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영남권, 새누리당은 숟가락만 빠는 줄 아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영남권, 새누리당은 숟가락만 빠는 줄 아나?

[민심탐방] 野, 해볼만 하다?…'근거 없는 낙관론' 버려야 산다

6.4지방선거의 결정적 '한방'은 어느 지역이 쥐고 있을까. 지방선거 승부처가 크게 수도권과 영남 지역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수도권은 언제나 '박빙'이었던데다, 중앙 정치에서 불어온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안개속이다. 호남은 결과에 따라 야권에 국한된 정계 개편의 의미 정도를 챙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 정국을 좌지우지할 만한 소급력은 없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영남 지역의 중요성은 여느 때 못지 않게 도드라진다. 특히 부산시장 선거의 경우 "야권이 이기면 전체 승패가 결정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들썩이고 있다. 대구 역시 '인물론'에서만큼은 뒤지지 않는 야권의 거물 인사가 버티고 있다.

그러나 야권이 변하면 여권도 변하게 된다. 영남의 선거 구도는 그리 간단치 않다. 부산의 경우 새누리당에서는 '젊은 인물 차출론'이 떠오르고 있다. 만약 60대 야권 후보에 40대 여권 후보가 맞붙게 된다면 부산시장 선거는 어떻게 될까. 대구도 새누리당 안에서 젊은 인물 중심의 경선 구도가 만들어졌다. 새누리당의 움직임 때문에 지역 정가가 모처럼 활력을 되찾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영남 지역에서도 해볼만 하다"는 근거 없는 낙관론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는 이유도 새누리당의 이런 움직임 때문이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부산역 광장 합동유세에서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2.12.18 ⓒ연합뉴스

부산판 '김두관 모델'? 아직은 '낙관론'

부산 지역의 한 언론인은 "부산 지역 정치권이야 서로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야권 성향의 오피니언 리더 층에서는 '무소속 시민 후보'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부산판 '김두관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흐름"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지지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 부산 지역, 특히 야권에서는 흥분과 우려의 분위기가 교차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소가 지난달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오 전 장관이 새누리당 유력 후보인 서병수 의원을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당 관계자들을 바짝 긴장시켰다는 후문도 들린다.

야권에서 1위를 달리는 오 전 장관의 거취는 일단 최우선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기에 김영춘 전 의원 등 민주당의 '젊은 피'에 대한 관심도 많다.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새정치신당 측과 민주당 등 야권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오 전 장관은 오히려 딜레마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으로 갈 경우 안철수 의원 지지 세력의 적극적 지원을 기대할수 없게 되고, 새정치신당으로 갈 경우 민주당의 적극적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오 전 장관은 이때문에 '무소속 시민 후보'로 뛰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차례 피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 지역에서 야권의 선거 전략에 관여하고 있는 오피니언 리더 층에서는 '김두관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범 야권의 지지를 받아 무소속으로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서 극적인 승리를 이끌어낸 기억을 부산시장 선거에 적용해볼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역시 '낙관론'에 근거한 분석이고, 전략이다.

