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나도, 이귀남도 국회 동의해 임명됐나"

민주 "최중경, 부동산투기·세금 체납…부적격 사유 너무 심각"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점철된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24일 "이귀남 법무부장관 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일 때 청문회를 했고, (국회 동의 없이도) 임명 됐다. 나도 (노동부장관 임명 때) 국회 동의 없이 임명됐었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 역시 국회 동의 없어도 임명될 수 있다는 의미로, 이 대통령의 임명 강행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인 이날 밤 12시까지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청와대에 송부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은 국회 동의 없이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임 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의도연구소 청년미래포럼 강연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반대했어도 임명됐던 케이스를 잘 살펴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임 실장은 '청와대 인사 시스템 개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여러분들 (기자들)이 한번 인물을 찾고 동의서까지 받아서 저한테 비공식적으로라도 달라"고 최근 청문 정국을 둘러싼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임 실장은 "우리도 미국처럼 사적 영역 관련 청문회는 비공개로 하고, 정책 능력 등에 관련된 청문회는 공개하는 식으로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임 실장은 이날 강연에서 "제가 국회에 와서 이런 얘기하기는 좀 그렇지만, 대한민국 정치는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 정치가 좀 더 선진화 돼고 정부가 좀 더 선진화되려면 선진국에서 벤치마킹할 게 있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 김영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지식경제위에서는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이 최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규정하고 최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을 보이콧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한나라당과 간사간 협의를 통해 조율을 시도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공을 청와대로 넘긴 것이다.

민주당 소속 지식경제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우리 당 소속 의원 전원은 최중경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 세금 체납 등 부적격 사유가 너무 심각해서 보고서 채택을 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민주당과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 후보자 지명 철회를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전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과 관련해 임 실장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 과정에서) 여러가지 당과 청와대가 당혹스러운 면을 보였으니 이해를 구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개헌 얘기가 나왔느냐'는 질문에 "내가 있던 자리에서는 (개헌 얘기는) 안 나왔다"고 말했다. 전날 회동을 함께 한 김무성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개헌 얘기는 없었다"고 강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