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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도둑 처리' 된 개정안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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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도둑 처리' 된 개정안 들여다보니…

개방폭 대폭 확대…국가안보 서비스도 장벽 낮추기

박근혜 대통령이 유럽 순방 중에 언급한 공공 조달 시장 개방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공공 조달 시장의 가장 큰 '시장'이라 할수 있는 수서발 KTX 운영권 등과 관련해, 결국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공공 부분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증폭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세계무역협정(WTO)의 정부조달협정(GPA, Government Procurement Agreement) 개방 폭을 넓히기 위한 제도 개선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지난 1997년 GPA 개정 협정문 논의가 개시되고 2004년에 본격적으로 협상이 진행돼 2012년 채택된 최종안을 국무회의에서 지난 5일 '도둑 처리'한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에는 △중앙정부 양허기관 확대(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조달청, 방위사업청, 소방방재청 및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추가) △지방정부 양허기관 확대(울산광역시, 서울특별시·부산광역시·인천광역시 내 자치구 추가) △공기업 구매상품 양허 확대 및 서비스 양허 개방 △공기업 양허기관 확대(한국철도시설공단) △국방부 및 방위사업청의 조달 관련, 국가안보 및 국방 관련 서비스·건설 협정 적용제외 규정 삭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정부 양허 기관 확대와 관련해서는 일부 지자체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공기업 양허 기관 확대에 한국철도시설공단이 포함된 것은 철도 시설 조달 시장에 외국 기업의 참여가 확대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가 안보 및 국방 서비스 관련 적용 제외 규정 삭제 문제도 민감한 부분이다. 자칫 '안보를 외국에 맡긴다'는 비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본격 도입 이래 가장 뜨거운 논란을 안고 있는 이슈 중 하나인 공공 조달 시장 추가 개방을 박근혜 정부가 마무리짓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가 GPA를 개정하고 WTO에 기탁해 효력이 발생하게되면 한-EU FTA, 한미FTA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 현재 WTO의 GPA 수준에 못박혀 있는 두 자유무역협정 더 높은 수준의 공공 조달 시장 개방이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국토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철도 민영화를 무리하게 강행할 경우 한미FTA의 역진방지 조항으로 인한 정부의 돌이킬 수 없는 철도 공공 시장 개방 우려는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 박근혜 정부 들어 세수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가 나왔다. ⓒ연합뉴스

철도 민영화 논란, 새국면 진입…프랑스 장관 과거 발언 주목

박근혜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 중 현지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 조달시장, 특히 철도 관련 정부 조달 시장을 개방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질문에 "도시철도 시장개방과 관련해서는 WTO 정부 조달협정의 국내 비준을 추진하고 있고, 이 비준이 통과되면 연내 WTO에 비준 기탁서를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철도 시장 개방에 대한 질문에 '도시 철도 개방'으로 화답했지만, 개방될 정부 조달시장에서 최대 이슈는 '도시철도'보다 수서발 KTX 설립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서발 KTX 운영 문제가 현재 한국 조달 시장의 '대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실에 따르면 통상교섭보부의 GPA 개정 의결서 초안에는 철도시설의 감독 및 경영의 조달 계약이 공개 대상에 포함돼 있다. 철도 경영이 개방 대상이 되는 '공공 조달 서비스'에 포함된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정부는 수서발KTX를 코레일에 맡기지 않고 '제 3의 운영사'에 맡기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전세계적으로 프랑스(알스톰)와 독일(지멘스) 등 EU 국가의 기업들은 세계 철도산업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현재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운영사인 주식회사 서울9호선운영의 최대 주주는 프랑스 기업인 '베올리아 트란스포르'로, 현재 80%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 방한해 박 대통령을 만나는 등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한국계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중소기업·혁신·디지털 경제장관은 베올리아가 지하철 9호선 운영의 최대 주주라는 점을 들어 "프랑스 기업의 운영 노하우와 서울시의 교통정책, 한국의 정보통신(IT)이 잘 어우러진 것 같다"며 "한국과 프랑스의 협력 사례를 더 많이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한국계라는 점이 부각됐던 프랑스 경제장관에 대한 환대에 묻혔지만 펠르랭 장관은 프랑스 이익을 대변하는 인사다. 그가 한국의 도시철도에 진출한 베올리아의 사례를 "더 많이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한 부분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발언이다.

이 사안에 집중해왔던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통상절차법 제13조 제3항에서는 정부에서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없다고 해석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국회는 서명된 조약이 통상조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 정부에 비준동의안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철도민영화의 사전포석인 GPA 개정안은 국가기간산업인 철도를 민영화하는 중요한 통상조약 개정으로서 국회 동의 등 논의절차를 통해 국민적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재가를 미루고 개정안을 정식으로 국회에 보내 국민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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