자발적으로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한 규제를 정부 당국에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정상추는 주로 AP,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뉴욕타임스, 르몽드 등 미국과 유럽의 유력 매체들을 번역해 소개해 왔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레볼루션뉴스, 샌프란시스코독립미디어센터(IMC), 그리고 글로벌보이스 등 3개 매체에 실린 글을 정상추 멤버가 번역해 올린 글을 문제 삼았다. 정상추의 그간 활동에 비추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글로벌보이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매체는 800명 이상의 전 세계 번역가, 블로거 등이 활동하는 일종의 '블로그 매체'다. 우리나라의 '블로터닷넷'처럼 언론 기능을 하는 '블로그 뉴스 공동체'인 셈이다. 소규모 매체가 그렇듯, 전 세계 각국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일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정상추가 주로 소개하는 이 매체 글의 작성자는 재미 블로거로 추정된다. 이 블로거가 생산한 한국 정치와 관련된 콘텐츠는 글로벌보이스를 통해 전파된다. 조선일보는 이를 엄격한 의미의 '외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꼬투리를 잡았다.

<조선일보>가 문제삼은 샌프란시스코독립미디어센터의 보도 내용인 "미국 교민들이 샌프란시스코 한국 영사관 앞에서 벌이는 철도노조 지지 시위를 방해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돈을 주고 시위 방해꾼을 고용했다"는 내용도 하나의 주장을 소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사실 무근"이라고 확인해주면 되는 것이다.

신 씨에 의하면 정상추네트워크의 주요사업은 "한국의 잘못된 부분을 계속 찾아서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일종의 '시민 활동가'에 가깝다. 이들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과정에서 국내에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해외 시선 등을 보도했다.

특히 국내 언론이 주목하지 않던 프랑스 유력 매체 <르몽드>의 '한국 공공부문 시장을 외국기업에 개방 예정'이라는 기사를 국내에 소개, 전파해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정상추가 소개한 <르몽드>의 기사에는 "300여명의 프랑스 청중이 외국기업에 한국의 공공부문 시장을 조만간 개방하겠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공표한 사실에 특히 만족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 다음날 국무회의를 열고 도시철도 등 공공분야 조달시장 추가 개방을 위한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의정서를 처리했다. 뒤늦게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개정의정서를 '밀실 재가'하는 등 논란을 키워갔다.

결국 <조선일보>와 윤상현 수석부대표가 문제 삼은 글은 정상추 활동의 극히 일부분이다. <조선일보>와 새누리당이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발적인 커뮤니티 활동의 사소한 오류를 침소봉대한 것이다.

정부 여당은 최근 '인터넷 괴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산 식료품에 대한 국민적 걱정을 '괴담'으로 치부해 홍역을 치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SNS 등을 통해 퍼져나가는 잘못된 유언비어를 바로잡지 않으면 국민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며 "상황을 왜곡하려는 세력들에 대해서는 초기부터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SNS에 대한 몰이해, 비판 여론에 대한 즉흥적인 진압 등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SNS 컴플렉스가 '괴담 해프닝'을 지속적으로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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