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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한윤수의 '오랑캐꽃']<223>

누가 뭐래도 나는 외국인노동자 문제의 최고 전문가다.
왜냐하면 1년에 3천명 이상의 외국인노동자를 직접 만나서 그들의 고충을 듣고 문제를 해결해주니까.
하지만 외국인노동자를 거의 안 만나고도 나보다 앞서가는 공무원이 있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최대 문제점은 자유로운 직장 이동을 막는데 있다. 외국인은 3번만 직장을 이동할 수 있다.
이게 법이다.
3번을 넘어가면 끝이다. 한국을 떠나야지 별 도리 없다.

2007년 내내 3번의 직장 이동 기회를 다 쓰고는 울며 떠나는 외국인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억울한 외국인도 많았다. 자기가 선택해서 직장을 옮긴 게 아니라 휴폐업, 부도, 파산 등 회사측 사정으로 자기 의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기회를 다 쓰고 추방되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까.

2007년 12월 3일 수원고용지원센터에서 열린 <외국인유관기관회의>에서 나는 경인지방노동청 수원지청장에게 건의했다.
"회사측 사정으로 옮기는 것은 횟수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2008년 한 해 동안 이 규정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2008년 9월 24일 수원고용지원센터에서 다시 회의가 열렸을 때 나는 재차 건의했다. 하지만 한 걸음 후퇴한 선에서.
"마지막에 회사측 사정으로 그만두는 경우는 정말 억울하잖아요. 이런 사람은 구제해 줘야 합니다."
3번의 기회를 다 썼는데 그 회사마저 망했다. 그런 경우에는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내 딴에는 말이 하도 안 먹혀서 한 걸음 후퇴한 것이고.

반응이 있었다.
3번의 기회를 다 쓰고 마지막에 회사측 사정으로 그만둔 경우에는 구제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새 규정은 2009년 12월 10일부터 시행한다나?

금년 1월 어느 날.
캄보디아인 속배사나(가명)가 물었다.
"나 3번 다 옮겼는데 다른 회사 갈 수 있어요?"
"지금 회사가 문 닫았어요?"
"아뇨."
"그럼 안 돼."

이때 직원이 끼어들었다.
"됩니다. 목사님."
내가 되물었다.
"엉? 돼?"
"예. 두 번째 옮길 때, 회사가 도산해서 옮겼거든요. 회사측 사정으로 옮긴 것은 무조건 다 기회가 살아 있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어?"
"2009년 12월 10일부터요."

깜짝 놀랐다.
바라던 것 이상으로 훌륭하게 법이 고쳐졌으니까.
누가 이렇게 과감히 앞으로 나갔단 말인가?

우리 사회가 이렇게 한 걸음 더 전진한 것은,
인간을 차별하지 않는 어느 공무원(들)의 숨은 노력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과 강한 연대감을 느낀다.
이름 모르는 그 공무원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내리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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