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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조건부 무기한 총파업' 결의…의료 대란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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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의협, '조건부 무기한 총파업' 결의…의료 대란 가능성은?

3월 3일 돌입 예정…"정부 협상 결과 따라 파업 유보할 수도"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원격 의료와 영리 병원 반대, 건강보험 제도 개혁 등을 요구하며 오는 3월 3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결의했다. 단, 의협은 정부와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총파업 개시를 유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협 회관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어 각 임원과 시군구 회장 등 5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이 같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파업 돌입 여부는 이후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정키로 했다.

의협의 요구 사항은 △원격 의료 도입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상정을 중단할 것 △정부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투자 활성화 대책' 가운데 영리 자회사 허용 등 의료 관련 내용을 수정하거나 철회할 것 △ 시민, 정부, 의료계가 참여하는 대통령 산하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칭)'를 설립해 저수가 문제 해결 등 건강보험 제도 개혁을 논의할 것 등이다.

의협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제안한 '의정 협의체'에는 불참하기로 했다. 대신 의협이 제안하는 주제로 새로운 형태의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역제안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정부는 협의체에 의협이 들어와서 모든 걸 논의하자고 주장했지만, 우리는 협의체에 들어가기 전에 전제 조건을 걸고 그 조건에 부합하면 협의를 꾸릴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의협은 파업에 돌입키로 한 오는 3월 3일까지 정부와 세 가지 요구 사항을 협상할 계획이다. 정부와 합의에 실패할 경우 오는 2월 중에 회원 9만5000명을 대상으로 2주일간 '무기한 파업'에 대한 찬반 투표를 벌인다.

노환규 회장은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이번 의협의 대정부 투쟁이야말로 전형적인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며 "원격 의료와 영리 자회사 도입 등 의료 규제 완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제도 개혁에 대해서 그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건 싸구려 진료를 강제하고, 비보험 진료는 국민에게 의료비 폭탄을 안긴다"며 "보험과 비보험을 섞어서 민간이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식의 왜곡된 건강보험 제도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대한의사협회가 12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협 회관에서 총파업 출정식에 대한 기자 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복지부 "불법 파업 엄정 대처…대화 제안은 긍정 평가"

보건복지부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의협 총파업을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엄청 대처할 뜻을 밝혔다.

복지부는 "의협이 사실을 왜곡해 파업을 거론하고 있는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하는 불법 파업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고, 국민이 동의하지도 않을 것이며,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법 제59조 2항을 보면, 복지부 장관은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에 응하지 않을 때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할 당시, 복지부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은 바 있다.

단, 복지부는 의협이 제안한 '새로운 형태의 협의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열린 자세로 동네 의원의 어려움을 개선하고 1차 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파업 돌입 여부는 불투명

정부가 의협의 대화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함에 따라, 의협이 실제로 파업에 돌입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와 협의 결과를 받아들여 파업 찬반 총투표에 돌입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단, 노환규 회장은 "파업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어서 절대다수가 파업을 원하거나 반대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겠지만, (투표를 개시한다면) 파업을 강행하자는 의견이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의사들은 2000년 의약 분업 사태 이후 14년 만에 집단 휴업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의료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2000년 의약 분업 때 같은 정도의 의료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파업 돌입 여부도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고, 개원의와 봉직의 간 관심도 차이도 2000년 때와는 다른 대목이다.

현재 의협 회원 가운데 3분의 1은 개원의이나, 다른 3분의 1은 병원 등에 고용된 봉직의다. 원격 의료와 영리 자회사 허용은 개원의 대부분에게 불리한 조치이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설사 개원의들이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일부는 남아서 진료를 계속할 전망이라 2000년대와 같은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12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노환규 의협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노 회장은 영리 병원과 원격 의료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표명하면서도 '의료 민영화'라는 단어를 쓰는 데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의료 민영화는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고, 회원 가운데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병원은 건강보험 가입 환자에 대한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 회장은 또 "건강보험 제도가 싸구려 진료를 강제하고, 국민에게 의료비 폭탄을 안긴다"며 "민간(의료기관)에 책임만 부여하고 권한은 주지 않는 왜곡된 건강보험 제도를 제대로 만들자는 게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거듭 강조했다. <편집자>

- 파업 날짜를 3월 3일로 명시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노환규 : 투쟁에 두 가지가 고려된다. 첫째, 정부와 협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하고, 둘째, 성공적인 투쟁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두 가지가 함께 고려돼 3월 3일로 결정됐다.

- 의정 협의체를 어떻게 꾸리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왔나?

노환규 : 아직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안하지 않았다. 비대위에서 빨리 세부적인 조건을 결정할 계획이다. 어떤 형태로 제안하고 어떤 의제를 설정할지 논의할 것이다.

- 정부는 의협이 파업을 강행하면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는데?