이런 '낙관론' 속에서도 영남 지역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 지역은 1991년 3당 합당 이후 (신한국당, 한나라당 등 여당의 '전신'들을 포함해) 새누리당 '1당 지배 체제'가 굳어져 왔다. 지난 대선에서 입증됐듯, 부산 출신 야당 대선 후보 나와 전국적으로 1469만 표, 48%를 득표하는 과정에서도, 부산에서는 39.9%의 득표율을 보이는데 그쳤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부산 경제는 매년 최악이라는 소리가 나오지만, 특히 50대 이상에서는 '새누리당에 매번 표를 줬는데 여태까지 뭐하노'라는 정서와 '그래도 '종북' 민주당에게는 표 주기 싫다'는 정서가 여전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민심의 흐름이 바뀔만한 계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여권, 야권에서 각각 주목받는 인물들 역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 교수는 "여론조사만 보면 지금 새누리당에서는 권철현 전 주일대사, 야권에서는 오거돈 전 해수부 장관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두 인물 모두 60대 이상이다. 최근 몇 년간 '정당'과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에 정당 정치에 실망한 부산 시민들로부터 오히려 주목을 받고 있는 이상한 현상의 주인공들"이라고 꼬집으며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오히려 새누리당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만약 야권에서 오거돈 전 장관이 유력 후보로 떠오른다면, 예를 들어 새누리당에서는 최근 만만치 않은 인지도를 보였던 김세연 의원이나 젊은 이미지의 박민식 의원같은 '젊은 피'로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 영남 지역에서 새누리당의 대응력이나 적응력은 다른 정당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고 평했다. 이를테면 오 전 장관이 야권의 유력 후보로 부상하더라도, 새누리당은 그에 대적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의원이 지난 4월 총선에서 부산 사상에 출마했을 때 문 의원의 당선을 예감한 새누리당이 내놓은 후보가 20대 손수조 후보였다. 정치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던 무명의 손수조 후보에게 44%의 득표율을 안겨준 1등 공신은 새누리당이었다. 이는 최소한 영남 지역에서 보여줄 수 있는 새누리당의 '저력'이다. 새누리당은 그같은 '전략적 유연성'을 언제라도 구사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 정당이다. 정 교수는 "2010년 김정길 후보의 44.6% 득표율이 야권의 한계일 수 있다. 정말 획기적인 야권의 혁신이 없으면 부산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대구, 야권이 바뀐다고? 그렇다면 여당은?

대구시장 선거도 6.4지방선거 최대 이슈 중 하나다. 김범일 대구시장이 3선 도전을 포기하면서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텃밭' 대구가 흔들리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특히 야권은 김부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라는 거물을 보유하게 됐다. 경기도 군포에서 4선을 바라보던 김 전 최고위원이 기득권을 팽개치고 대구에 내려갔을 때만 해도 많은 당원들이 반신반의했지만, 지금 그는 대구에서 야권의 대표 인물로 서게 됐다.

민주당 대구시당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최고위원은 만약 선거에 출마를 하더라도 민주당 간판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대구도 변화를 원하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에 대한 민심도 흔들리고 있는만큼,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해볼만 하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12년 총선 때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수성구에서 40.4%라는 경이적인 득표율을 올렸었다.

이 관계자는 "김 전 최고위원이라는 '인물'에 대한 거부감은 과거에 비해 많이 사라졌다. 다만 관건은 야권이 대구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 그에 맞는 혁신적 모습을 어떻게 얼마나 보여줄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야권에 달라진 모습이 있는만큼 여권도 변화하고 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대구 정치권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새누리당 안에서 대구시장 후보 경선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분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대구 정가에서는 새누리당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는 게 김 교수의 전언이다.

특히 18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소장 쇄신파 모임인 민본21을 이끌었던 권영진 전 의원 등 '젊은 피'들의 대구시장 경선 출마는 그 자체로 지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 교수는 "과거 대구시장은 적당히 윗선에서 내정해 내려보내는 게 관례였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당원들 사이에서조차 '역동적이지 못하다', '그러니 대구가 발전을 못한다'는 말들이 있었다. 민주당에서 김부겸 전 최고위원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만큼, 새누리당도 대구에서 처음 있을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영남 지역은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한방'을 가지고 있다. 부산, 대구시장 선거가 주목받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부산 지역에서 '엄살'을 떨고 있고, 대구 지역에서 새로운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영남 민심을 제대로 보고, 그에 대비한 전략을 치밀하게 짜야 한다는 점이다. 야권이 꿈틀거리면 여권도 그에 발맞춰 '진화'한다.


민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만약 지난 구정 연휴 때 김한길 대표가 전주 등 호남에서 신년 인사를 하지 않고, 대구에 내려와 대구 지역 방송 같은데 출연해 신년 인사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