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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 수억 뺏기고 나면…살고싶지 않을 것 같다"

[현장] 홍대앞 곱창집, 종로구 중국집 주인의 눈물

'상가권리금 약탈' 피해사례 발표회장에 나온 홍대 앞 곱창포차 주인 최병열 씨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종로구청 인근 중국음식점 신선원 주인 신금수 씨는 지난 9일 법원 집행관과 용역의 강제 철거에 저항하고 소리치느라 쉰 목소리를 내며 울음을 터뜨렸다.

'용산 참사'가 발생한 지 오는 20일이면 꼭 5년째다. 그러나 '용산 참사'의 원인 중 하나였던 '상가 권리금 약탈' 문제는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14일 용산 참사 5주기 추모위원회와 민주당 민병두 의원 등이 국회에서 주최한 '상가권리금 약탈 피해 사례 발표회'에서 이원호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 제도개선위원회' 사무국장은 "보상 문제는 개발로 이주할 수밖에 없는 상가세입자들에게 핵심적인 문제이지만, 보상만 있고 영업에 대한 '보장'이 없으면 안 된다.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을(乙)지로위원회 위원장인 우원식 최고위원에 따르면, 2009년 비공식 통계로 권리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가 세입자는 67.3%나 된다. 과도하게 임대료를 인상해 세입자가 못 버티고 나가도록 만들어, 알아서 권리금을 포기하게 하는 게 바로 '상가권리금 약탈'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민병두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제안된 문제점을 종합해 상가세입자의 권리금 피해를 막기 위한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을 이번 주중에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 용산 참사는 벼랑 끝에 몰린 상가 세입자들과 이들의 시위를 진압하려는 국가 권력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다. ⓒ연합뉴스

"권리금 수억 뺏기고 나면…살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상가권리금 약탈 피해 사례 발표회에 나온 최 씨는 지난해 11월 28일, 개업 2년이 채 못된 상황에서 가게가 입주한 건물이 매매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최 씨는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 3억5000만 원을 가게에 쏟아 넣었다. 여기에 월 300만 원이던 임대료를 400만 원 더 올려 700만 원을 내고 1년 더 장사를 한 뒤 그만 두든지, 당장 가게를 비우든지 선택하라는 새 상가 주인의 통보를 들었다.

가게에 쏟아부은 권리금을 사실상 한 푼도 찾지 못하고 내쫓길 상황에 놓여 있는 최 씨는 '기획 부동산' 업자와 인근 곱창집 주인이 짜고 상가를 사들여, 권리금을 약탈하는 '계획적인 접근'이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제가 700도, 임대료를 못 내 주방에서 사람 두 명 몫을 했습니다. 오후 4시에 나가면 앞치마 두르고 모자 쓰고 전쟁터 나간다는 심경으로 일을 했습니다. 저는 열심히 하면 잘 살수 있다는 신조를 믿고 살았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 전혀 몰랐습니다. 진통제, 수면제 없이는 하루도 살수 없습니다. 날마다 눈물로 세월을 보내면서, 가게 하나 살리려는 목표로 살아왔는데….

150미터 밖에 안 떨어져 있는 곳에 곱창집을 하는 사람이 악덕 부동산하고 짜고, 제가 너무 순박하고 바보같이 보이니까 '저 사람이면 6개월안에 내쫓을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너무 답답해서 3억5000만 원 포기하겠으니 5000만 원만 달라. 그러면 골목에서 장사할 수 있다고까지 했는데,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결말이 났는데 제가 진다면 살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수면제를 가져왔습니다. 자살해서 보험이라도 탈 수 있으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겁니다. 8살 먹은 애가 있는데 내가 본지가 몇 달 됐어요. 제가 살면서 저는 이 세상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월세를 안 냈나요? 세금을 안냈나요? 그런데 왜…"

종로 신선원 주인 신금수 씨는 2013년 12월 31일 '정상적 상가 세입자'로서 마지막 영업을 했다. 2014년 1월 1일부터 그가 만든 자장면, 탕수육은 매일같은 '투쟁' 속에서 나오는 음식들이다.

그는 1995년, 전 상가세입자에게 권리금 1억3500만 원을 주고 가게를 열었다. 십수 년 영업을 하던 중 건물주가 갑작스레 '제소 전 화해 조서'를 만들어 신 씨에게 내밀었다. 보증금을 대폭 올려주든지, 1년만 영업을 하고 조건없이 가게를 비우든지. 신 씨는 동의할 수 없었지만, 법을 잘 모른데다,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어 1년만 영업을 더 하고 가게를 비우는 것으로 화해조서에 서명을 했다.

제소 전 화해조서는 임대차 계약 내용 이행에서 어느 일방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미리 합의한 내용으로 확정판결을 받아두는 것으로 대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재판 없이 강제 집행을 할 수 있는 법적 장치다.

신 씨는 이후 가게를 양도·양수하고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건물주는 사실상 양도·양수할 수 없도록 월 임대료를 700만 원으로 올려놓았다. 월세 700만 원을 내고 입주할 다른 세입자는 없었다. 현재 신선원 주변 시세에 따르면 권리금은 무려 2억 원을 상회한다고 한다. 즉 현재 세입자를 권리금 한 푼 안주고 내쫓은 후 2억 원에 달하는 권리금을 대신 챙기는 이른바 '권리금 약탈'의 전형적인 사례다.

"저는 9살 때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17살 때 중학교를 중퇴하고 차비만 갖고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큰형님이 하고 있던 중국음식점 신선원에 들어갔고, 배달, 설거지, 수타까지 배웠습니다. 17년간 중국집 직장 생활을 하고, 95년도에 종로구청 청진동 해장국 골목에 처음 신신원 가게를 열었습니다. 35년째 이어오고 있는 셈입니다.

처음 장사 할 때는 아이들이 5살, 3살이었는데, (아이 볼 사람이 없어) 얘들에게 카운터 밑에 들어가라고, 점심 시간때는 거기서 나오지 말라고 하고….(울음)

천직으로 알고 중국집 해왔습니다. 어느 날 집주인이 제소 전 화해 조서에 도장 찍으라고 했습니다. 저는 주방에서 음식만 만들어서 화해 조서가 그렇게 무서운 줄 몰랐습니다. 임대료를 올려드리겠다고 했고, 다음 (상가세입자) 분에게 양수·양도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집주인은) 지금 기간이 만료돼 화해 조서에 도장 안찍으면 변호사비 포함 1000만 원을 보증금에서 공제하겠다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화해 조서에 도장을 찍기로 했습니다.

호소문을 6번 보냈습니다. 종로에서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짜장면, 탕수육도 만들어 보내는 일도 할정도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연까지 적어서 호소문을 보냈지만, 결국 강제 철거 예고장을 받았습니다. 예고장을 받고도 저는 음식을 만들러 주방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지금 어쩔 수 없이 쫒겨나게 됐습니다. 내가 건물주에게 세비를 안 줬나요, 세금을 안 냈나요. 생계를 건물주에게 뺏길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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