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구분 없이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이날 국토위는 4대강 사업 관련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를, 산업위는 '해외 자원외교' 기조를 뒷받침한 한국석유공사 및 가스공사 등을 상대로 감사를 펼쳤다.
수자원공사(수공) 국정감사에서는 새누리당 내 친이계인 심재철 최고위원까지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지적을 했다. 심 의원은 국감 보도자료에서 "수공이 잦은 공사 설계 변경을 통해 2009년부터 현재까지 384억 원의 혈세를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잘못된 사례 중의 하나로 "특히 2008년 발주된 낙동강 하구둑 배수문 증설공사는 사업비가 당초 2106억 원에서 2230억 원으로 124억 원이 증가됐다"는 것을 들었다.
낙동강 하구둑 배수문 공사는 바로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다. 심 의원은 그간 감사원 감사 결과를 비판하거나 녹조 현상이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등, 새누리당 내에서 이재오 의원과 함께 '4대강 지킴이'를 자처해 왔다.
친박계인 이헌승 의원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공의 재무 건전성 악화를 비판했다. 이 의원은 "수공은 4대강 사업비 전액을 공사채 발행으로 조달했고 '아라뱃길'과 분양단지 사업 소요자금도 대부분 금융기관에서 차입했다"며 "그 결과, 금융부채가 2006년 1조402억 원 이후 매년 급증해 2012년 말 11조7921억 원까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4대강 사업 이후 금융부채 급증으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다며 "최근 6년 동안 10배 이상 증가한 금융부채는 수공의 재무건전성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1년 이후, 영업 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충당하기 곤란한 수준에 이른 것"이라는 우려다.
야당 의원들은 '수출판 4대강 사업'으로 알려진 태국 물관리 사업에 대해 "4대강 사업에 대한 긍정적 여론 형성"이 무리한 사업 추진의 이유라며 공세를 집중했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수공이 토지보상비까지 떠안을 뿐 아니라 태국에 반강제적 기술이전과 일방적 사업 해지 결정권까지 넘기는 등 독소조항이 가득한 계약"이라며 "굴욕적 사업"이라고 했다.
민주당 신장용 의원도 "토지보상비 상한선의 가이드라인이 없어 보상비가 올라갈 경우 수익보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고, 윤후덕 의원도 "토지 보상, 사업 지연, 거주민 이주 문제 등을 볼 때 태국 물관리 사업이 수공 경영 개선의 기회가 아니라 또 다른 '빚의 늪'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문병호 의원은 태국 뿐 아니라 파키스탄·필리핀 수력발전, 기니·멕시코·스페인 상하수도 사업 모두 해외투자사업 타당성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부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사업에 대해 여당에서는 "태국 물관리 사업은 수공이 세계 시장에 나가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장우 의원), "한국경제의 뉴 프런티어인 해외 건설, 태국 물사업이 기폭제가 될 것"(이헌승 의원)이라고 맞서 시각차를 보였다. 이노근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도 야당은 반대만 하더니 지금도 똑같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여당 산업위 위원 "MB 자원외교에 국민 혈세 낭비"
산업위 국감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외교'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올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 2분과 간사를 지낸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은 한국석유공사에 대해 "과거 1달러에 매매됐던 캐나다 '하베스트' 자회사(정유업체)를 석유공사가 1조 원에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석유공사의 안일한 자산평가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총체적 부실이 야기됐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하베스트 사업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지난 5년 간 야심차게 추진한 '석유공사 대형화'에 투자된 총 금액(17조8000억 원)의 4분의 1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한때 '석유공사 대형화 사업의 상징'었지만 이제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 재앙'이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달러에 거래된 사실상 '깡통 기업'을 인수하면서도, 기초적 정보 확인이나 현장 실사도 없이 하베스트 측 자료만을 바탕으로 자산평가도 졸속으로 마무리했다"며 "성급히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 낭비를 초래했다"고 추궁했다. 같은 당 홍지만 의원은 석유공사의 캐나다 오일샌드 개발 사업 공정이 늦어져 수익성이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야당도 적극 나섰다. 민주당 오영식, 조경태, 추미애 의원이 '하베스트' 사업을 줄줄이 비판했고, 가스공사 해외투자 사업들이 "주먹구구"로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MB의 자원 외교는 들여다보면 볼수록 부실의 늪"이라는 것이다. 전순옥 의원은 "MB 정부에서 해외 자원외교라는 이름 아래 19조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는데, 그 중 석유공사에만 12조 원이 투자됐다"면서 "캐나다 하베스트 하나의 경우만 8200억 원에 달하는 누적 손실이 발생했다. MB정부가 기획하고 석유공사가 앞장선 12조 원에 달하는 커다란 부실덩어리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추궁했다.
오영식 의원은 "한국가스공사 해외사업들의 순현재가치(NPV)를 계산한 결과 캐나다 혼리버 광구에서 마이너스(-) 1883억 원,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광구에서 -3296억 원 등으로 집계됐다"며 "사업 타당성 및 경제성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시장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아 대규모 손실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원욱 의원은 다음날로 예정된 한국전력공사(한전) 국정감사를 겨냥해 "한국전력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전을 수주하면서 원자력 인력 양성을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대학원(한전 국제 원자력대학원대학교) 운영을 협약내용으로 걸었다"고 폭로했다. 이 의원은 "한전은 그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학교 운영에 3년 간 1000억 원이 넘는 혈세를 퍼부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학생 1인당 2년 간 학비·기숙사 비용 등 약 1억4000만 원을 장학금으로 책정, 출연기관 직원 48명에게 지급된 것까지 포함하면 장학금으로 총 66억 원을 지급했고, 장학금은 장학금대로 주면서 급여와 상여금 등까지 그대로 지출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는 한전 등 5개 공공기관이 출연해 설립하고, 그곳의 직원을 채용하고, 그곳의 직원들에게 각각의 공공기관이 돈을 줘서 운영하고 있었다"며 "MB 자원외교를 성공시키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협약으로 내건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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