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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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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기회

[한윤수의 '오랑캐꽃']<212>

치라운(가명)은 2년 동안 00산업에서 일했다.
사장님은 컨테이너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약속해놓고는 '관리비'라는 명목으로 매달 5만원씩 받았다.
퇴직할 때도 퇴직금 일부를 주지 않았다.

결국 2백만 원 때문에 사건은 노동부로 넘어갔다. 감독관은 2백만 원 전액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치라운은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하면 2백만 원을 받을 터였다.

이때 묘한 일이 일어났다. 사장님이 치라운에게 끈질기게 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만일 이때 치라운이 핸드폰을 받지 말거나 전원을 꺼버렸더라면, 2백만 원을 고스란히 받았을 것이다. 이게 첫 번째 기회였다.
그러나 마음 약한 그는 사장님 전화를 받고 말았다.

사장님이 호소했다.
"한 번 만나자, 응?"
만일 이때 치라운이 만나기를 거절했더라면, 2백만 원을 다 받았을 것이다. 이게 두 번째 기회였다.
그러나 마음 약한 그는 지남철에 끌려가는 쇠붙이처럼 제 발로 걸어서 00산업으로 갔다.

사장님이 말했다.
"회사 어려워. 반으로 깎아줄래?"
만일 이때 치라운이 깎아주기를 거절했더라면 2백만 원을 전부 받았을 것이다. 이게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마음 약한 그는 소작료를 깎아주는 배포 큰 대지주처럼 퇴직금을 반으로 깎아주었다.

▲ ⓒ한윤수

그는 백만 원을 받고는 모든 퇴직금과 부당공제한 기숙사비를 다 받았다는 확인서에 사인했다. 돈 백 만원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일요일 오전.
치라운이 미안해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 나를 찾아왔다.
"아이구. 이 바보야!"
하지만 그는 웃었다.
"백만 원도 고마운 걸요."
"아휴. 이걸 그냥."
치라운은 나한테 실컷 핀잔을 듣고 나갔다.

그러더니 반시간쯤 후 다시 들어왔다. 두 손에 선물을 잔뜩 사들고서.
"선생님들이 고마워서요."
많이도 사왔다. 애기 사과 몇 개, 포도 한 송이, 아주 작은 딸기 조금, 오렌지 세 개. 도너스 한 봉지, 100개들이 커피믹스 한 박스 그리고 1리터짜리 우유 2 팩.

참, 속도 좋다.
이러니 내가 어찌 태국인을 미워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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