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지가 주고 간 것으로 10만 원 짜리다.
상품권이 생기니 퍽도 좋을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다. 오히려 마음이 편치 못하다. 왜 그럴까?
찬밥 두고 잠 못 이루는 내 성미 탓이다.
고민이다.
누구를 주긴 줘야 하는데, 줄 사람이 너무 많으니 누구를 줘?
한 가지 기준이 있다면. 상품권 겉봉에 쓰인 "외국인 노동자분들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문구. 외국인 노동자는 내가 도와주고 있으니, 저희들이 나를 주면 줬지 내가 줄 필요는 없는 거고.
그렇다면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봉사한 사람에게 주자!
누가 좋을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퇴직한 K주임. 아찔한 옥상 난간에 올라가 동남아 각국의 깃발을 다는 등, 용기 있는 행동을 많이 했기에 별명이 사무라이다.
사무라이는 비록 8개월밖에 근무 안했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헌신했고 참으로 성실했다. 뿐만 아니라 퇴직 후에도 매주 일요일 봉사하러 오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는가! 공무원 시험 준비로 무지하게 바쁠 텐데도 말이다.
"다음 일요일에 오면 주어야지."
속으로 마음먹었으나 그는 오지 않았다.
바쁘겠지!
이런 와중에 갑자기 한글학교가 문을 닫았다.
외국인노동자들이 시설 좋은 다른 학교로 옮겨 가버려서 도무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섭섭해 한 것은 교장인 윤징자 선생님이시다.
초등학교 교사를 정년퇴직한 분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친자식처럼 여기시며 참 정열적으로 가르치셨는데. 얼마나 섭섭하셨으면 이렇게 말씀하셨을까?
"돈 때문에 문을 닫는 거라면 내 돈을 내서라도 다시 가르치고 싶어요."
감사패를 만들었다.
매주 일요일 병점에서 발안까지 40여 키로를 왕복하며 빠짐없이 출근하신 분, 가르치러 오시다가 얼음에 미끄러져 팔뼈까지 골절되신 분에게 뭐라도 해드리고 싶었으므로. .
"존경하옵는 선생님께서는 2008년 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2년 4개월 동안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부설 한글학교 교장으로서 정성을 다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가르치셨습니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한윤수 |
그러나 뭔가 부족했다.
이때 상품권이 생각났다.
마지막 일요일,
만호식당에서 선생님을 모시고 점심식사를 같이 하며 그걸 드렸다.
외국인노동자분들을 위해 써달라는 뜻에 이보다 더 맞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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