노환규 : 복지부에서는 '엄정 대처'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사 총파업이 가벼운 상황이 아니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만큼, 정부로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원칙적인 얘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보건의료 산업 진작, 미래 먹거리 산업 양성, 국민 건강을 위해서 원격 의료와 의료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보건의료 전문가 단체들이 이해 못하고 국민이 괴담을 만들어서 선동한다"고 한다. 내가 정부라면 그렇게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라면 "정부는 좋은 취지로 시작했는데 전문가 단체와 시민의 반대가 크니 일단 유보하겠다. 그러나 좋은 취지는 잘 이해하지 않느냐. 좋은 취지도 살리고, 전문가 단체 반대도 없고 국민 우려도 없는 정책을 다함께 지혜를 모아서 만들어가자"라고 제안할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나왔다면, 보건의료단체들이 그렇게 극렬한 반대를 지속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의료 민영화에 대한 해석, 사람마다 달라"

- 의료 민영화에 대한 의협의 입장은 무엇인가?

▲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 ⓒ프레시안(김윤나영)
노환규 :
의사협회는 '의료 민영화 반대'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12월 치러진 '의사 궐기대회'가 의료 민영화 반대 시위로 알려지면서 관련된 질문을 계속 받았다. 의료 민영화의 의미가 각기 다르게 해석되지만, 우리는 '국민이 반대하는 의료 민영화, 우리도 반대한다'고 했다.

의료 민영화의 정의가 다르게 해석된다. 의료를 민간 기관이 맡으면 의료 민영화라고 하는지, 아니면 의료 영리화, 즉 영리 병원 허용을 의료 민영화라고 하는지 모른다. 또 건강보험을 민간보험에 매각하는 것이 의료 민영화인지, 요양기관 당연 지정제를 폐지하는 것인지, 아니면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 촉진이 의료 민영화인지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해석한다.

회원들에게 설문 조사를 통해 '의협이 의료 민영화 반대에 동의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동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60%를 넘었고, '의료 민영화 반대에 동의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30% 정도 나왔다.

의사들은 값싼 의료를 강요하는 건강보험 제도의 개선을 요구한다. 그래서 공보험(국민건강보험) 체제를 개선하자는 회원은 "지금은 의료 민영화 반대 이슈에 함께하고, 정 안 되면 공보험 체계를 깨야 하지 않느냐"고 하기도 한다. "지금 의료 민영화를 반대하면, 나중에 (의협이) '요양기관 당연 지정제 폐지'를 주장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회원도 있다.

혼란을 막기 위해 가급적 '의료 민영화'라는 표현은 표시하지 않겠다. 국민은 진료보다 수익 창출이 우선되는 걸 우려한다. 그건 의사도 반대한다. 의사들이 진료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입이 발생해야 한다.

- 세 가지 요구 사항 중 일부는 포기하고 일부는 수용할 수도 있나?

노환규 : 원격 의료를 양보하고 수가만 받으라는 혹자도 있는데, 큰 오해다. 원격 의료를 양보하지 못하는 건 국민을 위해서다. 원격 의료 결과가 국민에게 돌아가는데, 어떻게 양보하나?

"원격 의료 반대, 파업 찬성 여론 80% 넘어"

- 의협 내에서 파업하자는 여론은 어느 정도인가? 파업에 반대하는 국민에게 할 말은?

노환규 : 회원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원격 의료에 '절대 반대'한다는 응답이 89.68%였다. 약 90%다. 정부 주장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10.32%였다. 원격 의료를 막기 위해 의협이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파업을 불사해야 한다'는 응답이 82%였다. '제한적 허용 혹은 수용'은 12.93%였다.

파업에 대한 진정성을 국민이 이해한다고 본다. 의약 분업 투쟁 때와는 다르다, 의사들도 국민 눈높이에서 (파업을) 시행하려 한다. 이번 투쟁의 속성상 국민의 높은 지지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없지만, 국민의 이해와 믿음은 과거보다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원격 의료, 영리 병원 반대가 '비정상의 정상화'"

노환규 :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 '가치 전쟁'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이번에 의협의 대정부 투쟁이 전형적인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다. '핸드폰 진료'는 비정상적이다. 핸드폰 진료를 통하지 않고, 대면 진료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안전하고 대한민국 의료 환경에서 적합하다. 그래서 반대한다.

영리 병원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의료 산업 발전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한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는 꼭 필요한 규제를 허물면 여러 가지 우려가 발생하니 또 다른 규제를 만들고 있다. 보건의료 상업화는 비정상적이다. 막아야 한다. 또 건강보험 제도가 보험이 적용되는 건 싸구려 진료를 강제하고, 비보험은 국민에게 의료비 폭탄을 안긴다. 왜곡된 건강보험 제도를 제대로 만들자는 게 '비정상의 정상화'다.

의사들이 하는 건 의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전형적인 '가치 전쟁'이다. 파업이 좋아서 파업에 찬성하고 파업을 계획하는 의사는 단 한 명도 없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참담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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