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노인 부모에게 드리는 용돈 40만 원, 자녀 허리도 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노인 부모에게 드리는 용돈 40만 원, 자녀 허리도 휜다

[복지국가SOCIETY] 노후 보장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역귀성이 늘고, 해외여행 가는 황금연휴 기간쯤으로 여겨지는 등 명절로서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고는 하지만, 설은 여전히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교통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매년 3000만 명 정도가 설 연휴 기간에 귀성이나 귀경 등 어떤 형태로든 고향과 부모를 찾아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부양의 책임을 놓고 고민하는 자식들

설 연휴에 귀성하는 문화는 산업화시기에 농촌의 젊은 노동력이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자리 잡았을 것이다. 이제 전 국민의 90%가 도시에 거주할 정도로 도시화율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귀성 풍습이 남아 있는 것은 부모님들의 다수가 아직은 고향에 거주하기 때문일 것이다.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올리고 나면 당장 해마다 늙어가는 부모님을 돌보는 문제가 가족들의 논의 주제로 떠오르곤 한다. 형제자매 간에 부양의 책임과 각자의 역할을 논의하다가 합의를 보지 못하고 헤어져 올라오는 귀경길에서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는 것을 더러 경험했을 것이다.

노후를 자기 책임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이러한 자녀들의 마음을 아는지, 마침 설 연휴 기간에 화제가 된 조사 결과가 있었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에서 21개국의 2만2425명을 대상으로 '노후의 경제적 안정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물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53%가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응답하여, 조사 대상 국가 중에서 자기 책임으로 인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 관련 기사 : 노후 책임은 누구에게? 자기 자신, 가족, 정부?)

물론 각국의 문화와 복지 수준의 차이에 따라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이 달라질 수는 있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자기의 노후 생활에 대해 무려 43%가 '자신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2010년 기준 한국의 공적 연금 지출 규모는 전체 GDP의 1.7%로 멕시코나 인도, 인도네시아, 그리고 파키스탄 수준으로 낮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자신감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노인들의 경제 수준에 대한 각종 지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2011년 OECD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은 45.1%로 OECD 평균인 13.5%의 3배 수준이었다. 특히 노인 독신 가구의 경우, 상대적 빈곤율이 76.6%로 같은 노인들 중에서도 부부가 같이 사는 가구보다 2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인 가구의 경우 재산이 다른 가구보다 현격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노인 가구의 평균 재산은 전체 가구 평균의 39% 수준에 불과했다.

▲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는 노인(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한국 노인의 높은 근로 소득 의존율

노인 빈곤율이 이렇게 높으니, 노인들의 근로 소득 의존율도 자연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근로 소득 의존율은 58.4%로 OECD 평균(21.4%)의 2.7배나 되었다(OECD의 2011년 소득 불평등 통계 분석). 다른 소득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노인들이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근로 소득과 이자나 배당금 등 재산 소득을 모두 합해도 노인 부부 가구 소득은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의 29% 수준으로 낮았고, 노인 단독 가구는 5.6% 수준에 불과했다. 즉 전체 인구의 12%에 달하는 630만 명의 노인들 중 상당수가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중요한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내수 부분의 취약'이 손꼽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다수의 노인들이 소비를 통한 경제 활동 참여에서 배제됐기 때문인 것을 앞의 데이터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노인 가구는 너무 낮은 자신의 소득만으로 생활할 수 없으니 자녀들이 주는 용돈과 생활비 등 '사적 이전 소득'을 통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한다. 실제로 2009년 노인 단독 가구의 경우 사적 이전 소득이 평균 34.7만 원, 부부 노인 가구는 42.5만 원이나 되었다(<현세대 노인의 빈곤 실태 및 소득 보장 방안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2년).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등 공적 이전 지출 비중이 낮으니, 그 부담이 자녀들에게 돌아와 자녀 가구마저 매월 30만~40만 원 정도의 가처분 소득을 부모님 부양 부담으로 지출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공적 소득 보장 체계의 미비가 이중으로 우리의 내수 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2월 국회에서 법안이 개악되는 비극은 막아야

이번 2월 국회에서는 기초노령연금 관련법의 개정과 기초연금법 제정이 최대 쟁점이 될 예정이다. 이미 여야가 제출한 여러 관련 법안들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파기와 중장년층에 대한 기초연금 축소를 이유로 정부의 기초연금법 제정에 반대하는 것을 당론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올해 7월부터 받을 20만 원을 민주당이 반대하여 지급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노인표가 아쉬운 정치권은 여러 정치적 기교를 동원하여 개악되는 법안을 여야의 암묵적인 동의를 통해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경제 부처에서는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므로 2050년이 되면 정부가 노력하지 않더라도 공적 연금 지출액의 규모가 현재 GDP의 1.7%에서 12.5%로 늘어나 프랑스(14.8%)나 독일(13.1%)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복지 지출 증가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 부처가 경고하는 대로 하면, 고령화로 공적 연금 지출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갑자기 늘어난 연금 지출로는 합리적인 경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2010년 기준 프랑스의 공적 연금 지출 규모가 14.3%이고 독일은 10.9%인데, 2050년이 되어도 그 증가율이 그리 늘어나지 않는다. 이들 나라는 공적 연금을 통해 노인들의 소비를 촉진하고, 자녀들의 부모 부양 부담을 경감시켜 개별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정책을 이미 경제 사회에 구조적으로 정립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일본은 공적 연금 지출액이 10.0%에서 10.7%로 늘어나고, 영국은 7.2%에서 7.7%로 서서히 늘어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1.7%에서 갑자기 GDP 대비 10% 수준으로 너무 급속하게 늘어난다는 것도 문제다. 늘어나는 공적 연금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 GDP의 상당 부분을 안정적인 자산으로 묶어두어야 하니 경제는 활력을 잃고 침체될 것이다. 갑자기 늘어나는 공적 연금 지출은 결국 미래의 경제 운용도 위험하게 할 것이다.

노후 보장의 공적 책임을 제도화한 복지국가가 올바른 길

보편적 복지와 경제 성장이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하나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공적 연금 지출을 단순한 '지출'로만 인식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후 보장의 책임이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착한' 국민도 이제는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그런 생각은 전혀 '착하지 않은' 것이다. 스스로 노후를 보장하기는 쉽지도 않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국가가 노후를 보장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자신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 합리적인 경제 운용을 위해서도 경제 규모에 맞는 적정한 수준으로 복지 지출을 늘려가야 한다. 그것도 단계적으로 전략적인 목표를 설정하여 시기를 잘 배분하여 늘려가야만 실질적으로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번 설에 부모님을 뵙고 온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기초연금법의 올바른 개정으로 풀어내야 한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함께 제대로 발전시키고, 이러한 소득 보장이 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동하게끔 해야 한다. 사실, 우리의 부모님을 제대로 모시는 것도 우리나라를 빨리 복지국가로 만드는 데 달렸음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